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공 청산과 그 후유증으로 휘청거리고 있는 민정당이 대표ㆍ총장ㆍ총무 등 중요 당직의 개편을 단행했다. 그렇지 않아도 새해 벽두부터 정치질서의 재편논의가 무성한 터여서 국민들은 노태우정권 이후 네번째로 단행되는 당직개편에 나름대로 기대를 걸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새로 출범한 박태준대표 체제가 현재 외풍내환을 맞고 있는 여당을 이끌며 당면과제들을 제대로 해결ㆍ돌파할 것인가에 대해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민정당의 인재의 가용범위에 한계가 있다는 인상만을 더 짙게 해준 것 같다.판에 박은 전형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적인 풍토에서 집권당이 갖춰야 할 기본적인 위상이 있다. 한마디로 국정을 과감하고 자신있게 추진하는 일과 정국을 주도하는 일이다.
6공 이후 지금까지 보여온 민정당의 위상과 몰골은 말이 아니었다. 물론 5공 청산이란 무거운 숙제도 그렇고 여소야대 정국에 눌려 기진맥진한 점도 있지만 결코 합당한 변명이 될 수는 없다. 소위 TK다 비TK다 하며 당내의 주도권 다툼으로 운영에 혼란이 오고 이로 인해 시국변화에 무책과 안이한 자세로 일관함에 따라 정국 주도보다는 정국에 질질 끌려가다시피한 것은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박태준대표 박준병사무총장 정동성총무 등은 겉으로는 TK파의 배제와 지역안배 등을 곁들여 비교적 정치적으로 중도계로 구성된 점에서 평가할 수 있을 듯싶다. 5공 청산을 통해 분열과 마찰로 만신창이가 되다시피한 당내 형편에서는 어쩔 수 없는 궁여지책일 것이다. 하지만 비TK파 서명파 백담사측 무마 등에 1차적 초점을 맞춘 것 같은 이번 체제가 얼마나 자신있게 당을 이끌고 난국을 타개해나갈 것인지는 의문의 여지가 많다.
이 때문에 벌써부터 당내 일각에서 과도기용,땜질용이라는 평과 5공 회귀가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음을 새 체제는 유의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일단 기용된 이상 새로운 체제는 침체된 당을 재정비,되살리는 노력을 서둘러야 한다. 5공 청산 이후 여당이 해결해야 할 숙제는 만만치 않다. 사분오열되다시피한 흐트러진 분위기를 융화하고 밖으로는 정계개편과 지방의회 선거준비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적어도 새 체제가 당내 화합으로 분위기를 일신하여 여당의 위상을 어느 정도 회복할 경우 커다란 성과로 평가될 수 있을 것이다.
당내 화합은 무작정 관료적이고 일사불란한 운영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며 또 화려한 격려와 치사만으로 구축되는 것이 아니다. 두말할 여지가 없이 지금까지 수없이 말로만 내세웠던 당내 민주화의 실천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당원이 7백만이든 1백만명이든 숫자의 규모는 별로 의미가 없다. 모든 문제를 민주적 논의에 붙이는 데서 막강한 당력과 구심점이 생기게 마련인 것이다. 중집위 의원총회 그리고 정책위와 중앙위 산하 각분위를 수시로 열어 당운영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 그래야만 정계개편의 파고와 지방선거에도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을 것이고 특히나 집권 3년을 맞는 올해를 진정 「노태우 시대」로 개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박대표는 일단 여당의 조타수역을 맡은 만큼 포철등 어떠한 당외직도 즉각 결별해야 한다. 포철의 출발에서 성장까지 그의 공로는 모두가 인정하는 바이지만 미련이나 겸직은 결코 납득할 수가 없다. 이젠 박대표 스스로 정치에 몰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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