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대비 비전제시에 역점/인척 후계 쐐기… 범여 결속 노력노태우대통령이 10일 연두기자회견에서 밝힌 내용은 올 국정운용 지표라기보다는 향후 10년후의 21세기를 예비하는 기본적 국정의 토대라는 느낌을 갖게 해준다. 특히 경제문제에 관한 노대통령의 정책방향은 도전과 퇴행이 교차하는 오늘의 시점에서 도전쪽을 택하려 하는 국정 최고운영자의 의지로 해석되어질 만하다.
이날의 회견에서 가장 관심를 끄는 대목은 정계개편문제에 대한 능동적 입장표명과 정치일정ㆍ내각제개헌ㆍ후계구도에 관한 보다 분명한 의사표명으로 볼 수 있다.
이와 함께 남북 관계개선을 위한 진일보한 제안들,특히 김일성 신년사 내용의 불합리성을 지적하면서도 자유왕래와 「전면개방」의 수락은 남북관계에서 상당한 여유를 갖고 있음을 나타내주는 대목이다.
동구의 혁명적 변화와 냉전체제 와해등 새로운 국제질서 재편기류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되,결코 북한을 자극하지 않겠다는 뜻을 배경에 담고 있는 것으로 이해된다.
노대통령이 이날 북측에 새롭게 제안한 내용은 자유왕래 및 전면개방에 앞서 ▲60세이상 연령층의 고향방문 허용 ▲통신ㆍ통행 등 2통협정 체결추진 ▲90년 아시안게임전 남북 체육교류 등으로 요약되어진다. 노대통령은 또 남북간 긴장완화를 위해 상호 군사훈련 참관을 요청하는 한편 남북 정상회담의 조속한 개최를 촉구했다. 이는 김일성이 제안한 남북 최고위급이 포함된 당국 및 정당 수뇌 연석회담 개최에 대한 분명한 반대의사이며 실질적 문제해결을 위한 당국자간의 성의있는 대화를 재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노대통령은 이러한 전향적 제안들을 내놓으면서도 굳건한 안보태세를 견지해갈 것임을 강조해 한반도가 안고 있는 「현실과 이상의 괴리」를 은연중 지적해놓고 있다.
노대통령은 이날 일문일답 부문에서 정치문제,즉 정계개편ㆍ보혁구도ㆍ연합공천ㆍ연정 등의 대목에서는 긍정과 부정의 반어적 수사를 적절히 구사하며 각각의 문제에 대한 자신의 소신을 밝혔다. 그의 이같은 반어법 구사는 이들 문제가 여든 야든 정치권 전체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혀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되는데,그럼에도 행간의 의미는 대강 전달되도록 배려하고 있다.
우선 정계개편문제에서 노대통령은 『인위적으로 갑작스럽게 이뤄질 수 없는 것』이라면서도 『정치상황의 변화에 따라 당간에 연합이나 통합형식의 정계개편이 이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금은 정관의 입장이지만 정치상황의 변화에 따라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도 있다는 가변적 의미를 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되어진다.
여기서 유의해야 할 것은 특정야당과의 제휴설에 대한 부정적 입장,그리고 『민정당의 문이 열려있다』는 표현,또한 『4당구조에 어려움이 있지만 어떤 정책문제등에 대해서 제휴를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 점,이와함께 『당적을 옮기는 것이 보장이 돼있고,기존 4당의 변화에 융통성을 가지고 지켜볼 것』이라고 언급한 대목등은 각각 서로 다른 표현이면서도 연계성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내용의 핵심은 향후 정치권에 어떠한 변화가 오더라도 그 변화의 축은 반드시 민정당이 돼야 한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이합집산의 움직임이 거세게 일어날 경우 민정당도 적극 대응해 당세를 강화해 나갈 것이라는 공세적 태도표명으로 볼 수 있다.
노대통령은 보ㆍ혁구도의 변화에 매우 부정적 견해를 피력했는데,최근 일고 있는 민주ㆍ공화 양당간의 통합추진 움직임에 대한 일종의 반응으로 보여 주목된다. 노대통령은 이어 정치일정의 불변방침과 내각제 추진 및 개헌에 소극적 입장을 보였다.
민정당 후계구도,이와 관련한 노대통령 친ㆍ인척의 향후 거취는 국내ㆍ외의 최대 관심대목이었다. 노대통령은 이 부분에서 대통령 취임이후 가장 분명한 언급을 했다.
노대통령은 『나의 친ㆍ인척 중에서 후보자가 나온다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고 그런 일이 없다는 것을 다시한번 강조한다』고 말했는데,이는 그간 정가에서 일어왔던 각종 억측에 대한 분명한 쐐기이다.
친ㆍ인척의 범주가 어디까지 해당하느냐의 해석상 차이가 제기될 수도 있으나 일단은 이 언급으로 범여권의 결속강화에는 큰 도움을 줄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회견을 정리한다면 가히 혁명적이라 할 수 있는 국내ㆍ외적인 상황에서 국정을 맡은 대통령으로서 당면한 국가현실을 설명하고 향후 10년의 21세기를 예비하기 위한 비전을 제시하는 데 역점이 두어졌다고 보여진다. 기조연설의 대부분이 경제난국 타개ㆍ균형성장ㆍ복지문제 등에 할애된 것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이종구기자>이종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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