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마이애미 지방법원에서 파나마의 전 실권자 노리에가장군에 대한 재판이 시작되면서 몇가지 곡절들이 벌어지고 있다. 노리에가측은 자신이 정치범이므로 미국법원은 자기를 마약밀매 혐의로 재판할 권한이 없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미국측은 노리에가와 재판에 관한 협상은 안한다는 점을 다짐하고 있다. ◆파나마인이면서 미국의 「정치범」이라고 자처하는 노리에가의 말이나 재판에 관련된 「협상」 거부라는 표현 등이 우리 상식으론 얼른 알아듣기가 어렵다. 그런가 하면 노리에가가 외부와 전화통화도 할 수 있고 또 파나마군 제복을 입을 수 있도록 허용되는 「특례」도 나타나 시선을 끌기도 한다.◆지난해 5월7일 실시된 파나마 대통령 선거에서 야당의 기에르모ㆍ엔다라 후보가 우세해지자 느닷없이 노리에가장군이 선거무효를 선언하고 스스로 국가수반으로 취임한 것부터 이례이더니 12월15일엔 파나마 의회가 자국이 미국과 전쟁상태에 있다고 선언하여 평상시도 아니고 선전포고도 아닌 묘한 국면을 빚기도 했다. ◆파나마에 거주하는 3만여 미국인들의 안전문제가 생기고 무더기 인질사태 우려가 있었다고 해도 선전포고 없이 미군이 대거 침공한 것도 드문 일이었다. 하긴 소련도 대군을 아프가니스탄에 침공시킨 일이 있긴 했다. 한나라 지도자가 마약거래로 돈을 만지고 그 가족이 프랑스 은행에 1백30만달러를 예금했다는 일등도 모두 우리에겐 상식밖의 일들이다. ◆1823년 미국이 선언한 먼로주의는 타국의 아메리카주 불간섭,미국의 유럽 불간섭을 골자로 하지만 서반구에서의 미국의 독점적 간섭을 정당화하는 이론으로 확대 해석되기도 했다. 이번 미국의 파나마 침공도 그런 기득권 감각에서 비롯된 것처럼 보인다. 한나라의 수반이 이웃나라에 끌려가서 마약밀매 혐의로 재판에 회부되고 그러면서 정치범이라 주장하는 일등이 대국의 기득권 소산으로 간주되는 냉엄한 힘의 논리를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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