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층갈등 해소시킬 민주정치 아쉬워/분배형평위한 노력 있어야경제는 정치 사회 안정이라는 토양위에서 자라는 나무와 같다.
정치불안이 계속되는 나라가 경제만 성장ㆍ발전하는 경우는 없다. 반대로 경제가 실패한 나라에서는 어떤 강압정권도 철퇴만으로 나라를 다스릴 수는 없으며 결국 불만에 찬 국민에 의해 정권은 붕괴되게 마련이다.
90년대 우리경제가 다시 한번 도약을 하느냐 좌절하고 말 것인가는 무엇보다 이 기간중 어떻게 정치 사회적 안정을 이루어낼 수 있는가에 달려있다.
정치 사회불안이 한 나라의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는 세계 각국의 사례에서 잘 드러났다.
한때 중동의 부국으로 꼽혔던 레바논이나 펑펑 쏟아지는 석유로 옛 페르시아의 영화를 재현했던 이란,60년대 중반까지 아시아에서 앞선 경제력을 자랑했던 필리핀ㆍ인도네시아 등의 오늘날 현실이 바로 그런 사례들이다.
정치와 경제는 서로 가속적으로 침체와 불안을 부르는 악순환의 고리로 연결돼 있다.
1천억달러 이상의 외채와 연간 수백%에 달하는 인플레로 회생불능의 파탄에 빠진 브라질ㆍ아르헨티나등 남미국가들은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에 뒤얽혀 희생된 대표적 경우다.
지난해부터 현저히 활력을 잃기 시작한 우리경제의 모습은 이런 정경악순환에 휘말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수출이 줄고 투자가 위축되는 경기후퇴국면에서 정부는 단기적인 부양시도 보다 사회안정과 산업평화정착 이라는 경제외적인 처방을 내세웠다.
당국의 논리는 민주화추세를 타고 봇물처럼 쏟아진 각계의 욕구를 수렴가능한 선 이내로 묶지못할 경우 성장의 잠재력이 뿌리째 흔들린다는 것이다. 정치 사회적 불안요소를 안은채 환율ㆍ금리등 정책변수를 조정해봤자 응급처치에 그칠 뿐 근본적인 치유책은 될 수 없다는 얘기다.
우리경제도 이미 정치혼란과 그에 따른 격심한 침체를 겪은 적이 있다.
지난 80년 유신정권이 무너진 권력공백기에 우리경제는 성장률 마이너스 3.7%,소비자물가 32% 상승,한햇동안 실업자가 20만명 가량 늘어나는 홍역을 치렀다. 이때의 경제침체가 뒤이어 등장한 새 권위주의 정권에는 권력장악의 불가피성을 변명케하는 빌미를 제공했다.
우리나라에 민선정부가 들어선지 이제 겨우 2년반. 지난 기간중 정치권은 과거에 대한 반성을 둘러싸고 갑론을박을 거듭했을 뿐 수십년간 개발독재과정서 억눌려온 근로자ㆍ농민등 소외계층의 욕구를 수렴하는데 신경을 써 볼 겨를이 없었다.
형평과 분배를 둘러싼 대립ㆍ갈등을 정치권이 제대로 흡수,소화해내지 못할 경우 체제가 흔들리는 불안을 면할 수 없다.
혁명과 쿠데타가 되풀이되면 경제가 어떤 지경이 되는가는 브라질등 남미의 현실로 확연히 알 수 있다.
형평ㆍ분배욕구 수렴과 관련,정치가 반드시 짚어줘야 할 점은 무책임한 인기영합이 가져오는 부작용이다.
민중주의로 불리는 남미식 인기영합정치는 막대한 재정적자와 살인적인 인플레,지불한계를 벗어난 외채누적등 경제파탄으로 귀결됐다. 또 『이틀 일하면 하루 놀 수 있다』는 사고방식을 퍼뜨려 근로의욕을 상실케함으로써 경제의 회복력마저 뿌리째 잃게 했다.
끓어오르는 분배욕구를 잠재우면서 혁명이나 쿠데타의 명분도 주지않는 민주정치의 길은 무엇인가. 대부분 전문가들은 정치권을 비롯한 지도층이 하루빨리 국민들에게 분배ㆍ형평을 실천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방법뿐이라고 입을 모은다. 부유ㆍ기득권층의 몫을 과감히 국가기구가 흡수,이를 재원으로 소외ㆍ낙후부문에 투자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감당할 수 없을 만큼 급격한 분배욕구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철저한 제도개혁으로 적어도 5∼10년이내 뚜렷한 개선이 이루어진다는 확신을 국민들로부터 얻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30년동안 우리경제는 기업인과 근로자ㆍ관료들이 이끌어왔지만 이제부터는 경제운용의 틀과 방향을 정치인들이 결정하는 시대가 됐다. 정치가 생산적이지 못하면 경제가 발전할 수 없고 정치가 불안하면 경제도 주저앉을 수밖에 없는 시대가 된 것이다.<유석기기자>유석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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