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도시의 「교통난」문제가 대통령의 연두기자회견에까지 등장했다. 노태우대통령은 10일 올해의 국가운영 방침을 밝히는 자리에서 『교통난 해결대책에 대해서』 질문을 받고 답변했다. 『앞으로 10년간 60조원이라는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서 교통난 해소에 힘쓸 것』이라는 복안이었다. 대도시의 교통문제가 국가적인 문제로 언급되는 일이 세계적으로 흔한 일은 아니다. ◆한국 대도시의 교통문제는 그만큼 심각하다. 서울 도심의 경우 자동차의 평균시속은 18km로 엉금엉금 기고 있다. 공기는 매연에 찌들도,지하철은 그야말로 아침 저녁으로 「지옥」과도 같은 형편이다. 길거리에 버리는 시간과 기름을 줄잡아 계산해 보자면 한해 2조3천억원이라는 보고서도 있었다. 그래서 해결방안에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정부는 대도시 교통 종합대책을 마련하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한해 3백억원 규모의 교통범칙금을 교통시설 투자로 돌리고,버스 전용차선제를 확대하고,불법 주차단속을 강화하고,그린벨트안에 버스차고를 짓게 하고,영세 버스업자들을 통폐합하고…하는 따위다. 이에 앞서 서울시에서도 4대문 안에는 시내버스가 드나들지 못하게 한다는 기가 차는 제안을 내놨었다. ◆서울시민으로 다리가 성한 사람이라면 교통문제에 한가지쯤 할 말이 있을 것이다. 문제는 승용차가 너무 쏟아져 나온다는 간단한 사실에서 시작된 것이다. 서울 도심에서는 약 7천대가 불법주차를 하고 있다는 보고도 있었다(국토개발연구원). 그러니까 불법주차단속을 제대로 하는 것만으로도 7천대는 거리에 나오지 못할 것이다. ◆도심에 주차장을 만든다는 것은 도심에 자동차를 불러들이는 것과 같다. 또 싼 기름값도 문제다. 과소비를 부추기는 것이기도 하다. 문제는 자동차 산업과 승용차를 가진 사람들의 기득권를 해치지 않고 교통난을 해결하자는 정부의 태도에 있다. 먼저 버스전용차선제의 전면적 실시로 대중교통의 길을 터주면 된다. 그 다음 무엇을 탈 것인가는 각자가 결정할 일이다. 큰 돈들일 필요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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