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부지ㆍ「보라매」등 밤이면 “무법”/불량배들 텐트 치고 숙식도/산책ㆍ데이트등 엄두도 못내시민들의 휴식처인 공원도 강ㆍ절도범의 아지트가 돼버렸다. 서울의 한강시민공원,보라매공원,남산공원,종묘일대,대학로주변 등 유명장소는 물론 크고 작은 주택가의 근린공원까지 낮에도 혼자서 다니기가 불안할 정도의 「공원」이 돼버린지 오래다.
여의도 뚝섬 잠실 등 13곳 2백10만평에 펼쳐진 한강시민공원은 낮에는 시민들의 체육 놀이 휴식공간이지만 밤이면 무법지대로 변한다. 이곳에서는 부녀자희롱,살인강도 등 갖가지 범죄가 저질러지고 강도는 대개 강간과 함께 벌어진다.
회사원 박모씨(24)는 지난해 9월11일 0시30분께 서초구 반포동 반포아파트 57동 앞 고수부지를 약혼녀 장모양(24)과 함께 거닐다 칼을 든 심모군(16) 등 10대 5명과 마주쳤다. 『있는것 다줄테니 그냥 보내달라』고 애원하면서 현금 8만원과 시계를 내주었던 박씨는 약혼녀가 번갈아 폭행당하는 것을 보면서도 어떻게 해볼수가 없었다. 반항하다 옆구리를 칼에 찔린 박씨와 장양은 그뒤 파경을 맞고 말았다.
지난해 4월7일 하오8시께 천호대교부근 고수부지에 남자친구 2명과 머리를 식히러 갔던 문경숙양은 같은 또래의 불량배 3명을 피하려고 올림픽대로를 건너가다 승용차에 치여 숨졌다.
당시 부근에는 1백여명의 시민이 있었으나 범인들이 문양의 친구를 마구 때리고 문양을 잡으려고 2백여m나 추적하는 등 10여분간 난동이 벌어졌는데도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용산구 동빙고동의 주부 윤경옥씨(27)는 『평소에도 고성방가 부녀희롱으로 시달려 왔는데 지난 가을 고3인 조카가 친구 2명과 고수부지에 놀러갔다가 깡패들에게 맞고 2만7천원을 뺏긴 뒤부터는 낮에도 한강에 나가기가 꺼려진다』고 고개를 흔들었다.
88년 한햇동안 통계에 잡힌 범죄만 3백79건에 이르는 등 한강시민공원의 「치안부재」 현상이 심각하자 서울시는 지난해 7월부터 밤10시∼다음날 상오5시 한강시민공원의 차량진입을 금지했다. 또 지난해 10월 청원경찰을 68명에서 2백5명으로 대폭 증원했다. 그러나 청원경찰은 이촌과 망원지구,63빌딩과 한강대교사이 등 보안등이 없는 「사각지역」의 순찰은 엄두도 못내는 실정이며 아직도 1백여명의 인원이 부족한 상태다.
경찰에 의하면 지난해 11월까지 한강일대에서 발생한 범죄는 2백75건으로 이미 88년수준에 이르렀고 살인ㆍ강도ㆍ강간이 9건,절도 33건,폭력 77건,경범 1백55건으로 1백84명이 구속됐다.
서울시내의 크고 작은 2백여개 공원도 무섭기는 마찬가지. H대 2년 김모양(20ㆍ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은 지난해 11월26일 밤10시40분께 강남구 신사동 신사근린공원에서 남자친구와 데이트중 장모군(17) 등 고교생 3명에게 폭행을 당한뒤 심한 좌절과 방황을 이기지 못해 신학기에 휴학할 예정이다.
구랍3일 하오8시40분께 동작구 신대방동 보라매공원의 연못가에서는 생일파티를 하던 김모군(17ㆍ무직ㆍ관악구 신림2동) 등 3명이 『중학교 선배를 몰라 본다』며 노모군(17ㆍ서울 N고2) 등 2명을 각목 등으로 때려 6주의 상처를 입혔다.
보라매공원의 경우 날씨가 춥지않은 계절에는 공원내에서 텐트를 치고 숙식하는 우범청소년들도 많아 시민들을 위협하고 있는 실정이다.
보라매공원 부근인 동작구 신대방1동 우성아파트주민 김영덕씨(40ㆍ교사)는 『공원이 문을 연뒤부터 아이들을 데리고 자주 산책을 갔으나 불량청소년이 많고 교사인 나로서도 선도할 자신이 없어 이제는 거의 나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종묘앞 시민공원에서는 동전던지기 주사위놀이 장기 등 각종 야바위노름이 횡행하며 이를 둘러싼 각종 범죄가 자주 발생한다.
대학로 인근 이화동ㆍ혜화동 주민들은 대학로에서의 범죄가 잦자 관할 종로구청에 대학로폐쇄를 요구하는 서류진정을 4차례나 내고 구두 또는 반상회 등을 통한 진정을 계속하고 있다.
혜화동주민 도회순씨(53ㆍ사업)는 『월요일에 나가보면 술냄새가 진동한다』며 『도심에 살면서도 주말이면 딸에게 「금족령」을 내리고 자율학습으로 늦게 귀가하는 딸을 항상 마중나가야 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인접도로 확장공사에 따라 지난해 9월부터 1년간 일요일의 「차없는 거리」가 철회된 대학로는 범죄의 위협이 해소되지 않는한 영원히 폐쇄될 가능성도 커 시민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김경철기자>김경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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