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감정적… 호기ㆍ위기 양면성/북한은 세대교체 돼야만 변화 가능/통일 위해선 남한도 조금더 변해야지난해 동구권의 대변혁은 도도한 시대의 조류가 되었지만 아직도 그 앞길에는 험난한 암초들이 길을 막고 있다. 특히 28년간의 장벽을 허문 동독은 통일문제까지 겹쳐 민주화의 도정이 결코 순탄할 것같지만은 않다.
8일 20만명의 대규모 반공ㆍ통독 시위가 재발한 라이프치히 카를 마르크스대 연구실에서 만난 위르겐ㆍ퀴블러 교수(58ㆍ정치학ㆍ남미서구개혁이론전공)는 이러한 동독의 현상을 「거대한 감정의 폭발」로 분석하면서 이를 「동시에 호기와 위기」라고 진단했다.
양독 관계에서 지금 가장 중요한 일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퀴블러 교수〓현 상태의 안정위에 새로운 협력방안과 내용을 정하는 일이다. 특히 양독은 유럽의 자유와 안전을 위해 특별한 책임을 져야한다. 무엇보다도 쌍방의 주권은 존중돼야 한다.
콜 서독총리의 통독 10개항에 반대하는 일부 동독인들의 입장은 자본주의 침투를 우려한 때문인가.
▲현 동독의 상황은 내부적으로 변혁을 겪는 어려운 상태인데 콜의 10개항은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고 있다. 급격한 변화에 많은 사람들이 감정에 치우쳐 통일을 주장하지만 지금은 서로가 동등한 입장에서 대화를 통한 공생을 논해야할 시점이다.
따라서 동독에서 정치적 규제 대상이었던 「독일문제」(Deutsche Frage) 즉 통일문제(하나의 독일)논의는 당분간 중지돼야 한다.
통일방안에 대한 동독의 입장은.
▲양독간의 정치적 발전을 위한 여러가지 대화와 논쟁이 개진되고 있지만 통일문제는 독일만의 문제가 아니다.
독일문제에 권리를 가지고 있는 2차대전 승전연합국과의 논의도 선행돼야 하며 양독이 서로 소속한 나토ㆍ바르샤바 두 군사기구간의 새로운 관계정립이 선행돼야 한다는 문제도 있다. 한 예로 두기구간에 평화조약 체결 같은 것이 그것이다.
또 주변 인접국의 우려와 이해가 얽혀있기 때문에 기존의 헬싱키 협약을 통한 양독간의 활발한 접촉으로 현명한 관계 발전이 가능하다고 본다.
개방된 장벽에는 가보았는가.
▲서베를린에 있는 도서관에 볼일이 있어 다녀왔다. 하지만 장벽 붕괴가 시기상조이며 분위기도 성숙되지 않았다는 나자신의 판단때문에 매우 어색하고 부자연스러웠다.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고 있는 것처럼 이를 통해 마약,에이즈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
동독에는 마약이나 에이즈가 없다는 말인가.
▲거의 없다. 흔히 사람들은 장벽의 단점만 얘기하지만 이러한 부작용의 유입을 통제해온 장점도 알아야 한다.
물론 장벽에 찬성하지는 않지만 장벽붕괴는 감정폭발을 의미하기 때문에 많은 부작용이 우려되고 있다. 한 예로 이러한 감정 폭발현상은 다양한 정치적 견해를 가져왔지만 위험한 극우 과격적 사고도 분출되고 있다. 따라서 감정의 폭발은 호기인 동시에 위기이다.
극우적 사고를 말했는데 현재 이러한 조짐이 있는가.
▲이땅에 그러한 경향이 되살아난다는 점에서 매우 충격적이고 불안한 마음이다. 라이프치히에 항상 있었던 통일요구 월요시위는 계속 확산되고 있으며 반공단체들이 무장을 갖춘 준군사조직 체계로 정비되고 있다는 사실도 주목된다. 과거 역사의 과오를 되풀이 해서는 절대 안될 것이다.
동구의 변혁을 민주주의 승리로 보는가.
▲역사상 민주화되지 않은 사회주의는 성공한 예가 없다고 본다. 즉 앞으로의 사회주의 개혁은 민주화된 민주적 사회주의를 마르크스레닌주의에 어떻게 접목시키느냐는 문제다. 물론 이는 현재의 개혁모델이 지속될지 또는 완전히 방향을 달리할지 모르는 힘든 투쟁과정이다.
질문에서 민주주의가 곧 자본주의인 것처럼 국한시킨다면 너무 단순한 사고방식이다. 민주주의에 여러 개념이 있는 반면 자본주의도 여러 모순을 안고있다.
지금의 시점은 사회주의의 분기점이다. 역사가 계속 발전하길 바라는 사람이 자유로운 사회에서 한 인간으로 자신을 실현하고자 원한다는 사실에서 지금의 공산주의는 한계에 이르렀다. 발전의 대전제를 위해 사회주의 체제는 변화를 겪고 있는 것이다.
한반도 상황은 어떻게 보는가.
▲전문가는 아니지만 남북한체제는 서로 배타적인 모순을 안고 있다고 본다.
단시일내에 경제발전을 이룬 남한이 민주화란 정치적 문제를 안고있는 대신 북한은 현체제를 그대로 유지하지 못할 것이라는 점이다.
개인적 견해로는 북한이 관료적 전체주의로 현 사회주의의 위기를 극복하려 할것으로 본다. 이는 북한사회의 발전이 한계에 이르렀음을 의미한다. 이때문에 통일도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북한에 세대교체가 일어나면 변화,즉 개혁이 일것은 분명하다. 역사적으로 그런 정권이 계속 생존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북한이 개혁되면 쉽게 통일이 되지 않겠는가.
▲통일의 가능한 토대가 마련되기 위해서는 남한도 조금은 변해야 한다.<라이프치히=김영환특파원>라이프치히=김영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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