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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일신으로 21세기 열자(신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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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일신으로 21세기 열자(신년사)

입력
1990.0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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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참으로 엄청난 한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았다. 한해의 마지막 날까지 전직대통령으로부터 「과거의 잘못」에 대한 증언을 들어야 했다. 우리의 지난날들이 어떠했는가를 아프게 되새겨준 일이었고 그래서 새해 새로운 10년에 대한 기대가 더욱 절실한 새해 아침이기도 하다.새해를 흔히 세기를 마감하는 1990년대의 시작이요 21세기를 여는 출발점이라고 말한다.

이런 시점의 의미는 우리미래,우리의 21세기에 대해 좀더 확고한 신념과 결의를 가지고 출발해야함을 의미한다.

「좀더 나은 사회」를 이룩하고 또한번의 신화를 창조하기 위해 우리는 지난날과의 적절한 단절도 있어야 하겠고 그간의 쌓인 고통에서 해결의 길을 찾을 줄도 알아야겠다. 그러기 위해 쉬지 않고 우리 스스로를 변화시켜야 한다.

결의에 찬 혁신의 의지없이는 어제보다 나은 한해도 희망의 21세기도 열 수 없다. 1990년은 이렇게 우리에게 도전적 과제들을 던지며 시작되고 있다.

우리의 20세기는 모두가 아는 것처럼 매우 불우하게 시작됐었다. 식민지시대라는 고통과 오명의 출발이 해방과 동시에 분단,반목의 시대로 이어졌다.

더 구체적이고 핵심적인 시련은 우리 내부의 정치에서 왔다. 30년의 권위주의적 지배밑에서 왜곡된 정치가 끼친 폐해는 분야분야에서 이루 말할 수 없지만 관통하는 하나의 본질은 극심한 자기상실이었다.

기준과 그 기준에 접근하려는 집념을 잃은 채 시간과 공간의 움직임에 모두를 맡겨버리는 안이와 무책임이 우리 모두의 체질처럼 돼버렸다.

오늘 우리들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들은 이 모든 것들이 어우러져 만들어낸 퇴적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가 접근해야할 방향은 이 모든 왜곡을 먼저 제자리에 돌려놓는 일이다. 그 작업은 왜곡의 시간 만큼 걸릴지도 모른다. 과거의 것을 모두 왜곡하는 한풀이식이 아니라 내외의 변화된 여건들을 수용할 줄아는 미래지향적인 것이어야 한다.

예를 들어 지난 2년여 우리에게 있어온 민주화의 일련의 조치들을 전제해야하고 지금 지구상에서 거대하게 일고 있는 개혁ㆍ개방바람에 유의하지 않으면 안된다. 특히 그것이 흐르고 있는 방향에 명확한 인식이 있어야겠다.

인류사의 21세기는 지난해에 그획이 그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동유럽 일원의 대지진과도 같은 변혁은 한순간에 이 지구상의 역관계,판도를 바꿔놓고 말았다. 우리는 새해부터 시작되는 20세기의 남은 10년을 이 대변혁을 정착시키는 일로 보낼지도 모른다.

그것은 국내적으로 우리 스스로가 획득해낸 민주화에 알맹이를 채워넣는 일이 새해부터의 과제인 것과 함께 우리가 새로운 세기에 이르기까지 무한히 도전하고 수용해나가야할 양대과제인 것이다.

그러면 지금 지구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의 본질은 무엇인가. 많은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더많은 자유,민주를 위한 사회주의의 현대화작업인가. 물론 그 속에 그런 측면이 읽혀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더 적극적으로 들여다보면 그것은 낡은 사회주의의 보수작업이 아니라 인간에게 알맞는 새로운 이념인 인간주의의 창조작업인 것이다. 이점 우리의 혁신작업도 간단없이 지향해야할 방향이다.

6ㆍ29 이후 지난해까지가 민주화의 품목들이 선보인 기간이라면 새해부터는 그것을 선택하고 우리 것으로 만드는 실천의 기간이다. 총론의 시대가 아니라 각론의 시기이다. 그런점에서 올해 심혈을 기울여야할 기본적인 몇가지를 생각할 수 있다.

