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구의 변혁을 지켜보며 우리의 남북관계도 획기적인 진전이 있을 것이라고 꿈꾸는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찬물을 뒤집어 쓴 것처럼 정신이 번쩍 들게하는 짤막한 기사가 최근 신문에 실렸다. 북한이 이달부터 시행하려던 주민들의 국내여행자유화 조치를 전면 보류한 것 같다는 기사가 그것이다.<…북한은 분단이후 계속돼온 여행통제에 대한 주민들의 불만을 해소하기위해 평양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국경선과 휴전선이외의 북한내 모든 지방을 여행증명서없이 자유롭게 통행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거주지군내에서만 자유여행할수있었던 다른지역 주민들은 도안에서 자유롭게 통행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를 작년 10월부터 추진해 왔었다. 국내여행자유화 계획의 갑작스런 보류는 최근 동구권 개혁물결이 북한주민들에게 파급되는 것을 막기위한 것으로 보이다…>
이 짤막한 기사는 우리가 상상하는 북한이란 우리기준으로 상상한 것이지 북한의 실상일수가 없다는 사실을 다시 깨우쳐준다. 일방적인 반공교육으로 우리는 북한의 실상을 사실보다 나쁘게 상상하는 부분이 많을 것이지만,그에 못지않게 그쪽체제를 우리의 상식으로 판단하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공산국가들이 주민을 통제하는 수단은 정보차단,여행단속,식량배급 등 여러가지가 있다고 우리는 들어왔다.
그러나 천원군에 살고있는 사람이 통행증명서를 발급받지 않고는 바로 이웃에 있는 안성군에 갈 수 없다는 현실을 남한의 우리가 상상하기는 어렵다.
북한의 고향에 다녀왔던 현대그룹의 정주영명예회장은 『고향을 방문하던날 나는 동네사람들을 수십명,수백명이라도 마을회관같은 곳에 초대하여 식사라도 대접하고 싶었다. 그러나 식구수대로 식량을 배급받는 그곳에서 수십명,수백명분의 식량을 살 수 있는 곳은 없었다』고 말했었다. 대기업의 총수가 되어 금의환향한 거부도 고향사람들에게 한턱을 낼 수 없는 상황,그것이 식량배급의 현장이었던 것이다.
남북교류,한걸음 더나아가서 통일에 대한 갈망이 너무 크기때문에 우리는 자주 조급한 꿈을 꾸고 단숨에 판문점이 열리는 상상의 나래를 펴기도 한다. 좋은 꿈을 꾸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지만,중요한 것은 우리가 꿈꾸는 상대가 어떤 상태인지를 잊지 않는 것이다.
대통령은 연두기자회견에서 『60세이상의 남북왕래를 당장 실현하자』고 제안했고,평민당은 총재의 북한방문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좋은 제안들이지만 국민의 기대가 너무 높아져서는 안될 것이다. 상대는 아직 국내여행자유화를 이루지 못한 상태란 것을 우리는 기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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