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경남 합천의 권종현씨가 전화를 걸고 『서울 등 대도시의 주택난이 심각하다고 해서 대도시주변에 자꾸 아파트를 짓는다면 농촌은 더욱 황폐해 진다는 것을 정부가 알고있느냐』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분당이니 일산이니,1백만호니 2백만호니 하는 대규모 주택단지들이 대부분 서울주변에 들어선다는 기사를 신문에서 읽을때마다 답답하기 짝이없다. 농촌에도 좀 투자를 하여 사람답게 살만한 환경을 만들어줘야 젊은이들이 남아있을게 아닌가』라고 말했다.50대의 농부라고 자신을 소개한 권종현씨는 논밭 합쳐 3천여평을 경작하고 있는데,1년에 8개월 일하는 것으로 쳐서 결산을 해보면 하루임금 1만5천원꼴이 된다고 말하고,도시로 가면 노동을 해도 하루 2만∼3만원을 벌수 있으니 모두들 농촌을 떠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요즘 젊은이들은 우리때와 달라서 일하고 먹고 자는 것만으로 만족하지 않는다. 농촌의 생활환경이 도시에 크게 떨어지지 않도록 농촌도 개발해야 한다. 농촌은 내버려두고 도시에만 주택을 지으면 농촌인구의 도시집중을 끝없이 뒷받침하는 꼴이될 것이다』라고 그는 주장했다.
최근 그의 주장과 관련된 2개의 조사결과가 나왔는데,하나는 건설부와 주공이 지난 연말 실시한 「6대도시영세민 실태조사」이고,다른 하나는 서울시가 발표한 「89년도 상주인구조사」이다. 도시영세민 실태조사에 의하면 서울의 경우 74%가 단칸셋방에 온족가이 살고있고,전국적으로 43.4%가 소득이 없는 가구이며,가구주의 57.6%가 건강이 나빠 노동을 할 수 없는 상태였다.
한편 서울시 상주인구조사에 의하면 89년의 전입인구증가율은 85년이후 처음으로 전년보다 0.17%가 줄어든 1.77%에 머물렀다. 88년의 전입인구증가율은 1.94%로 전해의 2배에 가까웠는데,올림픽개발붐이 인구 유입을 촉진시켰던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또하나 주목할 것은 해마다 높은 인구유입을 기록하던 호남이 89년엔 크게 줄어 전남은 11.64%에서 10.5%로,전북은 7.25%에서 6.4%로 떨어졌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서해안개발붐을 타고 호남지방의 일자리가 늘어났고,지역발전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도시영세민의 생활은 비참한 수준이고,농촌은 이농으로 황폐해진지 오래인데,지방개발이 서울로의 인구유입을 억제한다는 상식은 자주 잊혀지고 있다. 신문을 보다가 답답해서 전화를 걸었다는 권종현씨의 진단,『서울에 아파트를 자꾸지으면 농촌이 더욱 황폐해진다』는 말에 새삼 귀를 기울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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