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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소된 팀ㆍ스피리트(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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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소된 팀ㆍ스피리트(사설)

입력
1990.01.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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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3월14일부터 실시될 90 팀스피리트 한미 합동훈련은 그 규모에 있어서 참가병력과 장비에 걸쳐 10% 감축된다고 한미 두 나라는 발표했다.76년 이 훈련이 실시된 후 처음으로 그 규모면에서 축소된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몰타회담에서 미ㆍ소가 냉전종식을 향해 한걸음씩 접근하고 동유럽에서 연속적인 자유화추세가 큰 흐름을 이루는 가운데 한반도에서도 남북한간에 상이한 내용이나마 최고위회담 논의가 교차되는 상황이고 보면 이번 팀스피리트훈련의 규모감축은 단순한 「양적 축소」 이상의 의미를 함축한다고 볼 수 있다.

팀스피리트훈련이 한반도에서의 유사시에 대비한 방어훈련임이 누차 강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자체의 군사훈련이나 군사력 전진배치는 제쳐놓고 우리측의 이 연례적이고 공개적인 훈련을 필요에 따라 일련의 남북회담 거부의 구실로 삼아왔다.

78년 3월20일로 예정되었던 제26차 남북적 실무회의를 하루전인 19일 북측이 평양방송을 통해 그 해의 팀스피리트를 이유로 일방적으로 무기연기시킨 이래 모처럼 진전될 듯하던 각종 남북접촉의 유산에 대부분 이 훈련의 실시가 이유가 됐었다.

물론 이런 남북접촉과의 연계는 팀스피리트에 대한 비난여론으로 주한미군 철수를 유도해보겠다는 저의도 담겨있는 것이다. 그것은 북한의 필요에 따라 이 훈련이 남북접촉과 연계되기도 했고 그렇지 않기도 했다는 데서 잘 나타난다.

훈련축소를 발표하면서 당국자는 이번 훈련의 내용이나 성격이 예년과 다름없음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가까이는 10일의 연두회견에서 대통령 스스로가 「한반도 긴장완화의 성의를 위해」 그 규모를 축소하겠다고 밝혔듯이 남북간에 앞으로 전개되어야 할 접촉의 분위기에 대한 배려가 담겨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여기서 우리의 관심은 북한이 이것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다. 훈련의 내용이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크게 유의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지금 「남북간의 군축」이 제기될 만큼 세계적인 추세는 급변하고 있다. 이 커다란 지구적인 흐름을 거역하면서 끝까지 고립할 수 없다면 훈련 상호참관의 제의를 받아들이고 신뢰를 바탕으로 한 남북간의 군비통제의 모색에도 동참해야 할 것이다.

팀스피리트훈련이 미국의 군비축소추세에 따른 긴급대처군 체제와 무관하지 않다면 앞으로 이 훈련의 규모는 이 지역의 정세와 깊이 관련될 것임은 물론이다. 그것은 비단 한반도의 정세뿐만 아니라 동북아시아ㆍ태평양지역에서의 소련의 움직임과도 깊이 관련된다는 의미가 될 것이다.

어떤 의미,어떤 형태이건 군비축소란 일단 상호신뢰의 바탕을 선행요건으로 삼기 때문에 이번의 훈련규모 축소는 북한은 물론이고 소련에 대해서까지 상응하는 「신뢰구축의 장」에 나오도록 하는 계기로서도 뜻을 가진다고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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