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년동안 여성계가 큰 관심을 기울여온 문제는 여성의 정계진출을 늘려 정책결정기구에 여성들이 참여하도록 해야겠다는 것이다. 특히 올해 상반기중에 실시될 지방의회 선거를 앞두고 각 여성단체들은 토론회 등을 통해 활발하게 의견을 종합해왔다.그동안 모여진 의견은 우선 정치에 뜻을 가진 능력있는 여성들이 각종 선거에 많이 입후보하도록 여성계가 정치교육 등을 통해 후원하고,각 정당들이 여성공천을 늘리도록 촉구하고,일정기간 동안은 여성쿼타제를 제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성의 정계진출이 미약하다는 얘기끝에 흔히 지적되는 것은 여성유권자들이 여성입후보자에게 인색하다는 점이다. 지난 국회의원선거때도 여성입후보자가 여러명 있었으나 지역구에서 한명도 당선하지 못했는데,여성표를 여성에게 몰아주었다면 모두 낙선하지는 않았으리라는 것이다. 이런 지적은 특히 『여성의 적은 여성이다』라는 식으로 말하기를 좋아하는 남녀들이 많이 하는 지적이며,여자들은 단결하지 못한다는 뜻이 내포되어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지난 국회의원 선거는 민주화라는 중대한 과제가 걸려있었고,지역감정에 너나 할것없이 휩쓸렸던 만큼 여성유권자들이 여성입후보자에 대해 고려할 여유가 없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지방의회선거는 여성의 진출을 늘리기에 보다 유리할 것이다.
『여성의 적은 여성이다』라는 말은 사실이 아니지만,여성의 눈에는 여성의 결점이 더 잘 보이기 때문에 점수주기에 인색할 가능성은 매우 높다.
그러나 정계에서 활약하는 남자들 역시 여러가지 결점을 지니고 있음을 고려할때,여성유권자들도 여성입후보자의 결점에 좀더 너그러울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여자라고 해서 무조건 여자를 찍으라는 것은 말이 안되고,여성입후보자쪽에서 여성표를 조직화하는 능력과 손색없는 자질을 지녀야 할 것이나,여성유권자쪽에서도 비슷한 자격이라면 여자를 밀겠다는 자세를 지녔으면 한다.
지역구에서의 여성공천을 늘리기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여성계는 일차로 비례대표에서 일정비율을 여성에게 할당하도록 하는 여성쿼타제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여성에겐 황무지와 다름없는 정치의 세계에서 여성이 자생력을 갖고 뻗어나갈수 있을때까지 제도적으로 일정비율의 여성진출을 보장해야 한다는 안이다.
이 안에 대해서는 역설적으로 남녀차별이라는 지적도 있지만,높아가는 여성의 교육수준과 정치의식을 감안할때,정치에서의 남녀균형을 어느정도 맞춰가려는 노력이 빨리 시작돼야할 것이다.
평민당은 이미 작년11월 지방의회선거에서의 여성쿼타제를 당론으로 확정했고,민정당도 긍정적인 검토를 시작했는데,민주ㆍ공화당이 어떤결정을 내릴 것인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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