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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대통령 담화문<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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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대통령 담화문<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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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01.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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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여러분.우리는 지난 2년간 온통 과거문제에 매달려 나라와 국민의 엄청난 역량을 소모해 왔습니다.

그동안 세계가 상전벽해의 격변을 거듭하는 속에서도 우리는 해결해야 할 당면과제를 덮어둔 채 지난날의 일로 다툼을 지속해 왔습니다.

저는 국민여러분과 함께 사흘전 섣달 그믐날,전두환 전대통령이 국회에 나와 제5공화국 시대의 문제에 관해 증언하는 모습을 착잡한 심경으로 지켜보았습니다.

평화적으로 물러난 대통령을 국회증언에 세우는 일은 혁명이 아닌 상황에서 민주주의를 하는 어떤 다른 나라에도 그 전례가 없는 일입니다.

여기까지 이르는 데 있어 대통령으로서 저 자신의 고통도 참으로 컸습니다.

40년의 짧은 기간에 그처럼 헌정사의 단절과 파란을 겪어야 했고,대통령직에서 물러난 뒤 평범한 시민으로 돌아가 국민으로부터 존경을 받는 온전한 전직 대통령을 가지지 못해온 우리 현실에 더 뼈아픈 통한을 느꼈습니다.

1980년대의 마지막 날 밤까지 지난 시대를 청산하는 진통으로 넘기면서 이제는 굴절없는 민주주의의 새역사를 열어야겠다는 결의로 1990년의 새벽을 맞았습니다.

제5공화국의 문제는 87년 대통령선거에서 가장 큰 쟁점이었고 선거를 통해 국민여러분이 이미 심판을 내린 문제입니다.

저를 대통령으로 선출해주심으로써 이 문제의 처리에 관한 모든 책임을 이사람 대통령에게 맡겼던 것입니다.

전임 대통령의 형제ㆍ친인척을 포함한 40여명이 구속되고 전두환 전임대통령은 재작년 11월,모든 것을 국민께 사과하고 강원도 산사로 떠나 그의 집안에 제사를 모실 사람도 없게 되었습니다.

국회는 수10회의 청문회와 국정감사를 통해 밝힐 것은 샅샅이 밝혔고 언론도 이 문제를 지나칠 만큼 다루었습니다. 이러고도 제5공화국의 문제는 여전히 한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우리의 전진을 붙들어 맸습니다. 정치적ㆍ사법적으로 일단 끝난 문제였습니다.

그러나 이것을 받아들이지 않는 우리 현실에서 저는 국민의 뜻을 받들어 진정한 민주주의를 실현해야 한다는 한마음으로 무한히 참고 고통을 겪으며 국민적 합의를 구해왔습니다.

역사와 우리의 현실,대통령으로서의 시대적 사명과 인간적 고뇌 사이에서 저 자신 큰 괴로움을 겪었습니다.

과거문제를 에워싼 이 갈등과 대립으로 인한 국민여러분의 희생 또한 엄청난 것이었습니다.

마침내 이 문제를 끝내기 위한 여야합의가 지난 12월15일 이루어졌습니다.

전임 대통령의 국회증언과 정호용의원,이희성씨의 공직사퇴가 이루어지면 지난시대의 문제는 지난해 연말로 완전히 종결시키고 90년대를 맞아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정치가 이루어지도록 한다는 것이 저와 세 야당총재가 국민여러분께 드린 분명한 약속이었습니다.

이같은 일이 이루어진 이마당에 과거문제는 이제 분명히 매듭지어야 겠습니다.

국민여러분 가운데는 전임 대통령의 증언내용이 미흡하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또 전직 대통령에게 응분의 예우를 한다는 여야합의의 정신이 무시된 채 회의가 원만히 진행되지 못한 모습에 실망한 분들도 많을 것입니다.

그러나 관용과 화해없이 민주주의를 할 수는 없습니다. 『제5공화국 아래서 일어난 모든 일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고 한 이제 전임 대통령에게 더 이상 무엇을 요구할 수 있겠습니까.

지난 일을 밝히고 가리는 데 아직 미진한 것이 있다면 이제 그것은 역사로 넘겨야 할 것입니다.

국정의 모든 책임을 진 대통령으로서 제가 이제 모든 것을 떠맡고 누가 무어라고 해도 지난 시대의 시비는 여기서 분명히 종결지을 것입니다.

광주관계 보장,지방자치의 실시등 그밖의 여야 합의사항은 정부와 여야가 협조하여 차질없이 실천할 것입니다.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이제 다시 과거문제가 우리사회를 가르는 불씨가 되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지난 2년간 모두를 얽매어온 과거문제로부터 벗어나 우리가 맞고 있는 민생ㆍ경제문제를 과감히 해결해 나갈 것입니다.

법을 무시하는 어떠한 위법ㆍ불법행위도 예외없이 다스려 국민 모두가 편안하게 생활할 새로운 질서를 확립할 것입니다.

우리 경제의 난국을 극복하는 데 온 국민의 의지와 역량을 모으도록 할 것입니다.

과거의 멍에로부터 벗어나 우리 앞에 산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저는 물론 국민 모두가 나서주셔야 겠습니다.

정치도 대타협의 정신을 살려 국민이 바라는 바를 이루고 번영과 통일을 열어가는 데 적극적으로 기여해야 할 것입니다.

지난 시대와 같은 무리와 잘못은 이제 그 누구도 되풀이 할 수 없습니다.

이 뼈저린 교훈을 바탕으로 새로운 역사를 창조해 가야 합니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하게 과거의 잘못을 청산하는 길입니다.

국민여러분의 이해와 협조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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