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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익환 목사의 입원(장명수칼럼: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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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익환 목사의 입원(장명수칼럼:1313)

입력
1990.01.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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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4월 평양방문길에서 돌아오는 문익환목사를 동경에서 인터뷰하면서 내가 마지막으로 한 질문은 『법을 어겼으니 처벌을 감수할 것인가』라는 것이었다. 『나는 한평생 실정법에 도전함으로써 실정법을 깨는데 앞장서왔다』고 주장하던 71세의 「운동가」는 그때 이렇게 대답했다.『나는 악법도 법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유신이래 어떤 경우에도 재판을 거부하지 않았다』

내가 1년전의 취재노트에서 문익환목사의 대답을 옮겨적는 이유는 그가 지난16일 서울대병원에 입원하기까지의 복잡한 과정을 지켜보며 느낀점이 많았기때문이다. 그는 인터뷰를 가졌던 다음날인 89년 4월13일 귀국하여 구속되었고,10월5일 1심에서 징역10년을 선고받자 항소했으며,11월부터 건강이 나빠져 가족들이 병원에서 치료받게 해달라고 요청했었다.

우리는 여기서 국가보안법이 악법인지 아닌지에 대해 논쟁할필요가 없으며,또한 순수한 통일열망으로 북에 가서 김일성과 회담하고 왔다는 문익환목사의 주장에 대해서도 찬반론을 벌일필요가 없다고 본다. 우리는 단지 현행법을 위반하여 구속된 칠순의 「운동가」가 한 재소자로서 인도적인 배려를 충분히 받지못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시할 뿐이다.

안양교도소에 수감중이던 문목사를 면회간 가족들이 건강악화를 발견한 것이 11월24일이었고,28일에는 교도소측의 허가로 문목사를 진찰했던 내과전문의가 『허혈성심장질환과 간ㆍ콩팥의 이상이 있는듯하므로 종합병원에 입원하여 진단 및 치료를 받을필요가 있다』고 밝혔었다. 변호인단은 즉각 서울고법에 구속집행정지신청을 냈고,종교ㆍ학계인사 17명이 석방청원서한을 대통령에게 보냈으며,가족들은 기독교회관에서 농성을 시작했고,문목사는 병상조회의 늑장처리에 항의하여 단식에 들어가기도 했다.

재판부ㆍ교도소ㆍ변호인단ㆍ병원사이에 병상조회ㆍ병상조회회신ㆍ병원감정신청ㆍ두차례의 감정인선정의뢰와 회신ㆍ감정인소환ㆍ감정유치명령 등이 오가고 드디어 서울대병원 입원이 이루어지기까지 54일이 흘렀다. 「교도소에서 치료받으며 수감생활을 감내할 수있는 건강상태」라는 것이 교도소의 의견이었고,문목사측의 대응에서 과격한 부분이 있었을 가능성도 있으나,54일의 옥신각신은 누가보더라도 법절차를 빙자한 감정적인 늑장처리란 의심을 불러 일으켰다.

그 늑장처리에서 얻은것은 과연 무엇일까. 재판부는 3공ㆍ5공시절 운동권의 가족이나 이웃이 당국의 부당한 처사에 분노하여 운동권에 합류하곤했던 수많은 예를 이시점에서 깊이 새겼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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