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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양극 붕괴속 부분적 갈등/90년대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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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양극 붕괴속 부분적 갈등/90년대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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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01.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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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념대신 국가이익의 대결로/중국등 민주화문제 내부진통/개방무풍지 북한 바람쐬면 폭발/유럽선 통독등 민족주의가 변수/일,미ㆍ소 영향력 감소틈타 군사대국화 가능성도20세기를 마감하는 90년대의 세계는 어떤 모습으로 시작될 것인가.

90년대를 전망하기 위해서는 우선 70년대후반,특히 79년에 벌어졌던 사건과 80년대 전반의 사태발전과의 상호연관성을 짚어봐야한다.

79년 12월 소련의 아프가니스탄침공은 81년 대소강경노선과 군비확장을 내세운 미국의 보수적인 레이건대통령의 취임과 맞물리면서 80년대 전반기를 신냉전시대로 빠져들게했다. 79년초 이란의 회교혁명성공은 80년 이란­이라크전쟁으로 이어지면서 아랍권을 8년간의 소모적인 장기전속에 휩싸이게 했다. 78년 실용주의자 등소평의집권은 80년대 「개방중국」을 결정지었다.

마찬가지로 90년대에 전개될 세계정세의 흐름을 결정할 변수는 89년에 이루어진 사건속에서 찾아야한다.

89년에 이루어진 가장 극적인 사건은 베를린 장벽의 붕괴와 몰타미소 정상회담에서의 냉전종식 선언이다. 전자가 냉전의 한당사자가 냉전종식을 위한 실천의지를 표현한 것이라면 후자는 마침내 양당사자간에 합의가 이루어졌음을 의미한다.

낙관론자들은 냉전의 종말이 희망적인 미래를 가져다줄것으로 전망한다. 90년대는 안보보다는 사회ㆍ경제ㆍ환경문제에 대한 새로운 관심을 불러일으킬 것이며 군축이 범세계적인 추세를 이루리라는 것이다.

이들은 동서냉전을 지탱했던 미소 양 초강대국이 냉전종식에 합의했다는 단순한 사실보다도 내부적 요인에 의해 긴장완화에 나설수 밖에 없는 상황을 낙관론의 근거로 내세운다.

긴장완화의 선결요건인 군축문제만을 국한시켜 볼때 소련은 더이상 군비부담을 지탱할 경제적 여력이 없고 쌍둥이 적자에 시달리는 미국도 소련의 위협이 「명백하게」사라졌음을 인정한 이상 군축을 미룰 아무런 명분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학자들은 총론면에서 전반적인 긴장완화로 갈수밖에 없다는 낙관론자들의 전망을 받아들이면서도 90년대를 순기능과 역기능,전진과 후퇴,기회와 위험이 공존하는 10년이 되는 것으로 보고있다.

냉전의 종말은 이데올로기의 대립에의한 동서분쟁의 가능성을 현저히 약화시키겠지만 냉전과정에서 「억압」되어왔던 다른 분쟁이 표면화되고 갑작스런 변화로 안정이 깨어질수도 있다는 것이다.

냉전소멸에 따른 양극체제의 붕괴는 필연적으로 다극체제의 성립을 가져올것이고 이는 이데올로기에의한 단순한 대결양상이 아닌 국가이익을 앞세운 복잡한대결양상을 초래할것이라는 지적이다.

낙관론자들은 그것이 외교ㆍ통상적인 분야에 국한되는 지엽적인 것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나 비관론자들은 무력대결양상으로 발전하는 경우도 없지않으리라는 전망을 한다.

베를린장벽의 붕괴,동구대변혁,그리고 92년으로 예정된 EC통합등으로 90년대 세계정세의 방향을 가늠하게 될것이 분명한 유럽에서 안정을 깨뜨릴수있는 위협요소로서 ▲독일통일문제 ▲동구각국간의 영토분쟁 ▲소련의 민족분규등이 지적되고 있다.

서독은 베를린장벽 붕괴이후 EC통합문제를 통독문제의 하위개념으로 간주하기 시작했다. 유럽미래상을 결정짓는 최대변수가될 독일통일의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자 이는 주변국의 경계심을 불러일으켰다. 통일된 독일이 미국ㆍ일본등과 함께 세계경제를 지배할것을 우려한 이탈리아는 헝가리ㆍ오스트리아ㆍ유고슬라비아와 손잡고 독일의 경제지배를 저지하는 문제를 심각하게 검토하기 시작했다. 성급한 독일통일에 대한 우려는 미소도 마찬가지이다.

주변국의 우려와 미소초강대국의 견제에도 불구하고 90년대에 독일통일이 이루어질 가능성은 아주 높다. 동구각국과 소련이 시장경제체제를 도입하고 정치적다원주의를 심화시킬것이 분명한 이상,통독은 어떠한 형태로든 불가피하다. 통일된 독일의 성격이 주변국의 우려를 수용한 것이 될때 고르바초프의 야심적인 「유럽일가」 구상은 실현단계로 접어들것이다.

하지만 독일통일과정이 민족주의에 의해 지배될때 통일된 독일은 그 인구와 경제력규모로 보아 유럽의 안정을 위협하는 요소로 등장할 것이다. 89년에 전개된 사태속에는 낙관적전망의 요소와 비관적전망의 요소가 다함께 있다.

