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안고 있는 경제적 난제가 한둘이 아니라는 것은 우리 모두가 피부로 느끼고 있는 중이다. 노사관계는 불안하고 기업은 투자를 꺼리고 생산성은 떨어지고 수출은 갈수록 즐어들고,그래서 고도성장은 속도를 잃었다. 한말로 선진국 문턱을 앞에 놓고 가장 중요한 시기에 비틀거리고 있는 양상이라고 할 수 있다.대부분의 경제전문가들은 올해의 우리나라 경제를 작년보다 더 나빠지거나 잘해야 작년 수준에 머물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리고 있다.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이러한 비관론에는 그럴 만한 충분한 근거와 이유가 있다는 것을 금세 알 수 있을 만큼 우리 주변의 사정은 가시적이며 심각하다.
비록 투기바람은 얼마간 가신 것 같지만 과소비 풍조는 날로 더해지면서 고소득층의 향락성 소비성향이 이젠 중산층에까지 번져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소득의 분배구조가 악화되어 손쉽게 번돈이 소비를 부추기는 바람에 많은 사람들이 저축의욕을 잃고 저축률도 줄어드는 추세이다.
노사문제의 전망도 결코 밝지 못하다. 최근 3년동안 해마다 치러오는 대형 노사분규가 금년 봄에도 어김없이 찾아오리라고 보는 기업인들이 많은 데다가 정부측도 올 경제의 최대변수를 노사분규와 그에 따른 임금상승률,산업피해의 도에 두고 있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대부분의 크고 작은 기업들이 임금과 조업조건,복지환경 등의 분규 불씨를 안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금년에는 상대적 저임금 지대인 중소기업과 영세부품업체에까지 노사갈등이 확산될 조짐이 커서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 연말에 발표한 90년 경제운용계획을 보면 우리산업의 경쟁력 회복과 그를 통한 성장과 안정의 유지가 산업평화의 정착과 임금고율 인상의 자제에 있음을 명백히 하고 있다. 그래서 정부는 불법쟁의에 대한 강경대처방안을 새해초부터 실행에 옮기고 있지만 강경책에는 언제나 한계가 있는 법이어서 어디까지 그 방안의 실효를 거둘 수 있게 될 것인지 두고 볼 수 밖에 없다.
강경책의 집행은 결국 공권력에 의한 분규요인의 강제진압이 주가 될 것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반발이 일어날 수밖에 없으며,반발이 거세면 거셀수록 안정을 얻기 위한 강경책이 안정을 해치는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없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분명히 말해서 요즘의 투자부진과 수출 감퇴현상이 노사분규의 탓만이 아니라 정부에 의한 경제정책의 일관성없는 표류와 실기,기업인들의 투자 기피와 재테크 편향,균형을 잃은 분배구조 등에도 상당부분 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는 이상,강경책만으로는 문제의 근본적 해결이 어렵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출이 우리 경제를 떠받들고 있는 최대의 지주라는 것은 새삼스런 설명을 요치 않는다. 지금까지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담당해오던 수출이 둔화되었으니 성장이 주춤해지는 것은 당연하다. 수출부진ㆍ성장의 둔화가 경기의 침체를 불러오고 그것이 곧 경제의 위기의식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 90년대를 맞은 우리경제의 현황이라고 할 수 있다. 노사분규에 따른 생산 차질과 기업의욕의 상실,근로의식의 이완 그리고 환율절상과 원자재값의 상승 등에 기인한 고임금ㆍ저생산이 수출 채산성을 악화시켰으며 거기에다 무역마찰이 가세해서 수출부진을 가속화시켜온 셈이다.
지속적인 성장만이 우리 경제를 선진국으로 진입시켜주는 지름길이며 그러기 위해서는 모든 경제주체가 과도한 제몫찾기 욕구를 억제해야 한다는 데 이론을 달 사람은 없다. 노사분규를 최소화시키는 것이 새해 우리 경제의 최대 과제라는 점에도 이의는 없지만 산업평화의 달성은 근로자의 욕구자제 못지 않게 정부와 기업에 의한 노사분규 요인의 제거작업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될 것 같다.
산업평화와 함께 생산성및 기술을 향상시키고 산업구조의 개혁,계층간 갈등해소책의 과감한 추진 등을 통해 우리는 우리가 당면해 있는 새해의 경제난국을 슬기롭게 극복해나갈 수밖에 딴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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