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SJP 「정계개편 합의」 의미와 전망/30분간의 요담서 전격 합의… 시기싸고 다소 논란/“범보수 결집”… 민정과 위상 관심/내부 반발 변수… 자충수 우려도김영삼 민주ㆍ김종필 공화총재는 6일 가진 골프회동에서 『지자제선거 전에 정계개편을 마무리하며 이를 위해 어떤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말해 민주ㆍ공화 양당 통합 가능성을 전제로 한 정계개편 추진의 신호를 올렸다.
이날 두 김총재의 합의사항은 매우 포괄적이긴 하지만,이는 민주당 등 두 총재가 이끄는 당내 사정을 감안한 것일 뿐,지난 4,5차례의 골프회동을 통해 깊은 공감대를 형성했기 때문에 사실상 두당의 통합문제에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김 민주총재가 공화당과 통합 가능성을 전제로 해서 반발 움직임을 보이는 의원들을 강력히 설득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일부 이탈자를 감수하겠다는 의사를 비치고 있는 것은 이미 양당통합을 결심한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두 김총재의 정계개편 추진의 인식합의는 단순한 민주ㆍ공화의 통합을 뛰어넘는 범보수통합을 겨냥한 장기 정계개편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이날 합의문에서 나온 「신정치질서」라는 표현에서 엿볼 수 있다. 이 말은 정계개편을 은밀히 추진해온 황병태 민주당특보가 설명하듯 90년도의 ▲정계질서 ▲정치행태 ▲통치구조를 80년대의 것과 완전히 바꾸는 새로운 정치의 틀인 것이다. 즉 5공 청산을 기점으로 반독재 투쟁이나 민주대 반민주의 대결구조는 이미 새시대에 맞지 않는다고 보고 과거의 여야개념을 뛰어넘는 신보수연합을 형성하자는 것이다.
이같은 정국 개념은 김종필 공화총재가 주장하는 「색깔론」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며 궁극적으로는 보혁구도로 볼 수 있다.
따라서 두 김총재는 두당이 합쳐 의석을 95석으로 늘려 제1야당이 되겠다는 단순한 산술적 효과를 노리기보다는 자신들을 축으로 범보수세력을 결집시켜 차기 집권세력으로 부상시키는 승수효과를 계산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구상은 필연적으로 민정등 여권과 평민등 야권에 충격파를 던져 세력을 흡인하려는 전략을 숨기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현재 정치적 통합력이 약화된 민정당의 일부세력을 김 공화총재가,평민및 재야의 보수세력을 김 민주총재가 맡아 흡인하는 역할분담이 암암리에 설정된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간과할 수 없는 것은 박준규 전민정대표의 「발전적 민정당 해체론」을 감안할 때 여권과도 상당한 교감이 있다고 보아야 하며,민주ㆍ공화내의 인맥으로 볼 때 그같은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민주ㆍ공화의 연합이 민정ㆍ평민과의 갑작스런 접근과 어떤 상관관계가 있다고 볼 수도 있으나,민주ㆍ공화의 정계개편 추진인사들은 민정ㆍ평민의 제휴는 색깔에서 한계성이 있으며 따라서 그들이 그리는 정계개편에서 걸림돌은 아니라고 보는 측면이 있다.
일단 두 김총재가 정계개편 작업에 들어가도 민정당과는 정책적 협조를 모색하며 범보수통합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정계개편의 형식과 관련,민주당의 한 소식통은 「신정치 질서」와 걸맞게 「헤쳐모여」식 신당 창당일 가능성을 점쳤다. 이는 김 공화총재도 시종 주장해왔던 방식이다.
따라서 사람은 같아도 정강정책은 새 조류를 담을 것으로 예측된다. 김 공화총재가 『구국적 차원에서 중대결단을 내릴 필요가 있을지 모른다』고 말한 대목은 시사하는 바가 큰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정계개편 구도에는 많은 문제점도 도사리고 있다. 공화당은 큰 문제가 없더라도 당내의 다양한 목소리와 정통야당의 자긍을 갖고 있는 민주당의 반발이 적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최형우의원을 비롯한 중진 야권통합파와 이미 서명운동에 들어간 소장의원들의 움직임이 현재로서는 쉽게 잠잘 것 같지 않다. 자칫하다가는 또다른 4당체제만 굳힌다는 소리도 나오고 있다.
