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자→수입증대”외치다 4년만에 내리막/“구조상 살길 수출뿐” 체감 한셈수출 드라이브가 재가동 되었다. 지난 86년 첫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한 뒤 정부의 무역수지 균형 및 통상마찰 완화 정책에 따라 87년부터 뒷전으로 밀려났던 수출 우선정책이 4년만에 상공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다시 부상한 것이다.
노태우 대통령은 18일 올해 상공부 업무보고를 받은 자리에서 『금년에는 어떠일이 있더라도 전력을 다해서 수출과 투자를 회복시키라』고 지시하고 기업인들에게도 『제2의 도약을 위해 총력을 기울여 줄것』을 당부,수출이 우리 경제의 최우선 과제임을 분명히 했다.
연초 한승수 상공부 장관도 『제2의 수출 드라이브로 우리경제의 활력을 되살리겠다』고 밝혔지만 대통령이 침체된 수출의 회복을 강조함으로써 제2의 수출 드라이브가 본격 점화됐다.
매년 관계공무원들만 참석한 가운데 청와대에서 실시돼 왔던 상공부 업무보고를 이례적으로 무역업계 대표와 관련단체장들까지 참석시킨 가운데 무역센터의 한국 종합전시장(KOEX)에서 개최한 것도 정부의 이같은 의지를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경제계는 정부의 이같은 방향전환이 때늦긴 했지만 올바른 선택이었다고 받아들이고 있다. 가진 것이라곤 잘 교육받은 인력밖에 없는 우리나라로서는 수출외에는 활로가 없는 마당에 무역수지 흑자가 늘어나고 선진국의 통상압력이 거세다고 해서 정부가 하루 아침에 수출을 외면한 것을 두고 우리의 경제 현실을 망각한 근시안적 발상이라고 비난해온 경제계는 이번기회에 정부가 무역 입국의 중요성을 깨닫고 보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수출 드라이브정책을 추진해 줄것을 희망하고 있다.
「수출만이 살길」이라며 무섭게 수출을 독려하던 정부가 수출에 소홀하기 시작한것은 지난 87년부터. 86년에 첫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하자 87년부터 수출의 고삐를 늦추기 시작,88년 하반기부터는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수출이 늘어나는 것을 걱정하고 수입을 늘리는 방안을 찾느라 머리를 짰다.
수출을 많이 하면 오히려 눈총을 받고 수입을 잘 하면 공로자 취급을 받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89년들어 정부는 수출 드라이브 시대는 이제 끝났다고 호언하고 수출은 외면한채 수입확대 방안을 수립하기까지 했다.
내수 기반도 어느정도 다져져 정부가 손을 쓰지 않아도 우리 산업이 저절로 확대균형 쪽으로 흘러갈 것으로 낙관했다.
그러나 이런 낙관은 지난해 상반기를 지나면서 허무하게 무너지기 시작했다. 계속된 원화절상과 기술의 한계,극심한 노사분규로 국제 경쟁력을 급격히 상실,수출이 둔화되기 시작했다. 업계에서 이구동성으로 『올해 수출은 이미 끝났다. 문제는 내년인데 수출 환경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아우성 쳐도 정부는 『하반기 부터는 수출이 회복될 것이다』라며 근거없는 고집을 부렸으나 사태는 악화일로에 빠졌다.
국내외에서 우리나라가 아시아의 4마리 용에서 탈락,지렁이로 전락할 것이라는 경제위기론이 심각히 대두되자 정부는 뒤늦게 소극적인 경기부양책을 마련했지만 효과는 별무였다.
정부가 정책 방향을 잘못 잡고 적절한 대책을 제때에 마련하지 못하는 바람에 지난해 수출은 2.6% 증가라는,우리나라가 수출 주도정책을 추진한 62년이래 가장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수출사상 처음으로 물량기준 5.9% 감소,원화기준 5.3%감소라는 최악의 기록을 세웠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수출 드라이브에 다시 불을 붙이는 것은 「무역입국」이 피할수 없는 우리경제의 선택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확인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번 불이 꺼진 수출드라이브 정책에 다시 가속력이 붙으려면 상당한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불행히도 대내외 환경은 더 어려워졌다. 개방화ㆍ수입화의 확대로 국내시장은 외국 상품의 각축장으로 변해버렸고 최근 몇년 사이 계속된 임금인상으로 저임금에 의한 경쟁력은 사라졌다. 근로자들의 제몫찾기 목소리도 높아져 산업평화가 위협받고 있으며 기업인들은 투자의욕을 상실했다.
국제시장에서는 일본상품이 무서운 생산성 향상과 기술개발로 엄청난 경쟁력을 확보,우리의 수출시장을 빼앗고 있고 대만ㆍ홍콩ㆍ싱가포르 등 경쟁국들에마저 밀리고 있다. 뿐만 아니라 경제 불록화ㆍ보호무역주의의 팽배로 수출시장에 속속 빗장이 걸리고 있다.
우리 경제가 이처럼 첩첩이 쌓인 난관들을 헤치고 성장가도로 다시 진입하려면 60,70년대의 총력전을 능가하는 노력을 쏟지 않고선 불가능하다.
기업인은 기술개발ㆍ경영혁신에 박차를 가하고 근로자는 자기몫 찾기에 앞서 제몫을 먼저함으로써 고임금으로 잃어버린 경쟁력을 생산성 향상으로 되찾아야 하고 정부는 기업과 근로자의 이같은 노력을 정책적으로 힘차게 밀어주어야 한다. 정부ㆍ기업인ㆍ근로자가 합심해서 제2의 도약에 동참하지 않고선 정부 혼자 아무리 수출 드라이브를 외쳐봐야 진흙탕속에 빠진 바퀴를 끌어낼수 없다.
다행히도 모두가 경제위기에 공감하고 있다. 향후 2∼3년이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진입하느냐,중진국 대열에서 마저 떨어져 나가느냐 하는 중대한 시기임을 실감하고 있다. 이같은 국민적 공감을 여하히 경제성장의,특히 수출의 추진력으로 결집하느냐 하는 것이 남은 과제다.<방민준기자>방민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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