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열린 전경련 회장단의 신년 기자회견은 90년대의 첫해를 맞아 국내 최대기업인들의 단체다운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 채 노사문제에 관한 기자들과의 입씨름으로 일관했다.정치안정을 위해 경제계가 해야 할 일,북한의 개방을 유도하기 위한 적극적인 대북경제교류,그리고 국제경쟁력 제고를 위한 기술투자 확대 등에 대해선 구체적인 설명이 없었던 재벌들은 질문이 노사문제에 이르자 「소신」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물론 지난해 우리경제가 어려웠고 올해 전망도 불투명한 상황에서 노사문제의 안정없이는 기업이 설 땅이 없다는 그들의 주장에 공감할 수 있다.
그러나 모든 문제의 원인을 노사분규쪽으로만 돌리려는 자세라든가 사용자의 입장에선 최근 몇년간 임금을 많이 올려주었으니 이제 할일을 다했다는 식의 태도는 무책임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어떤 기업인은 임금이 계속 오르면 감원이나 상품가격의 인상으로 대처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근로자들은 과거 기업이 호황을 누렸을 때 못챙긴 몫을 찾으려고 한다는 지적에 대해선 과거에 저임금을 받으며 「봉사」했던 사람들보다는 최근 입사한 사람들의 목소리가 더 크다면서 과거는 과거고 현실을 놓고 얘기하자는 기업인도 있었다.
그러나 냉정히 생각해보면 우리나라 기업인들,특히 대기업의 경영자들은 이제 비로소 자신의 경영능력을 냉정하게 평가받을 때가 왔다. 과거 저임금을 받으면서도 할 소리를 제대로 못했던 근로자들,그리고 금융ㆍ환율 등 모든 정부시책이 대기업에 유리했던 환경 속에서도 제대로 기업경영을 해오지 못했던 기업인이라면 수준 이하의 경영인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지금은 모든 조건이 바뀌었다.
과거의 시각을 고수하면서 현실을 바라보면 정말 회사를 집어치우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을 것이다.
그러나 과거에 비해 모든 것이 악조건인 지금이야말로 기업인의 정신을 살려 한번 도전해보겠다는 의지를 펼칠 때가 아닐까.
각 기업의 연구개발비가 왜 접대비보다 적은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 다시는 나오지 않아야 할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