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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현장의 새 모습(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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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현장의 새 모습(사설)

입력
1990.01.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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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관계가 우리 앞날의 큰 변수임은 많은 국민의 공통된 인식이다. 산업평화를 저해하는 갈등과 분규의 책임을 노ㆍ사ㆍ정이 함께 분담해야 한다는 공감대도 크게 형성되었다. 이제 노사관계는 합리와 효율에 따른 원칙과 규율을 개발하고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이런 뜻에서 현대자동차 노조의 결단은 매우 의미 깊은 본보기를 남겼다. 연말 상여금 추가지급을 요구한 현대자동차 노조의 태업에 대해,회사측은 단체협약 위반으로 맞서 불응하고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적용하여 태업일의 봉급을 삭감했다. 노조측은 강경대응을 회피하고 깨끗하게 회사측 주장에 승복한 것이다.

투쟁만능으로 오도되는 듯한 노사분규가 이렇게 상쾌한 결말을 지을 수 있음에,우리는 신선한 감동을 맛보며 자신감을 드높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노조측은 경험부족과 의욕과잉을 솔직하게 시인하면서,안일한 사고와 무계획성의 잘못을 거리낌 없이 털어놓고 나섰다. 이것은 「무조건 밀어붙이면 된다」는 종래의 투쟁방식에서 크게 전환한 합리적 행위로 평가해야 할 것이다.

우리가 주목할 핵심은 두가지다. 불합리한 요구의 철회와 원칙에 순응한 타협의 정신이다. 이만해도 우리의 노사관계는 한단계씩 성숙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극한 투쟁은 언제나 최후의 수단일 뿐이다. 사용자에 대한 노조의 요구는 반드시 합리성이 있어야 하고,대화와 설득의 경로를 끈기있게 지켜가야 할 것이다.

그동안 우리는 가열한 노사투쟁을 겪어 왔다. 불신의 골은 더욱 깊어지고 사회 전반에 위기와 불안을 확산시켰다. 그렇게 만든 원인은 여러가지이겠으나,무엇보다 경기규칙조차 없는 난투전 탓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경험은 결코 헛된 것만이 아니고 그 뜻을 살리면 값진 것으로 바뀌게 마련이다. 산업평화를 위한 훌륭한 선례가 쌓이면 귀중한 경험칙으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무리한 요구와 무한투쟁의 억제도 좋은 선례의 하나로 새로운 노사관계의 규율로 작용할 것이라 기대된다. 무노동 무임금의 원칙은 노조의 자기강화를 촉진하는 계기도 될 수 있으리라 믿어진다. 스스로의 힘으로 분규를 넘기는 축적이 요구된다는 뜻이다.

우리는 이 기회에 기업의 자기혁신을 거듭 촉구한다. 아직도 골프장이나 만들어 돈을 불려 나가겠다는 졸부식 발상을 계속한다면,근로자에게 자제를 구할 발판을 내팽개치는 거나 다름 없다. 고통의 전가가 아니라 분담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기가 아닌가.

우리 노동운동은 근로조건의 개선을 목표로 하는 노동조합주의를 지향함이 옳다고 새삼 주장하는 바다. 노사를 혁명수단으로 이용하는 계급관계로 보는 시각이 있는 한,산업평화의 정착은 바라기 어렵고 혼란이 계속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이러한 시각을 불식하려면 기업과 노동자들의 이해와 타협정신을 북돋워 줄 환경조성이 시급하다.

노사관계의 지표는 투쟁이 아닌 화합이다. 이번에 그 지표를 다시 확인할 수 있었음은 매우 다행한 일이다. 노사를 연결하는 디딤돌을 소중하게 활용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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