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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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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0.01.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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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밖에는 흰눈이 하염없이 내리고,멀리선 산짐승 소리가 아득히 들리는 밤. 온 식구가 질화로에 둘러앉아 밤을 구워 먹는다. 고소한 군밤냄새가 퍼지면서 할아버지의 옛얘기는 깊어지고 손자들의 눈망울은 더욱 초롱거린다. 이렇듯 훈훈한 겨울밤에 흠뻑 젖던 때가 우리에겐 분명 있었다. ◆하지만 우리 농촌의 겨울철이 이런 데서 거리가 멀어진 지 오래다. 포근한 초가와 투박한 질화로는 밋밋한 슬레이트지붕과 석유난로로 벌써 바뀌었고 호랑이 담배먹던 옛얘기는 TV의 만화영화가 대신해 준다. 겨울철의 갖가지 정취는 이렇게 자취를 감췄지만,하늘이 금수강산에 내려주는 설경만은 변하지 않고 그대로다. ◆5일 서울을 비롯한 중부지방에 눈이 내려 산하가 새하얗다. 순백의 설경은 온누리를 꿈나라로 포근히 감싸준다. 옛사람들은 연말연시의 강설을 쾌설 또는 서설이라고 기뻐했다. 더욱이 눈이 산과들을 은세계로 뒤덮으면 오욕에 찌든 추악한 마음의 풍진까지 모두 말끔히 씻어주어 좋다. 그래서 누구나 눈내리는 거리를 마냥 거닐고 싶어진다. ◆프랑스의 문호 모파상은 『눈은 신이 만들어 낸 최고의 예술』이라고 극찬했다. 그러나 이런 신비스런 설경도 따지고 보면 수분의 결정체에 불과하다. 눈이 흡사 요정의 샹들리에처럼 아름답지만 정교한 6각형의 결정이란 것을 데카르트가 1635년 처음 관찰,스케치했다. ◆눈은 기온의 변화에 따라 눈의 종류가 다양하게 변한다. 눈의 결정체가 작으면 「눈가루」가 되어 뿌리게 되고 눈이 서로 녹아붙어 솜처럼 부풀어지면 「함박눈」이 내린다. 눈이 비와 섞이면 「진눈깨비」,꽁꽁 얼어붙으면 「우박」으로 변한다. 솜이불처럼 포근히 내린 눈은 대지를 설화로 꽃피운다. 5일은 소한. 20일이 대한이니 흰눈의 음미도 잠시,세월은 입춘으로 줄달음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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