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공청산문제가 일단락되고 민주당과 공화당간의 제휴 움직임이 구체화되면서 정계개편 논의가 부쩍 활기를 띠고 있다. 합당이라는 종착역까지 갈 수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민주공화」카드는 사실 일반적으로 오래전부터 예상돼온 개편카드는 아니었다.그보다 먼저 4ㆍ26총선이 끝나면서부터 얘기되었던 것은 민정당과 공화당간의 합당가능성이었다. 두정당은 그뿌리나 인적구성이나 성분ㆍ성격이 워낙 비슷한데가 많아 상당한 동질성을 지금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장 빠를줄 알았던 양당간의 제휴는 중간평가문제를 두고 잠깐 구체화되는가 싶더니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는 못했다.
「민정공화」카드에 이어 「민정민주」카드도 상당한 설득력을 가지면서 얘기되어왔다. 양당은 그 뿌리와 성분에서 많은 차이가 있지만 지역적배경이나 이념적 성향에서는 상당한 유사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민정평민」카드는 「평민공화」카드와 마찬가지로 서로가 여러가지면에서 차이가 많기때문에 극적인 계기가없는 한 성립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번에 일부 소장파의원들이 앞장서 통합운동까지 벌였던 「평민민주」카드는 뿌리나 성분에서 동질성을 가지고있으나 지역적 배경이 다르고 두김씨간의 감정의 갈등때문에 성사를 기대하기 어려운게 사실이다. 그러나 양자간의 통합이 가져올 무서운 위력때문에 그 가능성을 언제나 배제할 수는 없을 것이다.
4당체제가 기대와는 정반대로 「황금분할」이 아니라 아무일도 하지못하는 「무능분열」로 허우적거리게 되자 정가는 이상 열거한 여러가지 카드를 요리조리 맞춰가며 저마다 현상타파의 묘수를 궁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런 궁리 저런 궁리끝에 구체적인 현실로 제일먼저 나타난 것이 바로 「민주공화」카드인 셈이다. 관심도 기대도 그리크지 않았던 뜻밖의 카드가 먼저 출현한 것이다.
사실 따지고보면 이 카드는 합당까지 간다고 하더라도 4당체제를 3당체제로 바꾸기는 하지만 현재의 원내세력판도를 근본적으로 뒤집을 수는 없기 때문에 현재의 정국운영에 당장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은 아니다. 양당이 의석을 합쳐도 평민당보다는 의석이 많지만 민정당의석에는 훨씬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다만 몇년뒤에 다시 닥쳐올 수 있는 대통령직선을 생각한다면 두당이 가지고있는 지역적배경이 다르기 때문에 적지않은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장래를 내다볼때 「민주공화」카드에 곁들여 생각나는 것은 작년말 박준규 민정당대표위원이 얘기한 양당제의 정계개편론이다.
박대표는 그 발언파문으로 물러났지만 그가 남기고간 「민정당해체 전제의 양당제 정계개편」구상은 여전히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특히 민정당안에서도 「정계개편의 궁극적방향이 그길밖에 없다는 것을 말은 안해도 알만한 사람은 다알고 있는 것 아니냐」는 말이 공공연한 비밀처럼 나돌고 있다.
박대표의 그러한 개편구상은 시기적으로 발설이 좀 일렀을 뿐이며 그것이 바로 민정당의 본심이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그래서 지금 추진중인 「민주공화」카드가 「민정민주공화」라는 보수대연합의 카드로 가는 건널목이 아니냐는 그럴듯한 추측까지 나오고 있는 것이다.
11일부터 시작되는 청와대영수회담시리즈에서 개편 탐색전이 어디까지 갈지가 큰 관심거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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