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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ㆍ절도… 속수무책인가:1

입력
1990.01.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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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도 장소도 없이 급증… 살상까지 온국민이 “불안해 못살겠다”/경찰 못믿고 보복 겁나 신고 꺼려/피해자 86% “찾지도 못할 걸” 체념강ㆍ절도 때문에 살 수가 없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범행으로 국민들은 불안에 떨고 있으나 민생치안은 속수무책이다. 강ㆍ절도의 위협에서 벗어나 내 가정을 안전하게 지킬 수는 없는 것인가. 지난해 「폭력… 이대로 둘 수 없다」는 기획시리즈로 조직폭력에 대한 대책을 마련케 했던 한국일보는 새해를 맞아 강ㆍ절도 퇴치를 위한 새로운 시리즈로 범죄의 실태를 고발하고 대책을 촉구키로 했다.【편집자주】

국민들은 강ㆍ절도를 당하고도 신고를 하지 않는다. 해봤자 물건을 찾을 수 없을 것이 뻔하고 오라 가라 경찰에 불려다니는 것이 귀찮을 뿐 아니라 신고하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협박을 당하는 일이 잦기 때문이다.

더욱이 웬만한 사건은 경찰이 접수조차 하지 않아 『차라리 당하고 말지』 하고 자포자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지난 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서 발생한 택시운전사 실종사건을 수사중인 경찰은 택시 안에서 발견된 회사원 김모씨(28)의 명함을 단서로 탐문수사한 끝에 김씨가 구랍 30일 새벽 이 택시에 합승했다가 운전사와 승객을 가장한 청년 3명에게 금품을 빼앗긴 사실을 밝혀냈으나 그때까지 김씨는 신고를 하지 않은 상태였다.

구랍 25일 상오 6시께 가락동 농수산물 도매시장으로 과일을 사러가다가 3인조 경찰복 강도에게 84만원을 강탈당한 청과물 중간도매상 조기호씨(53)도 4일 동안 장사를 못하면서도 끝내 신고를 하지 않았다. 조씨는 『수백 수천만원을 강탈당한 사건도 해결 못하는 경찰이 범인을 잡을 수 있겠느냐』고 체념하고 있다.

지난해 10월20일 서울 성동구 성수2가 진주빌라의 집에서 20대 강도에게 다이아반지등 50만원어치를 털린 우창종씨(31)는 한달 뒤 범인이 붙잡힌 뒤에도 5만원짜리 금반지만 찾은 것을 알고 신고 안하기를 잘했다고 생각했다.

1년 전 현금 5만원을 털렸을 때 신고를 했으나 아무 성과가 없이 귀찮기만 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었다.

지난해 8월 여름휴가 때 빈집털이를 당한 회사원 정모씨(38ㆍ서울 강동구 둔촌동 주공아파트)는 부인(33)의 성화에 못이겨 파출소에 갔으나 파출소측은 『직원도 몇명 안된다』며 『재수없는 셈치고 없던 일로 하라』고 말하고 신고조차 받아주지 않았다.

또 지난해 11월9일 상오 1시20분께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동 135 앞길에서 귀가중 흉기를 든 20대 2명에게 4만원이 든 지갑을 뺏긴 문모씨(28ㆍ회사원)는 파출소에 신고했다가 오히려 집단폭행을 당했다. 경찰은 출동이 늦는다고 항의하는 문씨를 『건방지다』며 마구 때렸다.

구랍 23일 여의도ㆍ반포 등 부유층 아파트단지 27곳에 「온라인구좌에 돈을 입금하지 않으면 가족들에게 해를 끼치겠다」는 협박편지가 배달됐으나 보복이 무서워 3곳만 경찰에 신고를 했었다.

경제기획원의 「88년도 한국의 사회지표」에 의하면 경찰에 대한 불신과 신고기피 경향이 어느 정도인가를 쉽게 알 수 있다. 이 자료에 의하면 범죄피해 가구의 85.8%가 신고를 하지 않았으며,그 이유는 「신고해봤자 성과가 없을 것같아서」(53.1%) 「피해근소」(27.6%) 「귀찮아서」(10.3%) 등이었으며 「보복 우려」도 3.6%나 됐다.

또 국민생활침해사범 합동수사본부가 지난해 9월말까지 비밀신고 상담전화로 접수한 5백10건의 각종 범죄피해신고중 보복범죄는 78건(15.3%)으로 밝혀졌다.

국민들이 이처럼 피해를 당하고 불안해하는 데도 파출소는 강ㆍ절도신고를 받으면 스스로 해결하지 않고 마치 자신이 피해자인 것처럼 경찰서에 신고해 떠넘기는 사례까지 있다.

구랍 14일 형사기동대차를 타고 야간근무중이던 서울S경찰서의 한 직원은 야간주거침입 신고를 받고 긴급출동했다가 피해자의 신고를 받은 파출소가 경찰서에 중계만 해준 사실을 알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 직원은 『이런 경우가 한두번이 아니다』면서 『나도 경찰이지만 이래서야 누가 경찰을 믿고 신고하겠느냐』고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이윤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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