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때 폭로… 미 큰타격 가능성파나마의 전 국가원수 노리에가장군에 대한 미 법원의 재판절차가 4일 개시돼 이 전대미문의 재판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관심의 초점은 우선 노리에가자신이 주장하고 있는 바와같이 도대체 미국이 외국 국가원수를 체포ㆍ압송해 미국내법에 따라 재판할 권리가 국제법상 인정되느냐에 있다. 이 문제는 현재는 노리에가측의 항변과 국제사회일각의 비난여론차원에 머물러 있으나 재판과정에서 심각한 국제논쟁으로 비화될 소지를 안고 있다.
그러나 현재 미국언론들은 재판의 정당성 자체는 애써 거론하지 않으면서 노리에가와 미행정부,특히 부시대통령과의 과거 CIA공작연계여부가 재판과정에서 노출되지 않을까에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노리에가가 미 CIA의 중남미공작,특히 니카라과 콘트라반군 지원 등에 깊이 개입해 미국을 도와왔기 때문에 부시대통령이 CIA국장 및 부통령시절 이들 불법공작활동에 개입한 새로운 사실을 폭로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될 경우 부시대통령의 신뢰성과 CIA공작의 도덕성이 새로이 여론의 심판대에 올려질 가능성이 있다는 예상이다.
미 정부는 일단은 노리에가와의 과거협력관계가 이미 이란콘트라스캔들에 관한 의회청문회와 올리버ㆍ노스 전 백악관 안보회의 보좌관에 대한 재판과정에서 상당부분 공개됐기 때문에 추가로 난처한 문제들이 제기될 우려는 없는 것으로 판단한 듯하다. 그러나 야당인 민주당과 언론의 향배에 따라 노리에가 재판은 자칫 부시에게 「판도라의 상자」가 될 소지는 여전히 남아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파나마군 정보책임자였던 노리에가는 72년부터 미CIA와 관계를 맺었으며 부시대통령은 76년 CIA국장시절 워싱턴에서,그리고 83년 부통령시절에는 파나마에서 각각 노리에가와 만나 중남미 공작문제를 협의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미 상원보고서에 의하면 윌리엄ㆍ케이시 전 CIA국장은 85년 노리에가가 미국의 중남미정책 특히 니카라과 반군지원공작에 기여한데 대한 반대급부로 노리에가의 마약거래 관여를 눈감아 주었으며,존ㆍ론 미 마약단속국(DEA)국장은 86년5월 노리에가에게 미국정부의 마약퇴치노력에 크게 기여해준데 감사한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낸일까지 있었다.
부시대통령은 3일 노리에가 체포사실을 발표하면서 노리에가가 공정한 재판을 받을 것이며,재판과정에서 CIA관련설 등으로 자신이 난처한 입장에 빠질 가능성을 우려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딕ㆍ손버그 미법무장관도 노리에가에 대한 검찰의 공소가 성공적으로 유지될 것이라고 낙관하는등 재판결과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노리에가의 변호인단측은 ▲노리에가에 대한 12개 범죄혐의가 마약밀매단출신 범죄자들이 상당한 대가를 받는 조건으로 행한 증언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 신빙성이 결여돼 있고 ▲노리에가의 혐의가 모두 미정보기관을 위한 활동의 일부였다고 주장하며 혐의를 입증할 미국의 민감한 정보자료공개를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법무부가 이 기밀문서공개를 거부할 경우 피의자의 관련 혐의는 공소기각 되도록 돼 있어 노리에가의 혐의사실은 일부가 재판단계에서 제외될 가능성마저 있다.
부시행정부는 「정당한 명분」이란 암호명으로 실시된 파나마침공으로 노리에가의 체포와 친미정권수립이란 실익을 얻으며 「시끄러운 뒷마당」의 수습을 끝냈으나 이는 문제의 종결이 아니라 새로운 문제의 시작을 의미한다.
주권국에 대한 자의적 침공이란 외교적 비난과 함께,노리에가재판이 행정부의 신뢰성에 손상을 가할지 모르는 정치적 부담을 안게됐기 때문이다.<이재열기자>이재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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