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의 의중/민주와 통합은 중간단계 불과/“범여 장로역”… 일 자민당식 구상/조기개편 신중… 민정포함 대연합 실현 시간벌기인듯새해 정계개편 정국에서 김종필 공화당총재는 김영삼 민주총재와 정계개편 공동추진을 하겠다고 나섬으로써 그의 행보가 향후 정계판도와 관련,큰 주목을 받고있다.
지난해말 박준규 전민정대표의 「발전적 민정당해체」 내용의 정계개편 발언에 이어 김영삼 민주당총재가 「지자제실시전 정계개편」이라는 충격탄을 던지고,이들과 내밀히 의견교환을 해온 김총재의 화답이 김영삼총재와의 공동보조라는 데서 향후 정국풍향을 가늠할 수 있는 한 척도가 되고 있다.
김총재는 지난 5일 민주당 진영에서 민주ㆍ공화의 조기통합설이 흘러나왔을 때 『세상일이란 다 시간이 있는 법』이라며 일단 제동을 걸었다. 그러나 통합론의 내용에 대해선 『가능성을 이루기 위한 이런저런 노력』이라고 완곡하게 표현,민주ㆍ공화 통합을 정계개편의 한 대안으로 추진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특히 김총재가 민주당측에서 흘러나오는 개편시점에 다소 불만을 가지고 있으면서도,되도록 이를 우회적으로 표현하려 애쓰는 모습에서 민주당을 개편구도의 파트너로 굳히고 있음을 찾아볼 수 있다.
그렇다면 김총재의 의중에는 민주ㆍ공화의 통합이 어느 정도 비중으로 자리잡고 있을까. 양당 통합이 김총재에게 묵직하게 자리잡고 있음은 분명하지만 종착역은 아니라는 것이 김총재측근인 김용환정책의장 김용채총무 등의 한결같은 견해이다.
지난해 6월 김총재가 지역구인 부여에서 행한 「색깔론」 발언이후 그의 지론이 되어온 보혁 구도론을 고려해 볼 때 양당 통합은 범보수 연합으로 가는 한과정으로 널리 이해되고 있다. 즉 김총재가 생각하는 보수대열에서 민정당은 대주주이기때문에 정계개편의 최종그림은 민정ㆍ민주ㆍ공화의 연합내지는 통합이라는 것이다.
김총재가 민주ㆍ공화 조기통합론에 언급,『인위적ㆍ물리적으로 지나치게 앞당기다 보면 또다른 문제를 만든다』며 제동을 걸었던 점도 민정까지 포함하는 연합을 유도하는 데 좀더 시간이 필요하다는 원로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또 지난 6일의 김영삼김종필 골프회동 합의중 『어떤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다』 『정계개편을 지자제 이전까지 추진하되 안되면 계속 추진한다』라는 「모호한」 문구도 김 공화총재의 시간벌기와 김 민주총재의 조기추진 사이의 타협결과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윤곽이 거의 드러났는데도 김총재가 8일 당직자들에게 정계개편과 관련,함구령을 내리는 한편 자신도 원론적 발언만 계속하는 이유는 지난해 여름정국때의 경험때문인 듯하다.
공안정국의 초입이던 지난해 7월10일 김총재는 노대통령과 단독영수회담을 가진 뒤 5공청산의 차선책을 고집스레 주장하다 여권의 「후원」도 얻지 못한 채 야당성 시비에 휘말리면서 당내 반발이 일어났던 씁쓸한 경험을 맛보았다. 당시 김총재가 주변여건이 무르익지 않은 상태에서 갑작스레 차선책을 꺼냈던 이유는 『7ㆍ10회담에서 정계개편에 관한 밀도있는 논의가 오갔고 노대통령으로부터 어떤 언질을 받았기 때문』이라는 뒷말들이 많았다.
이런 풍문들은 김총재가 그후 한동안 공ㆍ사석에서 노대통령에게 배신감을 느낀다는 발언을 공공연히 퍼뜨려왔던 사실과 관련,상당히 근거있게 들렸었다.
어쨌든 이때 공동보조없는 1인극이 위험천만이라는,사실을 깨달았고 이때문에 이번 민주ㆍ공화 조기통합설에 신중한 태도를 취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골프회동에서 김총재가 김 민주총재와 보조를 맞추려 애썼던 것은 파트너인 김 민주총재의 입지를 넓혀주려는 배려와 함께 지자제선거에 앞서 여권을 범보수 연합구도에 끌어들이려는 의도가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김총재가 한때 거론된 바 있는 민정평민연합에 대해서 『당리당략에 따라 편의적으로 연합해서는 안된다』고 견제성 발언을 하는가 하면 『너구리와 여우가 함께 모여 같은 얘기를 해도 속셈은 다르다』는 독한 비유를 서슴지않은 배경도 여권을 향한 구애의 또다른 표현인 듯 하다. 그러나 여권이 향후 정계개편에서 민정평민연합을 택하려는 조짐을 보일 경우 김총재는 민주당과의 조기통합에 선뜻 나서는 승부수를 던질 가능성도 높다.
공화당의 소속의원ㆍ당직자 대부분도 김총재의 신중한 행보에 발맞춰 기대와 우려의 교차속에 관망자세를 보이고 있다. 이들은 그동안 제4당의 초라함을 절감해왔기에 통합으로 인한 「신분격상」에 내심 싫지않은 표정들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지나치게 민주당측에 이끌려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특히 구여권출신 당직자들은 「김영삼구상」이 양당통합후 여권견인으로 파악,지나치게 조급히 추진될 경우 불필요하게 여권을 자극,도리어 여권으로부터의 역견인공세를 유발할 수도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처럼 군데군데 돌발변수가 깔려있는 정계개편에 있어 김총재가 지난해 이미 「선구자」를 자임했던 것은 평소 지론때문이기도 하지만 35석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하는 속마음도 한몫하고 있다.
통치구조에서 김총재가 일관되게 주장하는 내각제 지론도 『대통령제는 전부 아니면 전무인 체제로 지역감정의 골만 깊게하고 있다』는 일반론에 근거하지만,「4등에서의 탈출」을 노리고 있음도 간과할 수 없다. 김총재가 공사석에서 자주 내비치고 있는 일본의 자민당식 보혁 구도를 보면 대략 그가 마음에 두고 있는 통치구조가 드러나 있다. 한 측근은 자민당식 구조를 『범여권에서 일정지분을 가진 장노로서 정국운영의 일익을 담당할 수 있는 묘책』이라고 말하고 있다.
한걸음 더나아가 김총재자신은 『내할일이 끝나면 남으라고 붙잡아도 정계를 떠나겠다』고 무욕을 강조하고 있으나,정계개편이 내각제식 보혁 구도로 된다면 그 할일이 생각보다 커질 수 있지 않느냐고 측근들은 기대하고 있기도 하다.<이영성기자>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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