뭐니뭐니해도 첫손을 꼽을 것은 지방자치제 실시다. 이것이 우리가 원하던 대로 자리를 잡아만 준다면 우리는 정치제도에서 하나의 거보를 내딛게 되는 것이다.

사실 우리의 정치뿐 아니라 경제ㆍ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하나의 공통적 폐단은 모든 것이 중앙에 집중되어 있는 현상이다. 우리의 정치가 선도했던 현상이긴 하지만 민주화란 것을 뿌리내리게 하기 위해 각계에서의 과감한 분권ㆍ분산화는 필수적이다. 정치가 여기서 수범을 보여야하고 그것이 지자제에서 시작돼야한다.

단임의 노태우대통령은 그의 임기의 정점에서 새해를 맞는다. 지난날이 청산으로 보낸 시기였다면 남은 임기는 그의 진면목이 참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시기이다. 우리의 정치제도가 불가피하게 대통령의 리더십에 나라의 운명을 의존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21세기를 향한 결정의 시점에서 그의 역할은 실로 막중하다. 지자제를 하건 법의 정비를 하건 일관성있고 뚜렷한 혁신의 의지가 남은 임기의 가장 큰 덕목이어야 할 것이다.

변화시킨다는 것은 때론 진통을 불러오고 혼란과 불안을 감내해야할 때가 있다. 만약 그가 지난해의 청산을 안정과 현상유지에 집착하게 되는 기점으로 삼으려 한다면 자칫 안정도 잃고 그가 힘겹게 이룩한 6ㆍ29도 물거품이 되기 쉽다. 「가만히 있는 것은 나빠지는 것」이라는 일상의 진리가 지금처럼 절실할 때는 없다. 그만큼 우리를 싸고있는 상황은 도전적인 자세만이 극복할 수 있는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빼놓을 수 없는 새해의 과제는 경제력의 회복이다.

수출도 늘리고 생산성도 높여야겠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반드시 고려돼야 할 일은 경제정의의 실현이다. 이것은 경제 자체의 흠이 아니라 성장의 과정이 지난날의 정치체제와 무관하지 않은 데서 왔다고 해두자. 그러나 분배의 문제도 산업평화의 문제도 여기서 출발된다면 결코 소홀히 다룰 문제가 아니다.

적절한 내몫에서 자제할줄 아는 근로자의 자세가 필요한 것처럼 형평과 공정을 기본으로 하겠다는 기업가의 자세전환 또한 긴요하다. 그렇지 않고선 우리 경제는 지난날의 찬사를 되찾을 수 없을지 모른다.

환경이나 인구도 더이상 미래의 문제만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에겐 이런 지구촌적 문제보다 더 절실한 미래의 과제가 있으니 바로 남북의 화해요 통일이다. 어쩌면 21세기를 향하는 향후 10년 사이 이 문제 만큼 우리에게 변화를 줄 수 있는 변인은 없을 것이다.

따라서 적극적인 태세가 필요하다. 혹자는 통일이나 화해는 북한이란 상대가 있는 일이라고 할지 모르지만 그들이 할 일이 있고 우리가 할 일이 있다. 그것은 우리의 자세에서부터 정책에 이르기까지 통일지향적으로 정비돼야 함을 말하며 그 과정에서 합의는 매우 중요하다. 그래야만 일부의 선통일 주장을 적절히 용해시킬 수 있다.

지금 세계는 그야말로 「지구촌」의 현실화가 숨가쁘게 일어나고 있다. 사람들은 날로 달라지는 통신기술로 더이상 자신의 국경이나 사상이나 문화에 갇혀 홀로 살 수 없게 됐다. 커다란 상호노출,상호이해,공존의 시대로 세계는 변해가고 있는 것이다.

고빗길에서 맞는 이 한해가 참 궁금하다. 시험도 많은 것이다. 하지만 이 격변의 추세에 적절히 대응해 새로운 것을 부단히 우리 것으로 만들어나갈 때 우리는 또한번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스스로를 무한히 변화시켜야한다. 새해,새세기를 새롭게 맞으려면 우리 스스로를 먼저 새롭게 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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