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민ㆍ민주 소장파의원들 세 급격 위축/양김 각개 격파에 “역부족” 실감/핵심그룹들 붕괴 “서명 당분간 무의미” 실패 자인/심정적 공감은 여전… 일부는 진보세력 가담 가능○…연초부터 위세를 떨칠듯 하던 소장의원들의 야권통합운동은 불과 4∼5일만인 9일 들어 급격히 그 세가 사그라들고 있다.
지난 87년 대통령선거 당시 야당후보 단일화운동의 연장선상에서 야권에서는 항상 「매력적」 인화성을 갖고 있었던 야권통합 명분은 결국 두김의 철벽권위만을 재확인시킨 채 좌절을 맛볼 단계에 이른 것이다.
지난 연말 5공청산을 이슈로 청와대 영수회담의 대타협에 불만을 표시하는 것으로 표면화된 소장파의 야권통합 운동은 13대 들어 처음으로 김대중ㆍ김영삼 두 김총재의 권위주의적 정국운영 방식에 조직적 대항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었던 것이 사실.
특히 5공청산의 정치적 매듭이 「완결」된 이후 정계개편의 활발한 논의가 신년 정치를 몰아갈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에 그 파장은 갖가지 정치권 변화의 가능성을 포함할 것으로 예측됐었다.
「야권통합」이라는 메뉴는 두 김위주의 야당정치에 대한 비판적 논의에 약방의 감초격으로 상존,두김의 신경을 항상 눌러 왔으며,더구나 5공청산 이후를 끌고 나가기 위한 이들의 신년구상에 거추장스러운 걸림돌로 인식돼 왔음이 틀림없다.
특히 김영삼 민주총재의 경우 청와대회담 직후 4당체제 타파를 공언한 마당이어서 그의 야권통합에 대한 대응논리가 어떻게 정리돼 나올 것인지에 정가의 흥미가 쏠려왔던 실정.
결과는 한마디로 조기 정계개편론을 내세운 김 민주총재의 허를 찌른 속공에 지리멸렬돼 버린 형국이다. 김 평민총재 역시 김 민주총재의 발빠른 전략에 발맞춰 평민 소장의원의 장악에 성공함으로써 외형상 마치 두김의 「합동작전」인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묘한 뒷맛까지 남기고 있다.
○…소위 13인의 소장서명 의원들이 지난 연말 공동입장을 담았던 대상이 「타협적 5공청산」이었고,이들 스스로가 야권통합운동으로의 발전은 논의의 여지를 남겨두는 것이었지만,이들이 평민ㆍ민주 소속의원들로 구성됐다는 점은 주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사실 내부적으로 이들의 뜻은 야권통합의 대의를 전제로 한 것이었고 당시의 5공청산 이슈는 워밍업 정도로 여겨졌기 때문에 그 후속행동의 차단을 위해 양당 지도부는 끈질긴 접촉을 벌여왔던 것.
민주당의 경우 지난해 영등포 재선거 이후 공개적인 야권통합론 시발의 진원지였다는 점에서 「올 것이 왔다」는 예상된 범주의 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였으나,평민당의 경우 민주당으로부터의 인화로 「당황」의 정도가 더컸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게다가 이들이 양당내 중진그룹의 공감대를 배후에 업고 있었기 때문에 사태의 진전여부에 따라 통합운동은 엄청난 가속력이 붙을 것으로 생각됐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지난 연말 전두환씨 국회증언장에서 소란을 벌인 의원들이 공교롭게도 모두 이들 서명의원들로 나타나 여론의 추이가 주춤거린데다가,통합운동의 실효성 확보를 위한 중진의원 참여문제등 세 확산방법을 놓고 내부마찰도 일기 시작하면서 서명확산의 본격 착수가 질척댈 조짐을 보였다는 전문이다.
○…여기에 기습적으로 던져진 김 민주총재의 「지자제전 정계개편」 발언은 민주ㆍ공화 통합논의를 점화시켰고 이는 평민ㆍ민주 양당 우선통합의 초점을 크게 흔들리게 했다. 특히 김 민주총재는 대선당시 분당등을 들어 김 평민총재에 대한 공개적인 비난발언을 거듭,평민ㆍ민주 통합논의의 가능성에 미리 쐐기를 박아버림으로써 통합운동을 좌절시키려는 심리전까지 병행했다.
민주당내에서는 공화와의 접합에 극심한 알레르기반응을 보이는 듯 했지만 그의 구상이 공화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는 김 민주총재와 핵심간부들의 각개 격파식 진화는 설득력을 발휘했다. 서명의원들에 대한 독대가 거듭됐고 지난 7일로 이들의 단속작업이 완결됐다는 것이 김 총재측의 설명이다.
별도 교섭단체구성까지 불사하겠다며 서명작업을 주도하던 김정길 장석화 노무현의원 등 핵심멤버중 장의원이 지난 8일 미주동포문제 세미나 장소인 아카데미하우스에서 김총재와 면담을 가진 뒤 핵심그룹도 무너졌다.
김 평민총재 역시 통합논의의 당내 공론화를 내세워 9일 열린 당무지도 합동회의에서 당내 대책기구를 설치토록 함으로써 개인행동을 일단 묶어 놓은 뒤 통합논의를 당 공식차원에서 거론토록 해 평민ㆍ민주간의 공동논의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로 회귀했다.
김 평민총재의 시기상조론이 주조인 가운데 평민의 핵심그룹인 이상수 이해찬의원은 이 자리에서 『당차원에서 더욱 적극화해야 한다』면서도 『서명은 당분간 무의미하게 됐다』고 자신들의 통합운동 실패를 자인했다.
○…현재 통합운동을 고수하고 있는 멤버는 민주의 김정길 노무현의원과 무소속의 이철의원 뿐인 것으로 나타나 있다. 평민의 이철용 양성우의원은 이날의 회의에 불참하는 것으로 「현장」을 회피했다.
그러나 평민의 이상수 이해찬의원이 여전히 「민주세력의 통합」이라는 소신을 견지하고 있고 민주의 이탈의원 역시 소장의원들간에 일수 있는 심정적 공감대는 여전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결국 자신들의 소속 본영으로 복귀해 버린 이들이지만 야권내 공동행동의 한 전례는 기록한 셈이고,또 향후정국이 보수연합의 방향으로 전개된다면 이들 중 일부는 진보세력에 가담할 가능성도 없지않다.<조재용기자>조재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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