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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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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0.0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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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쪽하늘의 칠흑과 같은 어둠을 아스라한 한가닥 붉은 줄기로 가르고 오랜 시간을 직신거리며 붉은 띠를 넓히다가 마침내 푸르름을 곁들여 하늘과 땅 사이에서 솟아 오르는 해는 온 누리의 자욱하던 어둠을 단숨에 걷어 낸다. 영겁을 한결같은 이 거룩한 밝음과 따스롬이야 말로 모든 삶에 점지된 자연의 은총이다. ◆1990년­경오년의 새 아침이 밝았다. 지금 밝아 오른 이 해로 하여 새해 새달의 첫날은 열렸다. 20세기의 마지막 10년을 아물게 하고 21세기를 지향하는 출발점을 딛고 선 것이다. 한세기를 어떻게 영글게 하고 또 새로운 세기를 무엇으로 꽃피울 것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아침이기도 하다. ◆동양의 선현은 말했다. 날로 새롭고 또 날로 새로워 나날이 새롭다고. 한해의 첫날은 날로 새롭기를 저마다의 가슴에 다짐하는 것으로 시작이 되어야 한다. 지난날 지난해의 모든 시름과 근심과 그리고 기쁨과 즐거움 마저도 말끔히 벗어던지고 새로운 보람을 위해 나서야 한다. ◆돌이켜보면 지난 세월은 너무나 불투명하고 불확실 했다. 또 부조리와 상극과 갈등의 소용돌이 속에서 갈피를 잃고 방황하기도 하면서 서로의 불신과 증오를 증폭시켜 왔던 것도 사실이다. 이 암울한 세기말의 어둠을 새해 아침의 밝음으로 가시고 단말마의 고통을 새해아침의 따스롬으로 다스려야 한다. ◆이 아침이야 말로 우리 곁으로부터 멀리 비켜 섰던 사람의 사람다움을 되찾아야 할 아침이다. 이웃의 아픔을 스스로의 아픔으로 공감하는 마음의 여유가 바로 세계와 우리의 남북문제와 우리안의 모든 앙금을 가시게 하는 힘의 바탕일 것이다. 개벽이래 밝음을 으뜸으로 삼았던 우리 역사적 전통과 그 축적 속에는 그와 같은 힘이 있다. ◆힘이 있는 곳에는 성취가 따른다. 보다 알찬 마무리를 위한 새해 첫날 첫 아침에 혼미의 어둠을 밝힐 해는 이제 드높이 떴다. 이 밝음에 걸맞을 우리모두의 새로운 가치체계를 어떻게 싹틔우고 영글게 할 것인가를 더불어 생각해야하는 것도 오늘 아침에 할 일이다. 부디 평화와 안식과 번영을 누구나 광명처럼 누리게 하소서 하고 해를 향해 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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