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민의 대응/지자제승리 여세 장기전 기대/최근 여에 잇단 유화손짓 주목/정책연합ㆍ연정 선호… 당내 통합움직임엔 강한 쐐기김대중 평민당총재의 민주ㆍ공화 통합추진과 조기 정계개편 주장을 바라보는 입장은 착잡하다는 표현이 적합할 것 같다. 김총재는 『지금 단계에서의 정계개편 주장은 성급한 것이며 정국주도권 상실을 우려한 당리당략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정계개편에 반대하는 논리를 정립하고 있지만 김영삼ㆍ김종필총재의 밀착이 노리는 제1차 목표는 자신의 고립화라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민주ㆍ공화가 추진하고 있는 조기 정계개편은 5공청산 대타협의 여세를 몰아 2월 임시국회에서 법적 청산을 마무리 지은 다음 제1야당의 위치에서 지자제선거에 임한다는 자신과 평민당의 새해 정국구상에 역풍으로 작용할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여기에다가 재야입당파의 모임인 평민연의 소장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야권통합 논의도 자꾸만 신경을 쓰이게 하는 대목이다. 김총재는 김영삼ㆍ김종필총재의 밀착에는 두 김총재의 지자제선거를 앞둔 위기의식과 김영삼총재의 자신에 대한 절치부심의 감정, 김종필총재의 보수대연합에 대한 전략 등이 뒤엉켜 있다고 보고 성공가능성이 별로 없는 무리수가 될 것이라는 판단을 하고 있으나 당장 눈앞에 전개되고 있는 민주ㆍ공화의 공동보조가 달갑지 않는 차원을 넘어선 불쾌한 것인 것만은 틀림없다.
설사 두 김총재의 정계개편 추진을 자구책에서 비롯된 무리수라고 보더라도 민주ㆍ공화의 통합은 자연스럽게 평민당으로부터 제1야당의 기득권을 빼앗아 가게된다. 그리고 이 통합이 김공화총재의 구상대로 민정일부까지 가담하는 보수대연합으로 발전할 경우 평민당은 고립되고 자신의 지지기반인 호남권이 지역적으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추측도 별로 어렵지 않다.
김총재는 정계개편에 대해 당내외로 두가지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당외로는 민주ㆍ공화의 통합추진을 비롯한 조기 정계개편 주장을 국민의 염원을 외면한 성급한 것으로 비난하면서 제동을 걸고 당내에서는 소장의원들의 야권통합 주장을 수렴하는 형식을 빌려 당내 단속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김총재는 신년 시무식연설을 비롯해 기회가 있을 때마다 『지금의 당면과제는 2월 임시국회에서 법적 청산을 마무리 짓는 것이며 지자제에 당력을 총집중해야 한다』고 말해 지자제에 승부처를 두고 있음을 분명히 하는 한편 『5공청산이 되자 국민들의 관심은 민생치안과 교통 물가 주택 환경및 교육문제 등에 모아지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주장과 함께 새해들어 두드러지고 있는 것은 민정당과 여권에 대한 평민당과 김총재의 뚜렷한 유화제스처이다. 김총재는 박태준 신임 민정대표에 대해 이례적으로 후한 인물평을 했고 평민당은 민주당을 비난하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민정당에 대해 일체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이를 두고 평민당 외부에서는 노태우대통령과 김총재의 관계로 상징되는 현 정권과 평민당의 관계가 공안정국 이전으로 원상회복되었다는 견해가 나오고 있다. 지난 3월 중간평가가 사실상 백지화되었을 때 「노김밀월」 얘기가 공공연히 나돌았고 내각제 개헌논의에 대한 빗장이 풀리기 시작했던 기억을 되살리고 있는 것이다.
김총재는 정계개편 그 자체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당위성을 인정하고 있다. 그리고 개헌논의에 대해서도 내각제 개헌논의의 절대불가라는 고정관념을 깬지가 이미 오래이다. 다만 개헌논의에는 부통령제 도입과 2차 결선투표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현행 대통령중심제의 보완과 내각제 개헌에로의 권력구조 변경 등이 있을 수 있으며 어느 경우에든 선거등을 통해 국민의사 확인과정을 거쳐야만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본다면 김총재의 정계개편 구상이 매우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뤄지고 있음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즉,제1야당의 기득권을 가지고 지자제선거에 임해 지지기반 지역에서 승리를 거두고 취약지구에서는 연합공천등을 통해 교두보를 확보한 다음 유리한 상황에서 점진적인 정계개편을 시도해 차기 대권고지를 넘보겠다는 것이다. 여기에서의 점진적인 정계개편은 정당해체와 신당창당 등의 급격한 방법보다는 정책연합이나 연정 등을 통해 정치적 공감대를 넓혀나가는 방법이 유력하지 않나 싶다. 이 경우 평민당이 택할 정책연합이나 연정의 파트너로는 민주ㆍ공화당보다 민정당이 유력할 것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김총재 계산으로는 평민당이 정계개편에 착수할 시점이 되면 민주나 공화당은 그 세가 현격히 즐어든 상태에 놓여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평민당은 부분현상이긴 하지만 성급한 정계개편론을 얘기했던 민정당의 박준규 전대표가 전격 경질되었고 민정당의 새 당직개편이 당내 화합중심으로 이뤄진 의미를 나름대로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번의 민정당 당직개편의 의미가 민주ㆍ공화가 추진중인 통합등의 조기 정계개편과는 거리가 멀다는 판단이다. 평민당 일각에서는 박 전대표를 중심으로 한 여권내의 원로그룹과 민주ㆍ공화당이 조기 정계개편에 상당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것 같다는 얘기가 나돌곤 했었다.
평민당은 김영삼총재가 민주당의 소장통합파 의원들을 단속해 나가고 있는 것을 지켜보면서 당내에서의 통합논의 공식화와 통합추진 공식기구설치 등을 통해 소장의원들의 통합운동을 단속해 나가려 하고 있다. 평민당 지도부는 김민주총재가 선수치듯 정계개편을 들고나온 이유중 하나가 평민당보다는 민주당에서 거세게 일었던 통합움직임을 잠재우는 데 있었다고 보고 이러한 판단을 소장통합파 의원설득에 십분활용할 태세이다.
민주ㆍ공화의 통합과 조기 정계개편 추진에 대한 대응논리 수준에 머물고 있는 김총재의 정계개편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언급은 오는 15일로 예정된 신년기자회견에서 이뤄질 것으로 보이지만 오는 11일로 예정된 노대통령과의 청와대 단독영수회담에서 어떤 형태로든 정계개편에 대한 내밀한 얘기가 오갈 것으로 보여 그 결과가 벌써부터 주목되고 있다. 평민당내의 지배적인 견해는 과거 영수회담의 전례로 비춰 볼 때 김총재와 노대통령이 지역감정 해소와 국가차원의 바람직한 정국운영 구도설정등을 위해 공감의 폭을 상당히 넓혀나갈 것이라는 것이다.<이병규기자>이병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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