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전대통령에 대한 국회청문회가 끝난지 며칠이지났는데도 시중의 화제는 여전히 전씨증언에 쏠리고있는 것 같다. 처음에는 감정에 치우쳐 즉흥적이고 감각적인 평가가 두서없이 나왔지만 시간이갈수록 냉정을 찾으면서 객관적인 손익계산 얘기가 나오고 있다.즉 이번 청문회로 손해를본 것은 누구이며 이득을 챙긴 것은 어느쪽이냐는 것이다.
먼저 증언의 주인공인 전씨의 경우는 어떤가. 국민앞에 참회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활용할수있었던 전씨는 증언의 내용이나 태도가 모두 낙제점이어서 오히려 안한것만 못한꼴이 되어버렸다.
백담사로 떠날때보다 여론이 더 악화되고 이미지는 더 구겨져버린 것이다. 다시 불러 증언을 시켜본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하고 아예 포기할 정도에까지 이르렀기 때문이다.
서울로 돌아와서 평범한 시민으로 여생을 보낼수 있는 길을 스스로 막은것이나 다름없다.
이렇게보면 이번 청문회에서 전씨가 손해를 가장 많이 본셈이다.
다음은 평민당이 될 것같다. 광주시민의 상처를 아물게할 수 있는 참회의 진실을 캐내지도 못했을뿐 아니라 몇몇의원들의 이성을 잃은 분풀이 언동은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기 때문이다.
평민당의원들의 그날 언동이 광주시민들에게는 어떻게 비쳤는지 알수없지만 일반국민들에게는 선량으로서의 품위를 의심케하는 것이었다.
이런점에서는 민주당도 비슷한 손해를 본셈이다. 아무리 감정이 북받친다고 해도 회의장에서 명패를 집어던지는식의 흥분된 태도는 국민의 실망을 사고도 남을만한 것이었다. 이 해프닝을 계기로 그 의원에대한 평가가 국민들사이에서 다시 일었다는 것은 민주당의 이미지에도 보탬이 될수없는 것이다.
야당의원들의 때아닌 이날 활극이 따지고 보면 분통터지는 전씨의 증언내용과 태도때문에 일어났다고 말할수도 있을것이다. 그러나 전씨의 증언이 못마땅하다고 그런식으로 대응한다면 전씨보다 낫다고 큰소리칠 것도 없는 것이다. 거꾸로 생각해보면 야당의원들의 그러한 과잉대응이 전씨측에 증언중단의 명분을 제공한 측면도 있는 것이다.
공화당은 이번 청문회에서 잃은 것도 얻은 것도 없다.
그러고보면 가장 내실을 챙긴쪽은 민정당인 것같다. 전씨를 증언대로 끌어내느라고 남모르는 고생을 하긴했지만 그만큼 이득을 얻은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증언이 부실하고 불만스럽다고 무슨 대안이 있는것도 아니어서 이대로 넘어갈 수밖에 없다는 국민여론을 타고 민정당은 그 지긋지긋한 5공청산의 고비를 어물어물 넘기는데 성공한 것이다.
그러나 그 성공의 뒤안길에는 죽는다는 소리 한번 제대로 질러보지 못하고 죽어간 정호용의원의 희생이 소리없는 아픔으로 남아있어 마냥 즐거울 수 만도 없는게 오늘날의 민정당의 현실이다.
그러고 보면 이래저래 5공청산작업은 여야 정치권이나 당사자들에게 모두 크고 작은 상처를 남기고 끝난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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