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기업들의 골프장 건설문제가 다시 세상의 따가운 눈길을 모으고 있다. 이 문제가 새삼 입씨름거리가 된 것은 정부가 그럴싸한 명분없이 불과 한달전에 떡 떼어먹듯이 공언했던 땅투기 억제정책을 스스로 뒤집을 작정인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잘 알려진 것처럼 정부는 지난해 12월1일 대기업 여신관리제도를 고쳐,은행빚이 1천5백억원이 넘는 47개 재벌기업이 대규모의 땅을 필요로 하는 사업에 새로 진출하지 못하도록 규제하겠다고 했었다. 스키장 목장 조림용 임야와 함께 골프장이 그 규제대상이었다.
정부의 입에 침이 채 마르기도 전이라고 할 이제 5개 재벌기업의 골프장 건설을 허용하겠다는 이유는 명분으로서는 지나치게 약하다. 삼성과 럭키금성은 지난해 12월1일 이전에 이미 허가권자인 지방자치단체장의 허가를 받았고,한국화약ㆍ코오롱ㆍ동아그룹은 허가신청을 해놓은 상태였다는 얘기다. 그러니 규제조치를 「소급적용」할 수 없다는 것이 금융정책을 맡고 있는 은행감독원이나 재무부의 입장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재벌기업의 골프장 건설규제를 발표했던 지난해 12월1일 이러한 사실을 모르고 규제를 발표했다고는 생각할 수 없고,또 몰랐다 해도 한달이 지나 「소급규제」라는 말은 성립될 수 없다고 본다.
재벌기업들이 지나치게 금융특혜를 누리고 있다는 비판에 따라 나온 것이 대기업 여신관리제도이고,은행돈으로 땅투기를 하고 있다는 비난 때문에 나온 것이 골프장 건설 규제였다. 더구나 허가관청에 허가신청을 내놓은 상태였다는 것은 이제와서 「규제」 정책적용 대상에서 뺄 이유로서는 「일고의 가치」도 없는 구실이다.
정부는 우리 경제의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갖가지 대책을 내놓고 있다. 6개의 특별대책반을 구성했는가 하면,임금동결운동을 벌이고 있다. 정부가 경제난국에 처해 정말 뚜렷한 인식이 있다면,더군다나 재벌기업의 골프장 건설에 대한 금융규제를 포기할 수는 없을 것이다.
정부는 정부의 위신과 공신력을 걸고 이미 발표한 땅투기 억제정책을 실천에 옮겨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대기업에 약한 정부가 또한번 특혜를 주려 한다는 비판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문제는 기업쪽에도 있다. 우리 경제의 어려움을 타개할 1차적인 책임은 두말할 것도 없이 기업에 있다. 그런데도 난국타개를 위해 대기업들이 『이렇게 하고 있다』고 국민앞에 내세울 만한 것이 무엇인지 의문이다.
노사분규와 고임금,그리고 정부의 환율정책과 산업정책 등을 탓하는 것이 아예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지난날 호황 때 기술혁신과 생산성 향상을 위해 투자하지 않고 땅과 증권투기에 열중했다는 뼈아픈 사실에 대한 반성을 당연히 해야 할 것이다.
대기업이 사는 길은 지금부터라도 땅에 대한 욕심을 버리는 데에 있다.
또 금융정책 당국은 굳이 「의혹」을 살만한 짓을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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