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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형찾은 외교/정광철 정치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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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형찾은 외교/정광철 정치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0.01.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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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와 알제리간의 국교수립 기사는 소홀하리 만큼 담담하게 취급됐다.만약 1년전에 국교가 수립됐다면 1면 머리기사나 그에 상응하는 대접을 받았을 것이 분명하다. 1년이 채 안되는 기간에 우리는 헝가리 폴란드 유고와의 수교,소련과의 영사처 개설 등 큼직한 기사들을 연거푸 다뤄왔다. 알제리와의 수교가 그 무게대로 대접을 받기에는 이미 선도가 떨어졌으며 그만큼 세상이 변한 것이다.

사실 알제리와의 국교수립은 분단국인 우리에게 있어서 적지 않은 의미를 지닌다. 알제리는 지난 62년 프랑스로부터 독립한 이후 북한과는 끊을 수 없는 맹방으로 지내왔다. 7년반의 무력투쟁을 통해 독립한 알제리는 독립하기 4년전 북한이 임시정부를 승인하고 독립전쟁을 성원했던 사실을 잊지 못했었다.

이에 따라 알제리는 세계 어느 국가 못지않게 친북반한정책을 고수해 왔다. 유엔등 국제무대에서 알제리는 북한을 전면 지지한 반면 우리에 대해선 적극적인 방해행동을 망설이지 않았다.

지난 75년 리마비동맹 회의서 알제리는 북한의 가입을 적극 지지해 성사시킴과 동시에 우리측의 가입을 막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에 앞서 67년에는 개발도상국 각료회의에 참석키 위해 방문한 우리대표단(단장 최규하)을 연금하기도 했다.

이밖에 알제리는 86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한국을 여행한 제3국인의 입국을 금지할 정도였다. 62년 독립 이후 줄곧 우리나라를 이스라엘 남아공화국과 함께 기피대상 국가로 지정해온 알제리는 우리가 반드시 넘어야할 외교의 장벽이었다.

이러한 비중을 가진 알제리와의 수교소식이 그다지 충격적이지 않은 것은 우리 외교가 그만큼 성장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지난 1년새 신문지면을 화려하게 장식했던 동구권 또는 비동맹국가들과의 수교소식은 남북관계를 염두에 두고서만 외교업무를 수행해야 했던 외무부가 점차 대결의식의 주술에서 풀려나는 계기이며 남북화해의 주변환경이 무르익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미수교국과의 수교소식이 신문에서 더욱 작게 취급되는 날,그럴수록 통일이 가까운 때라면 지나친 역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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