베를린장벽 개방이후 동독시민들사이에서 분출되고 있는 민족주의경향이 비관적전망의 배경이 된다면 동독지도부의 강력한 체제수호 의지와 몰타정상회담에서 공식화된 미소양정상의 성급한 통독에 대한 우려표명은 역사의 악순환이 되풀이 되지는 않을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의 근거가 된다.

통독문제와는 별도로 미소양초강대국을 맹주로한 동서대결이 사라진이후 동구의 해묵은 분쟁이 되살아날 가능성도 높다.

루마니아와 헝가리간의 민족분규,소련과 루마니아간의 영토분쟁은 냉전시절에는 억압될수밖에 없었지만 긴장완화가 정착되면서 어떤 형태로든 새롭게 제기될것이 분명하다.

다민족국가인 소련과 유고슬라비아가 직면해온 민족분규도 90년대에는 보다 심각한 양상으로 전개될것이 분명하다. 특히 소련에서의 민족문제는 경제개혁성공여부와 함께 고르바초프 정권의 안정을 결정짓는 가장 핵심적 요인이 될것이다.

89년말 전격적으로 단행된 미국의 파나마침공은 90년대 미국의 중남미정책방향을 보여주는 상징적인예다. EC통합과 독일통일가능성에 따라 미국은 유럽에서의 영향력감소를 어느정도 감수해야할처지이다. 국제적비난을 무릅쓴 미국의 파나마침공은 중남미에 있어서의 미국의 이익을 90년대에는 보다 적극적으로 수호하겠다는 결연한 의지표명으로 보아야할것이다.

90년대 아시아각국은 대체로 대외적 갈등보다는 내부적진통에 시달릴것으로 전망된다.

각국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지도부교체의 진통을 겪어야 할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89년초에 발생한 중국천안문사태는 등소평시대의 문제점을 90년대로 이월시킨 의미를 갖는다. 중국국민들은 개방정책에 이은 정치개혁을 요구했으나 등소평은 이를 거부했다. 등을 이어 차기지도부를 구성할것으로 예상되는 인물들의 상당수는 중앙통제경제의 복귀를 통해 개방정책의 모순을 극복하려하고있고 정치개혁요구에 대해서는 완강한 거부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것이 세계의 조류에 어긋나는것임은 동구사태를 통해 확인됐다.

따라서 90년대에 또한번 국민과 지도부간의 대결이 예상된다. 하지만 사회주의에 대한 신념을 지니면서도 개혁을 지향하는 개혁적정치집단이 모택동시절처럼 정치권에서 완전히 배제되지않았다는 사실은 중국이 예상되는 갈등을 슬기롭게 극복할 수도 있으리라는 낙관적전망을 가능케한다.

북한에 대한 전망은 좀더 비관적인 것이 되지않을 수 없다. 개방을 전혀 경험하지못하고 반체제세력이 존재하지 않는 북한이 동구변혁의 여파에 휩쓸리게 될때 그것은 폭발적 양상을 띨 가능성이 높다.

이는 또 한반도 전체의 불안정을 가중시키는 요인이 될수있다.

일본은 미국과 소련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감소하는 틈을 타 경제적 실력을 배경으로 군사대국화할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아시아 전반의 안정을 새롭게 위협하는 요소가 될것이다.

집권이후 6번의 쿠데타를 불러일으켜 지도력부재를 노출한 아키노 필리핀대통령은 92년 퇴진이 불가피할것으로 보이며 새로운 권력창출과정에서 상당한 내부진통을 겪을것으로 보여진다.

심각한 내부진통이 예상되는 또다른곳은 대만과 버마이다. 대만은 대만독립문제와 정치민주화에 대한 욕구상승으로 정치적갈등이 심화될것으로 보여지며 88년 대규모유혈민중봉기를 경험한 버마도 90년대 전반에 걸쳐 정치불안정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정치적안정을 확보,80년대후반부터 경제개발에 힘을 기울여온 태국은 동남아시아의 새로운 경제적 강자로 부상할 전망이며 잠재력을 갖고있는 베트남은 80년대 중국이 걷던 길을 따라 경제부흥을 이룩할것으로 보인다.

97년 중국반환을 앞두고 있는 홍콩은 천안문사태이후 고급인력의 급속한 유출에따라 90년대에는 80년대에 누렸던 경제적 활기를 상실할 것이 분명하다.

89년을 인류사적인 측면에서 파악하려는 사람들은 89년이 45년처럼 청소하는 해였지 무엇을 창조하는 해가 아니었다는 점을 지적한다.

89년은 청소한 해였기 때문에 미래에 대한 확실한 전망이 결여되어 있다는 것이다. 수세기만에 처음으로 새로운 정치철학이 부재한 상황에서 90년대와 21세기를 앞두고 있다는 것이다.

90년대에 시장경제체제는 가장 중요한 체제로 자리잡을것은 분명하지만 시장경제 개념은 전혀 새로운것이 아니다.

따라서 90년대는 21세기를 지배할 새로운 사상체계를 모색하는 10년이 될것이며 이때문에 동서진영을 막론하고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시행착오를 동반한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러나 89년에 이룩된 긍정적 성취는 90년대가 지역분쟁과 갈등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 미래지향적인 10년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을 가능하게한다.<유동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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