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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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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0.01.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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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정치행태의 특징은 불가사의가 아니면 수수께끼라는 것이다. 정치인들의 입장에선 훤히 꿰뚫어보겠지만 국민은 언제나 「모르겠다」는 푸념밖엔 달리 할말이 없다. 상식의 정치가 통하지 않는다. 정치인의 혀끝에선 국민이라는 말이 실타래처럼 끊임없이 풀려나오나 정작 국민은 아는 게 없는 딱한 형편이다. 한창 무르익은 정계개편의 불가사의 넷. ◆정당의 간판을 내릴 각오까지 하며 정계를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는 충격적 발언으로 민정당의 전 대표위원은 자리를 내놓았다. 이 시기에 무슨 경망한 말이냐고 법석을 친 게 얼마 전이다. 새 대표위원이 들어서면서 다락에 얹어놓은 줄 알았던 「평생동지」 서약을 꺼내 단합을 강조하였다. 그런데 갑자기 기회만 잡히면 개편을 주도하겠다고 큰소리친다. 불가사의 하나. ◆평민당이 흥분했다. 「야당인사가 국민의 승인없이 여당으로 변신한다」고 호통을 친다. 지난번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야당이 갈라선 것도 국민의 뜻이냐는 물음엔 입을 다문다. 옛날 야당끼리 합치라는 소리도 비현실적이라고 야단을 퍼붓고 입 단속을 강화했다고 들린다. 이러니 「국민의 뜻」이란 말의 뜻을 또 모르겠다. 불가사의 둘. ◆두 총재가 골프장을 왔다갔다 하더니 「신사고」라는 게 태어났다. 4당체제로는 되는 게 없다고 한숨을 몰아쉬며,보수대연합을 들고나온 민주당의 총재는 특기대로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처음엔 보혁인듯 했는데 조금 지나서 보수중도임을 강조한다. 우리 정치에서 중도라는게 지금까지 코걸이 귀고리로 쓰였다. 신사고에서 중도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불가사의 셋. ◆창당 초기 유신잔당이란 비판에 불끈해서 유신본당이라고 맞받아 친 게 신민주공화당이다. 「대보수」의 구상이 나오자,왜 유신에 대한 참회는 없느냐고 따금한 일침이 가해졌다. 새 신자를 당명에 썼으니 무관하다는 생각인지 여기에도 이렇다 할 대꾸가 없다. 이것이 불가사의 넷. 정계개편설에 대한 국민반응은 아직은 「모르겠다」이다. 이것 역시 불가사의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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