또 정국 주도의 열쇠를 쥐고 있는 민정당과 야권의 맏형노릇을 해온 평민당이 이같은 두 김씨의 구상과 추진을 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도 명약관화하다.<김수종기자>김수종기자>
▷회동 이모저모◁
○…작년 10월부터 골프회동을 통해 밀월관계를 다져온 김영삼 민주 김종필 공화 양당 총재는 6일 서울 근교 뉴코리아골프장에서 가진 4번째 회동에서 정계개편과 관련,「심도」있는 내용의 합의문을 전격 발표.
양당 총재는 특히 민주 공화통합설이 나온 지 하룻만인 이날 양당 통합추진을 사실상 「선언」하고 나섬으로써 신년 정국의 최대 충격.
이날 회동에는 전례없이 강삼재 민주 김문원 공화 등 두 대변인을 참석시킴으로써 자신들의 이날 회동을 종전의 사적 성격에서 공식차원으로 격상시키는 정교한 고려까지.
양당통합 부분은 이들 대변인이 발표한 공식 합의문에는 포함돼 있지 않았으나 합의 내용을 전달받은 두 대변인이 『양당통합설에 대한 질문이 나오면 무어라고 대답해야 하느냐』며 이의 명시를 요청,『어떠한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다』는 표현을 발표하라는 「허락」을 얻었다고.
두 김총재는 이날 종래의 27홀보다 짧은 18홀을 3시간40여분 동안 돈 뒤 불과 30여분간 요담을 나누고나서 대변인들을 불러들여 골프에 한조를 이뤘던 황병태 민주특보와 김용환 공화정책위의장 두사람이 작성한 갱지 3장 분량의 합의문을 기자들에게 발표.
이날 합의문에서 두 김총재는 먼저 5공 청산을 위한 두 당의 공조체제에 만족을 표시한 뒤 임시국회에서의 광주보상법 등을 통한 5공청산 후속조치에도 긴밀히 협력할 것을 다짐.
두 김총재는 전두환 전대통령의 증언과 관련,『변명과 위증으로 일관됐다』고 비난한 뒤 『하지만 이같은 증언마저 미완의 장으로 넘어간 데 대해 정치권의 불찰과 미숙에 원인이 있었음을 국민에게 사과한다』고 언급.
두 김총재는 이어 『90년대는 대립과 분열 등 선명투쟁의 정치행태와 문화를 청산하고 국리민복과 국태민안을 도모하기 위한 정책경쟁의 새 정치질서를 전개해야 할 것』이라며 정계개편 필요성을 본격적으로 강조.
○…이날 양 김총재의 7개항 합의내용중 마지막 항의 「지방선거를 앞두고」의 의미에 대해 기자들이 집중적으로 질문하자 두 대변인은 제대로 답변을 못했는데,합의문을 작성한 황특보와 김 정책의장에게 김 공화대변인이 확인을 하러 갔으나 이미 두사람은 골프장을 떠나버려 한때 해석에 혼란.
그러나 곧 강 민주대변인이 『이것은 지방자치제선거를 앞두고 공화당과 민주당이 정계개편의 마무리를 위한 목표를 설정하고 계속 추진해나간다는 뜻이며 그때까지 정계개편이 마무리된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설명했고 김 공화대변인도 이에 동조해 사실상 공화당의 정계개편 시한에 관한 기존 입장이 민주당측에 상당부분 접근됐음을 시사.
○…이에 앞서 이날 상오 11시15분께 클럽하우스에 먼저 도착한 김 민주총재는 자신의 정계개편 구상과 관련,기자들에게 『신문이 너무 앞서간다』고 짐짓 엄살.
김 민주총재는 그러나 『김 공화총재도 정계개편에 대해서는 이미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에 지자제실시 이전에 정계개편을 완료하는 데는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이날 회동결과를 낙관.
