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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구변화 파급 제거의도/김일성 신년사 정치적 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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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구변화 파급 제거의도/김일성 신년사 정치적 배경

입력
1990.01.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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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의 우월성 강조,종래입장 고수 여전/개방물결에 따른 위협 스스로 인정한 결과북한의 김일성이 지난 1일 신년사를 통해 제의한 당국과 제정당의 최고위급 협상회의는 남북한의 자유왕래와 전면개방을 실현하기 위한다는 제안취지로 인해 우선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김은 『남북한이 분단장벽을 제거,자유왕래를 실현하며 정치ㆍ경제ㆍ문화등 모든분야를 전면개방하는 등 통일문제 해결을 위한 「결정적인 구국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이같은 협상회의의 소집을 들고나온 것이다. 김은 또 자유왕래의 전제조건으로 휴전선의 콘크리트 장벽의 철거등을 못박고 나와 외견상 범세계적 개방추세를 수긍하고 마치 남북한간 긴장완화의 이니셔티브를 취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한 예년의 신년사 내용에서와 같이 정치ㆍ군사문제의 선행해결을 고집하거나 미국이나 팀스피리트 훈련을 비난하지 않은점등도 최근의 동구사태등 급속한 변화추이를 십분 감안한 대목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래서 김이 내놓은 표피적 슬로건만으로는 북한이 마침내 개방과 개혁으로 요약되는 세계적 조류를 수용하는게 아닌가하는 성급한 기대감마저 갖게하는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신년사의 내용을 좀더 찬찬히 들여다 보면 전반적으로 폐쇄정책을 고수하고 체제수호에 치중하는 종래의 경색된 입장을 버리지 않고 있음을 감지할수 있다. 실제로 김은 신년사 전체내용중 3분의 1 이상을 사회주의체제의 우월성을 강조하고 당의 결속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에 할애하고 있다.

김이 『우리는 앞으로 어떤 바람이 불어와도 주체혁명 위업을 끝까지 완성해야 한다』 『인민대중은 어떤일이 있더라도 제국주의를 반대하고 사회주의로 나아가야 하는 근본원칙에서 이탈할수 없다』고 언급한데서 읽을수 있듯이 북한의 당면과제는 여전히 동구의 변화가 북한사회에 파급,확산되는 것을 저지하는데 있다고 볼수 있는것이다.

콘크리트 장벽 철거 대목만 하더라도 일종의 허구적 전제조건일뿐 예의 대외선전용이자 책임전가용으로 해석할수 있다. 우리측이 설치해 놓은 콘크리트 장벽이란것은 대북한 탱크방벽이 고작인데 마치 베를린 장벽처럼 군사분계선에 자유왕래를 막기위한 거대한 장벽을 만들어놓은 것으로 선전하고 있는것이다.

이번 신년사에서는 형식면에서 최고위급당국(정상)을 분리 지칭함으로써 일견 남북정상회담을 수용한듯한 인상을 주고있으나 참석범위를 정당수뇌와 함께하는 협상회의를 주장하고 있어 본질적으로는 연석회의로서의 정치협상회의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것 같다.

다만 지난해의 신년사에서와는 달리 협상회의의 참가대상으로 재야 또는 특정인사를 지칭한다거나 우리쪽을 직접 비난하는 대목을 가급적 피한 흔적도 엿보여 나름대로는 세계질서의 재편이란 추세속에서 북한의 반응을 관찰할수 있는 잣대를 제공해주고 있다고도 할수있다.

결국 북한으로서도 경제난의 심화와 세습체제의 구축,개방개혁 압력의 가중등 안팎의 시급한 현안에 부딪치면서 어떤 형태로든 부분적인 태도변화의 제스처를 구사하지 않을수 없었을 것이다. 때문에 김의 신년사는 개방물결에 따른 위협을 스스로 자인하는 결과로 볼수있으며 향후 북한은 협상회의 개최를 위한 예비회담 제의등을 시작으로 콘크리트 장벽제거등 대남 정치선전공세를 보다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정광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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