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구조 측면에서 지난해가 토지공개념의 해였다면 올해는 두말할 나위 없이 금융실명제의 해다.워낙 많이 회자된 말이라 일반서민들은 식상해서 무감각해진 면도 있으나 금융자산 소득계층등 이해당사자들은 정부가 과연 이 금융실명제의 고개를 어떻게 넘어갈는지에 대해 벌써부터 비상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지금까지 막대한 금융자산으로 소득을 올려왔거나 장부에 없는 돈을 주고받은 사람들에게 있어서 금융실명제는 일종의 파산선고에 해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더 이상의 검은 거래,검은 소득이 불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듯 일부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가하는 금융실명제를 정부가 반드시 도입하겠다고 나선 이유는 이 제도의 시행이 토지공개념과 더불어 새로운 경제질서의 구축에 필수적인 전제조건이라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나 바로 지난해 정부가 토지공개념의 고개를 넘어온 족적이 이번에도 그다지 큰 기대감을 허용치 않고 있다. 토지공개념중 토지초과이득세법에서 기업의 업무용 부동산이 배제되고 그 단서조항인 기업의 업무용 부동산 판정기준 강화도 아직 실현되지 않고 있어 마치 용그림에 눈이 아직 그려지지 않은 꼴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금융실명제는 지난 80년대 초 그 강압적 통치구조하에서도 한차례 실패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당시 한창 공청회등을 통해 논의되던 금융실명제의 도입이 연기된 표면적 이유는 금융ㆍ조세의 단일 전산망 미비,실명제 실시로 인한 막대한 자금의 은행 이탈로 부동산투기 유발 가능성이 있다는 것 등을 들었다.
그러나 사실상 그 기저에는 정치권을 통한 금융자산계층의 막강한 반발이 깔려 있었던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다름아닌 「정치자금」이 금융실명제와는 상극관계인 풍토였던 것이다.
일본의 경우에도 금융실명제를 실시하기 위해 지난 84년 그린카드제(소액저축자 우대제도)를 도입,이 카드를 쓰지 않는 금융자산은 일정기간 후 종합과세하려 했으나 정치권의 반발로 바로 지난해 모든걸 포기하고 말았다.
올해 우리의 금융실명제 도입만큼은 세밀하고도 일관된 추진으로 마무리 돼,기대에 인색했던 서민들이 도리어 정부에 미안함을 느끼게 되는 수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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