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일 「유인 전쟁책임론」 다시 점화/나가사키시장 피격 충격파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일 「유인 전쟁책임론」 다시 점화/나가사키시장 피격 충격파

입력
1990.01.20 00:00
0 0

◎보혁결전 앞두고 우익테러로 전열도가 떠들썩/언론 “표현자유에 총구… 책임론 거론 시점됐다”/정부선 세계에 국수주의 인상줄까 「축소」 급급【동경=정훈특파원】 일왕히로히토 (유인)에 전쟁책임이 있다고 발언한 나가사키 (장기) 시의 모토시마 (본도)시장에 대한 우익단체의 총격테러사건이 일본열도에 큰 충격파를 일으키고 있다.

다행히 모토시마시장은 목숨에는 지장이 없으며,「정기숙」이라는 우익단체 간부인 범인도 체포돼 정치사건과는 무관한 단순범행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전쟁책임론을 주장하는 공직자에 대한 첫 테러라는 점에서 이사건의 파문은 심상치가 않다.

특히 일본은 지금 보 혁역전의 분위기속에 총선을 한달여 앞두고있으며,히로히토를 이어받은 아키히토(명인)국왕 정식즉위식 (11월12일)의 국가행사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는 때여서 정계에 큰 파장이 일것으로 보인다.

모토시마시장이 히로히토의 전쟁책임론을 주장한것은 히로히토의 병세가 위독했던 지난 88년12월7일. 당시 그는 시의회에서 히로히토의 회복을 기원하는 「기장소」 설치문제에 대한 시의원들의 질의에 이렇게 답했다.

『히로히토 국왕의 전쟁책임은 있다고 생각한다. 국왕이 종전을 조금이라도 일찍 결단했더라면 히로시마(광도)나 나가사키시에 원폭이 투하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이발언이 있자 곧 자민당의 시의원들은 모토시마시장의 자민당 나가사키현연맹고문직을 박탈하고 시정에 일체 협력하지 않을것임을 선언했다. 소용돌이는 여기서 끝나지 않고 전국의 우익단체가운데 62개단체 2백60명이 나가사키시에 집결,히로히토가 사망한 지난해 1월까지 모토시마시장을 규탄하고 발언취소를 요구하는 집회를 연일 계속했고 히로히토사망후에는 시청에 총탄까지 날아들었다.

이와 반대로 모토시마시장을 지지하는 기독교단체회원들과 일반국민들은 그에게 격려편지보내기 운동을 전개,지난 연말까지 모두 1만여통의 편지가 답지했다. 이 편지들은 한결같이 히로히토의 전쟁책임에 동조한것이었는데,모토시마시장은 이 가운데서 7천3백통을 골라 「나가사키시장에게 온 7천3백통의 편지­히로히토의 전쟁책임을 둘러싸고」라는 단행본으로 엮어 최근에 출판했다.

한편 일본언론들은 『이번 모토시마 시장에 대한 백주의 테러는 국민들에대한 테러나 마찬가지』라며 『자유언론을 겨냥한 총구는 절대로 용서할 수없다』고 보도하고 있다. 언론매체들은 특히 우익단체가 경찰의 비호를 받아왔음을 지적,경찰에도 신랄한 비판을 가하고 있다. 일본언론의 이같은 총궐기는 왕실에대한 비판기사나 전쟁책임론을 언급하는 기사가 보도될때마다 협박을 일삼던 우익단체들에 대한 불만때문이기도하지만 지식층의 생각을 대변하는것으로 볼수도 있다.

일본에는 현재 전국적으로 8백40개의 우익단체에 12만명의 회원이있는것으로 집계되고 있는데,이들은 자민당과 연계를 갖고있어 경찰도 적극 단속을 펴지않고있다. 이들은 「왕실체제유지」,「반공」을 내세우고 있으나 그 실체는 우익을 표방하는 야쿠자(폭력단)로 지적되고 있다.

경찰은 이번사건을 계기로 좌ㆍ우익 단체들의 테러활동이 격화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는데,최근 왕실일가에 대한 좌익 게릴라들의 사제폭탄테러를 신호로 11월의 국왕즉위때까지 테러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일본정부는 이번사건이 2월 총선때 자민당에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며,국제주의를 표방하는 경제대국 일본이 아직도 국수주의 너울을 쓰고있다는 인식을 줄수있다고 판단,사건의 파문을 축소하기에 부심하고 있다.

아무튼 이번 사건은 일본의 「아킬레스 건」이기도한 히로히토의 전쟁책임론을 다시 한번 제기시켜준 계기가 됐고,일본 언론들이 『「히로히토의 전쟁책임론」을 본격적으로 논할 시점이 됐다』고 논평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