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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ㆍ절도… 속수무책인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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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ㆍ절도… 속수무책인가:2

입력
1990.01.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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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서 민정당사ㆍ검찰청까지 안털리는 곳이 없다/“20차례 도둑…”하소연에 “다반사”/「1일 범죄권」에「구태 수사」맥못춰강ㆍ절도범은 범행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전국이 우범지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도난차량 등을 이용,범인들이 기동력을 갖추면서 전국이 「1일범죄권」으로 통합된지 오래이고 겹치기 범행을 예사로 저지른다.

출입구마다 경비원이 지키고 잠금장치가 정교해진 아파트는 비교적 안전한것으로 돼 있으나 그 안전성때문에 일단 범인이 침입하면 오히려 속수무책인 실정이며 금융기관 병원 교회 사찰 학교 등 모든 곳이 범행대상이 되고 있다.

특히 지난 한햇동안에는 민정당중앙당사,정신문화연구원,감사원,서울지검 남부지청 등 경비가 엄한 공공기관마저 털려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주택가에 살던 배진한씨(30)는 2년동안 무려 20여차례 도둑을 당해 7월에 이사를 했다. 87년에 이사갔을 때만해도 도둑이 들면 파출소에 신고했으나 『무인경비시스템을 설치하라』는 「충고」만 듣게 돼 그후로는 귀중품이 동날 때까지 신고도 안하면서 버티다 끝내 이사를 하고 말았다.

그러나 이 집에 새로 이사를 온 오모씨(37ㆍ회사원)도 한달만인 8월10일에 밤손님에게 카메라 등 40만여원어치를 바쳐야 했다. 오씨는 이웃주민들이 『그 정도는 매일 있는 일이니 강도를 당하지 않은 것만 다행으로 생각하라』고 말해 더욱 기가 막혔다고 한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주공3단지아파트에 혼자 사는 신모씨(27ㆍ회사원)도 도둑이 따라다니는 것같은 불안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도둑을 맞은 뒤 아파트를 옮겼으나 12월4일에 또 TV VTR 등 1백50만원어치를 털린 것이다.

서초구 서초동의 김모씨(52)는 동네에 강ㆍ절도가 잦다는 말을 듣고 집안에 모조귀금속만 두고 살다 지난해 9월12일 상오1시께 20대 2명에게 싹쓸이강도를 당했다. 보석이 가짜인것을 안 범인들이 『죽여버리겠다』고 협박전화까지해 불안해진 김씨는 가족들에게 문단속,몸조심을 신신당부했으나 범인들은 10여일뒤 밤늦게 귀가하는 딸(21)을 납치,사흘간 끌고다니며 폭행하고 온몸에 문신을 새긴 뒤에야 돌려보냈다.

도봉구 수유동 대한병원의사 정진용씨(30)는 지난해 8월25일 숙직실에서 잠자다가 강도에게 12만5천원을 뺏겼다. 범인은 정씨의 손발을 묶어놓고 환자보호자로 가장,아무 제지도 받지않은 채 유유히 달아났다고 한다.

또 지난해 9월3일에는 서울 D중 체육실에서 숙직교사 김진섭씨(32)가 지갑에 넣어둔 현금 4만2천원을 도난당했고,도봉구 수유동 극낙정사의 주지(51)는 지난해 4월 신도인 것처럼 경내에 들어온 도둑에게 1천9백만원이 입금된 예금통장을 도난당했다.

그러나 현대화된 방범장비도 범죄피해예방에 큰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으며 아파트의 경우 주민들의 이기적인 태도때문에 공동방범을 위한 노력이 부실해진다.

서울 강남경찰서 관계자는 출입구마다 경비원이 배치되지 않고 각동 입구에만 초소가 있어 범죄피해가 잦은 압구정동 H아파트에 대해 경비원증강을 요청했으나 사생활침해의 이유로 거절당했다고 말했다. 이 아파트의 주민 김선혜씨(34ㆍ여)도 『부녀회에 경비초소 증설을 제의했으나 자녀과외에 지장이 많다는 반대가 심해 뜻을 이룰수 없었다』고 말했다.

신흥단지인 대구 동구 각산동의 성지아파트는 관리사무소측이 경비를 줄이려고 방범 등을 꺼버려 도둑을 불렀다. 주민 오모씨(56ㆍ여)는 구랍16일 친척집에 갔다가 도둑이 불꺼진 방범등 기둥과 도시가스파이프를 타고 들어와 3백만원어치를 털어간 사실을 뒤늦게 알고 앞뒤 유리창에 알루미늄창살을 덧씌우고도 불안해하고 있다.

이처럼 범죄는 기동화ㆍ광역화하는데도 경찰은 적극적으로 출동조차 하지 않거나 「내부사정에 밝은자」만을 1차 수사대상에 올리는 육감수사로 질척거리고 있다.

지난해 11월15일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현대아파트 H변호사(37) 집에 침입한 떼강도가 H변호사의 어머니(68)를 질식,사망케하고 금품을 털어가자 경찰은 원한관계로 추정,무리한 수사를 벌여 부인 김모씨(33)가 같은달 27일 호텔에서 음독,중태에 빠지는 불상사가 빚어지기도 했다.<유승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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