뒤늦게 도착한 김 공화총재는 김 민주총재와 반갑게 악수를 나누면서 김 민주총재의 민주당 시무식 발언을 지칭,『나를 오라는 성명을 냈지요』라고 가볍게 조크를 던져 이날 회동의 「순산」을 예고.
또 황특보도 『오늘 무슨 발표가 있느냐』는 질문에 『기자들이 이렇게 많이 모였는데 골프만 치고 끝날 수는 없지 않느냐』고 말해 알맹이 담긴 합의를 시사하기도.<신효섭기자>신효섭기자>
◎민주ㆍ공화총재 합의문
①우리는 5공청산을 위한 야권 공조체제를 재가동하고 청산정국의 마무리를 위해 우정과 소신을 갖고 국정운영에 있어 협조해왔다.
②5공청산을 위한 12ㆍ15 여야 합의는 욕된 과거를 정리하고 밝은 새 정치를 출범시키기 위해 이뤄진 대타협으로서 합의사항의 준수와 이행이 중요하다는 것을 재인식했다.
③지난해 12월31일에 있었던 전두환 전대통령의 국회증언은 과거청산을 위한 역사적 진실을 밝히기는커녕 변명과 위증으로 일관된 불성실하고 회개없는 증언으로 끝남으로써 국민에게 분노와 실망만을 안겨준 채 유감스럽게도 미완의 장으로 넘어가 역사적 심판에 맡겨진 데는 정치권의 불찰과 미숙에 그 원인의 일단이 있었음을 시인하면서,이 점에 대하여 국민 여러분에게 깊이 사과하고 반성하는 바이다.
④우리는 임시국회에서 광주시민의 명예회복과 보상에 관한 입법을 하여 5공청산의 후속조치를 마무리짓고 앞으로 민주화를 보다 굳건하게 하기 위해 제반법과 제도 등의 민주적 개혁에 있어 보다 긴밀하게 협력키로 했다.
⑤이제 남은 일은 21세기의 문턱에 선 90년대에 있어 대립과 분열 등 선명투쟁의 정치행태와 문화를 청산하고,국민을 안심케 하며,윤택케 하는 국리민복과 국태민안을 도모하기 위한 정책경쟁의 새 정치질서를 전개하여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⑥세계 정치질서가 개편되는 올해는 남북관계에 있어서 예상되는 중대한 변화와 전기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침체 위기의 경제를 회생시키기 위해 해이된 기강과 치안부재 등 사회혼란을 수습하고 민심ㆍ민생을 안정시키기 위한 새로운 시대상황에 적응하는 정치가 구현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바,현재의 4당체제는 정치안정뿐 아니라 새로운 상황에 대처함에 있어서 부적당하다고 인정되므로 이를 개편하여 새로운 정치환경과 질서를 엮어내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서로 의논하고 협력해나가기로 했다.
⑦금년중에 있을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같은 일을 추진함에 있어서 종래의 우정과 소신의 협력관계를 더욱 긴밀하게 발전시킴으로써 희망의 90년대에 걸맞는 큰 정치,새 질서를 이룩함으로써 정치가 국민으로부터 불신당하지 않고 국민의 일상생업에 안정과 기대를 줄 수 있도록 모든 지혜와 노력을 다할 것을 다짐했다.
▷민주ㆍ공화 대변인 추가 발표◁
⑦항의 합의사항은 지자제선거를 앞두고 모든 정계개편이 마무리된다는 뜻이 아니라 지자제 전 정계개편의 추진에 들어간다는 것이다.
즉 정계개편의 목표시기를 지자제선거 전으로 하고 추진에 들어가되 그 시점까지 되지 않아도 계속 추진한다는 의미이다. 두 김총재는 두 당의 통합 가능성에 대해 『우리는 국리민복과 국태민안을 위해서는 어떠한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대답했으며 특히 김 공화총재는 『구국적 차원에서 중대결단을 내릴 때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의견을 밝혔으며 「결단의 시기」에 대해서는 언급을 하지 않았다.
⑥항의 「서로 의존하고 협력」하고의 부분은 모든 정책과 정국전망 등의 상황을 각급 대화채널을 통해 밀접히 협의하고 전반적으로 협조한다는 뜻으로 해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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