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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시맨의 등장/박승평 논설위원(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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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시맨의 등장/박승평 논설위원(메아리)

입력
1990.01.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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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이 범죄의 소굴이니 위험지역이니하는 소리가 외국도시에서는 가끔씩 들린다. 하지만 현대교통의 이기이자 시민들의 발을 감히 「지옥철」이라고 부르는 나라는 아마도 우리나라뿐일 것이다. 러시아워만 되면 1백만명의 승객이 한꺼번에 몰리는 서울의 지하철은 짐짝인파가 비명을 질러대는 땅속의 감옥으로 변한다. 오죽했으면 빼곡이 실린 인파로 내압을 견디지못한 지하철의 차장이 승객과 함께 밖으로 튀겨 나왔을 정도였으니 승객이 이제는 예사짐짝만도 못해진 형편인 것이다.그런데 들리는 건 지옥철의 악명에 걸맞게 전동차입찰이 또 업자들의 담합으로 유찰됐다는 어두운 소식이다. 앞서 본란에서도 국내 3개 전동차 생산업체의 담합으로 지난해 서울시의 전동차 증설계획이 19차례나 유찰됐던 부당한 사실을 「담합짝자꿍」라는 제목으로 지적하고 개선을 촉구했었는데 불과 한달도 못돼 재벌업체들이 또 고약한 옛버릇을 태연히 재연한 것이다.

빈번한 업자들의 값올리기 담합과 서울시당국의 잇단 유찰을 보는 하루 3백만명에 이르는 지하철이용 시민들의 눈은 차갑다. 승객을 짐짝보다 못하게 취급하면서 자기네끼리 무슨 숨바꼭질이냐고 분통을 터뜨리는 것이다. 이번 사태에서 시민들은 거둬준 세금과 재원을 담합유찰만을 이유로 때맞춰 제대로 집행못해 결과적으로 시민들의 고통을 가중시키는 당국의 무능을 실감한다. 또 타산앞에서는 시민들의 짐짝불편을 볼모로 잡아서라도 값을 올리려는 업체의 반 사회성을 주목하고 있음을 과연 알고나 있는지 모르겠다.

아무리 옛 격언에 「핑계없는 무덤이 없다」지만 핑계의 평행선이 도가 지나칠때 우리사회는 정말 소중한것을 잃게됨을 걱정하는 소리도 높다. 신뢰와 협력의 바탕이 무너져 불신의 골이 깊어지면 안정사회의 골격인 시민의식도 퇴색되어 버림을 지적하는 한탄이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담합유찰에 못지않게 어두운 소식도 들린다. 서울시가 승객의 폭증과 전동차부족으로 승차난이 갈수록 심해지자 궁여지책으로 일본처럼 승객밀어넣기 인부(일명 푸시맨ㆍPush Man) 1백32명을 긴급 고용키로 했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이들 푸시맨을 혼잡도가 극심한 상계ㆍ시청ㆍ당산ㆍ영등포ㆍ길음역등 20개역에 6∼12명씩 배치한다는데 이들의 하는 일이란 뻔하다.

기네스대회에서 좁은 차안에 사람 많이 타기 경연이 있는것처럼 이들 푸시맨들은 정해진 승하차 시간에 맞춰 넘쳐나는 승객들을 차안으로 요령껏 떼밀어 될수록 빼곡이 채우는 일을 맡게될 것이다.

그런데 걱정스러운 것은 푸시맨이 없는 지금도 승객이 차창과함께 밖으로 튕겨져 나오는 난장판인데 푸시맨이 등장하면 결과는 불문가지이다. 더 요란한 비명속에 병원신세를 지는 승객이 늘어나고 견디다못해 집을 팔아서라도 자가용을 사려고도 할 것이다. 자가용을 줄이고 대중교통수단을 확충해야 하는데 거꾸로 유도하는 행정이다.

결국 푸시맨을 지하철부터가 아니라 당국자가 더 이상 늑장부리지 못하도록 뒤에서 떼밀게 시청청사안에 먼저 두어야 한다는 소리가 나온들 할말이 없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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