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대통령의 연두회견은 요즘 활발히 거론되고 있는 정계개편이나 경제난국 극복등에 대한 획기적인 정책제시는 없었지만,남북관계의 개선을 위한 전향적이고 구체적인 방안이 제시됐다는 점은 주목을 끌고 있다.노대통령의 연두회견이 21세기를 내다본 90년대의 첫출발의 해란 점에서 정치와 사회 전반에 걸친 일대 쇄신을 위한 구체적 정책제시를 기대했던 국민들에게는 미흡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가진자의 절제와 근로자의 자제로써 경제난국을 극복하자는 노대통령의 호소에서 안정속에서의 민주발전을 이룩하려는 그의 의지는 충분히 비쳐졌다고 본다.
특히 노대통령이 남북문제에 있어서 북한 주석 김일성이 신년사에서 제시한 남북 자유왕래 전면개방안에 대해 회의적인 견해를 표명하면서도,즉각 거부하지 않고 남북교류의 현실적 방안을 다시 제시했다는 것은 주목할 만한 부문이다.
노대통령이 이날 제시한 남북간의 편지와 전화교환과 이산가족의 자유왕래 제의는 김의 전면개방 제의에 대해 현실적인 주문을 한 것이다.
즉 그간 7ㆍ7선언등 일련의 대북성명에서 지속적으로 밝혀왔던 정부의 단계적 통일접근 노력을 더 구체적으로 표명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노대통령이 전면개방원칙을 환영하면서도 그 전단계로 단계적인 왕래,신뢰구축,그 일환으로서의 팀스피리트훈련의 축소나 상호 군사훈련 참관,통신ㆍ통행ㆍ통상의 이른바 3통협정의 체결을 거쳐 전면개방에 이르도록 하자는 것은 북한의 지금까지의 대남태도로 봐 선뜻 수락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하더라도 국내외에서 수긍될 수 있는 합리적인 접근방안이라고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이같은 우리 정부의 진지한 노력에 대해 북한이 얼마나 호응해오느냐에 따라서 그 성과가 결정될 것이라고 여겨진다.
노대통령은 여야가 민감하게 받아들일 정계개편과 개헌문제에 대해선 국민의 뜻에 따를 문제라고 구체적 언급을 회피하면서도 현재의 여소야대의 4당구조가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그것이 지역정당에 바탕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민이 불안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지적,정계개편의 당위성은 시사했다고 보겠다.
내각제개헌 논란에 조기상조론의 입장을 밝힌 것이라든가,친인척문제에 관한 항간의 소문들에 대해 분명한 선을 그은 것 등은 앞으로 정국운영에 불필요하게 야기될지도 모를 혼선예방을 위해 적절한 언급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노대통령은 연두회견에 잇달아 3야의 총재들과 연쇄회담을 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날의 회견이 90년의 정국운영,경제난국 극복,90년대의 통일접근에 관해 총론을 제시한 자리였다면 이 연쇄회담은 정치발전과 경제안정을 위한 각론의 자리가 되길 기대하며 이점 회담에 임하는 세 야당총재에게도 똑같이 바라고 싶다.
90년의 의미가 어떤 것인지는 여러차례 강조된 바 있다. 우리가 앞으로 감당해야 할 내외의 변인들은 우리를 두껍게 에워싸고 있다. 이것을 헤쳐가려면 우리의 지혜,우리의 노력 못지않게 우리의 합의가 필요하다. 기조에 있어 일관성 있는 정책들이 지속적으로 펼쳐질 때 그 합의는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올 살림의 방향이 제시되고 그 내용이 구체적으로 논의될 회담들을 기대에 찬 눈으로 주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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