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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교제(장벽을 헐자/분단 45년… 북의 삶과 풍습 살펴본다: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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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교제(장벽을 헐자/분단 45년… 북의 삶과 풍습 살펴본다:6)

입력
1990.01.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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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풍조 확산… 성범죄가 사회문제로/부모 일나간 빈집데이트 많아/대학생 “연애 물의”땐 퇴학까지연애결혼이 중매보다는 적지만 40%가량되고 점차 늘어나는 추세라는 귀순자들의 얘기를 들어볼때 북한사회의 남녀관계는 상당히 자유로워지고 있는 것 같다. 최근에는 성풍조도 문란해져 성범죄가 사회문제가 될 정도라는 것이다.

북한당국의 80년대들어 사회주의적 도덕품성을 유난히 강조하고 있는 이유도 바로 자유연애의 확산 등에서 기인한 기강해이를 바로잡기 위한 것이라고 북한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양장과 하이힐차림의 처녀들이 평양의 밤거리를 남자와 함께 다정하게 걸어가는 모습은 북한여행자들에게 그다지 낯선 모습이 아니다.

그러나 북한사회에서 자유연애가 보편적으로 이루어지는 정도는 아니다. 획일화되고 폐쇄된 사회에서 연애는 아직도 지극히 사적이고 은밀하게 이루어진다.

그 이유중 하나는 북한주민들이 개인적으로 시간이 없다는 점이다. 보통 8시간일하고 8시간 잠자며 나머지 8시간에는 각종 집회나 사상교육에 참석해야 하는 북한젊은이들에게는 사사로운 만남을 즐길 수 있는 시간적 정서적 여유가 없다. 대학은 남녀공학이지만 6년간의 고등중학교(중ㆍ고교과정)가 남녀공학을 채택하지 않고 있는 교육제도도 한 요인이다.

체코유학중 지난해2월 망명해온 김은철군(23)은 『연애는 못해봤지만 평양의대 같은반의 여학생과 친하게 지내 유학중 편지도 자주 받았다』며 『사랑이 싹트더라도 공개적 표현을 극도로 자제할 수 밖에 없는 것이 북한 대학생들』이라고 말했다.

대학생들의 공개적 이성교제는 「생사를 건 투쟁」이다. 북한대학생들이 연애를 해 물의를 빚으면 1차 경고,2차 정학,3차 퇴학처분을 받게된다.

북한당국은 대학생들의 이성교제로 골치를 썩이고 있다. 직장ㆍ군생활을 마치고 결혼적령기를 앞둔 학생들간의 이성교제를 완전히 막을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대개 비밀리에 만나 모르는체 대학생활을 하다 졸업후 결혼승인을 받아 가정을 이룬다. 직장인의 이성교제는 대학생보다 폭이 넓고 비교적 자유롭다. 연애결혼의 대부분이 직장에서의 만남을 통해 이루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직장인들은 남녀가 합석하는 각종집회ㆍ교양모임을 통해 자연스럽게 이성을 접촉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된다. 당국도 결혼적령기 남녀의 이성교제는 「조직생활의 기강을 흐트리지 않고 생산목표에 저해요소가 되지 않는 범위내에서」묵인하고 있다고 한다.

북한의 연인들은 서로를 부를때 「자기」라는 말을 많이쓰며 「사랑한다」는 표현도 통상쓰는 말이다. 아주 가까운 사이가 되기전에는 남자는 여자에게 「OO동무」,여자는 남자에게 「OO동지」라는 호칭을 쓰는데 여자가 남자에게 경칭의 의미로 사용되는 「동지」라는 말을 쓰는것은 남존여비관습의 영향이다.

평양의 연인들이 즐겨찾는 데이트코스로는 모란봉공원,평양체육관앞광장,대동강변의 오솔길,보통강변 등이 꼽힌다. 여관은 있지만 「출장증명서」가 있어야 숙박할 수 있고 다과점이 몇군데 있을뿐 대중적 다방이 없어 밀어를 나눌 곳이 많지가 않다.

20여개음식점이 늘어서 있는 「창광거리」가 고급스런 만남의 장소로 이용되기도 하지만 주로 「밤9시 대동강변 4번째 팔각등밑 의자」 「저녁9시 학습후 제2작업반축사뒤 밤나무 아래」식으로 데이트약속을 한다.

더욱 은밀한 사랑을 나누기 위해서는 한적한 공원ㆍ강가ㆍ야산을 많이 이용한다. 한 관광객에 의하면 여름철 공원을 산책하다보면 콘돔을 더러 발견하는 일이 있다고 한다. 북한에서도 남성은 콘돔,여성은 링(루프)이 보편적인 피임기구이다.

망명유학생 전모군(22)은 『젊은층이 사랑을 나누는 가장 일반적인 장소는 부모가 일을 나가고 비어있는 집』이라며 『미혼자들은 피임기구를 구하기가 어려워 대개 여성의 월경주기를 이용한 피임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귀국하는 유학생들은 친구들에게 콘돔을 더러 선물하는데 대단히 인기가 있다고 한다.

북한주민들의 성풍조는 생각보다 개방적이며 혼전여성들이 성에 대해 적극적이고 문란한 편이라고 한다. 미혼모를 「해방처녀」라고 부르는 것도 성해방풍조에서 나온 말이다. 북한당국은 여성이 폭행을 당해 임신을 하면 비밀리에 임신중절수술을 받게하고 사생아는 육아원에서 「혁명의 기수」로 기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성폭행이나 부화사건(간통) 등이 잦아진 이유중 하나는 주택난이 심각해 신혼부부들이 살림집을 구하지 못하고 별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김만철씨의 경우도 결혼6년만에 신접살림을 차렸다고 했지만 장기간의 별거는 부화사건이 많아지는 큰 원인이 되고 있다. 별거 신혼부부들이 공원 등에서 만나 은밀한 사랑을 나누는 것을 본 청소년들이 야간작업후 귀가하는 부녀자나 교대하러 밤에 출근하는 여성근로자를 납치ㆍ폭행하는 성범죄도 일어나고 있다.

북한당국은 점차 개방화되고 때로는 문란하기까지 한 남녀관계풍조의 확산을 막기위해 정치ㆍ사상교육을 강화하고 있지만 성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김상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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