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코올 중독 남의 나라일 아닙니다”/재산ㆍ가정파탄 경험자등 3백여명 회원/독서ㆍ토론 통해 극기… 백일땐 축하파티도/“매일 음주욕구가 곧 중독 증세”많은 애주가들이 해마다 연초가 되면 금주선언을 하지만 대부분은 작심삼일로 끝나고 만다.
국제단주동맹 한국지부회(회장 최성식ㆍ34)는 알코올중독으로 파탄일보직전에서 자기자신과 가정을 구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의 클럽이다.
지난한해동안 우리나라 국민 한사람이 마신 술은 소주로 약50여병. 소련다음으로 세계 2위라고하는 우리나라에서 이 클럽은 지난81년 3월 발족됐다.
알코올중독으로 건강과 재산을 날린 회장 최씨가 지난79년 미8군 121병원부속 알코올ㆍ마약중독자 치료시설(RㆍTㆍF)에 입원,2년여동안 치료를 받으면서 세계적인 단주동맹(AㆍA)을 한국에도 보급키로 한 것이 구체적 계기였다.
최씨는 『술은 일단 중독되면 자신은 물론 가족과 재산을 하루아침에 파탄시키는데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알코올중독문제에 너무 안이하며 술꾼인 것을 자랑한다』고 말한다.
5명으로 출발한 단주클럽의 회원은 현재 가족들까지 3백여명으로 늘어났다. 19세 청소년에서 70세 노인까지 골고루 가입돼 있지만 한창 일할 나이인 40대가 가장 많다.
직업은 샐러리맨,교사,변호사 등 스트레스때문에 술을 많이 마시는 화이트칼라들이 주종을 이룬다. 클럽은 이들의 자발적 헌금으로 운영된다.
회원들은 입원환자와 치료를 받고 다시 사회생활을 하는 복귀자로 나뉘는데 환자회원들은 매일모여 알코올퇴치책자 독서와 토론 등 16단계의 훈련을 받는다.
복귀자 회원들은 1주일에 두번정도모여 토론과 경험담을 나누며 서로 단주의지를 북돋워주고 있다. 술을 끊은 날로부터 백일,한돌 등에는 파티를 열어 축하하기도 한다.
모임장소는 국내유일의 알코올중독 클리닉인 서울 마포구 도화2동 가든호텔뒤 강정원의원 4층회합실. 이 모임의 고문인 이 병원원장 강정원박사(58)는 『알코올중독은 음주량,음주기간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말한다. 매일 술을 마시고 싶은 욕망이 생기는 사람이 알코올중독자라는 것이다.
단주클럽이 추정한 우리나라의 알코올중독자는 2백만명정도이며 이중 약 5만명이 당장 입원치료해야 할 심각한 상태라는 것이다.
단주한돌을 맞은 회원 이모씨(33)는 알코올중독으로 87년 7월부터 약 3개월간 강정원의원에 입원했었다.
『술만 마시면 엄마를 때리는 아빠를 태권도를 배워 혼내주겠다』는 아들(7)의 말을듣고 이씨는 적극적인 회원이됐다.
은행원 박모씨(40)는 야간대학을 나와 고시공부를 하던중 갈등을 술로 해결하려다가 3번이나 자살을 기도했으나 부인의 간곡한 애원으로 단주클럽에 가입,술을 끊었다.
박씨는 알코올중독의 후유증으로 아직도 수전증에 시달리고 있지만 악몽같던 지난날로 다시는 돌아가지 않겠다고 말한다.
열성적 여자회원인 조모씨(47)는 남편이 바람을 피워 이혼한 뒤 술로 세월을 보내다.
금주클럽에 가입,술을 끊고 2개월전부터는 보험회사 영업사원으로 일하고 있다.
회장 최씨는 『알코올중독 치료의 시작은 자신이 알코올중독자임을 자각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지난해말 송년회 과음으로 목숨을 잃은 사람들이 많았던 것이 심상치않은 현상이라는 최씨는 『우리나라도 10년안에 알코올중독이 마약중독만큼 심각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클럽의 연락처는 7121922.【송용회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