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마” 욕설… 명패 던지고… 육탄전/황 위원장 “진실증언 하라” 차우셰스쿠 거론도/“정곡 답하라”에도 써온 원고 그대로 낭독만/“정치자금 부문 말 않겠다”엔 야도 이례적 침묵/특위아닌 의원이 증언 대육박… 백담사측 격앙○…전두환 전대통령의 31일 국회증언은 형식상 국회5공ㆍ광주특위의 청문회였지만 내용은 5공 7년의 일그러진 역사에 대한 대국민법정이란 무게가 실려서인지 시종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헌정사상 전직대통령이 집권시의 과오로 인해 사실상 피고성격의 증인석에 앉았다는 첫 기록과 함께 이로써 2년간 끌어왔던 5공청산논란의 대단원을 내릴 수 있을 것인가의 기대감이 얽혀 있었음은 물론.
전씨가 상오 10시20분 법정대리인인 이양우변호사와 함께 참의원회의장에 들어서면서 감돌았던 긴박감은 회의중 수차례 정회를 거듭하다 「광주문제」 증언도중 평민당의원들이 전씨를 향해 욕설과 함께 거친 행동을 보이고 민정당의원 등이 반발하는 소동 속에 끝내 정회 후 전씨가 출석하지 않고 민정당도 불참한 가운데 야3당이 의사진행 발언만 하고 끝내는 반쪽 청문회로 끝나는 파행을 면치못했다.
○…상오 10시7분 황명수 5공특위 위원장의 개회선언과 인사말로 시작된 청문회는 10시20분 양 특위전문위원의 안내로 전씨가 이변호사와 함께 들어와 증언대옆 좌석에 앉음으로써 긴장감이 고조. 전씨는 이어 황 위원장의 사회에 따라 증언대로 나가 의원들을 바라보며 증인선서문을 낭독했는데 『본인은… 5공화국에 있어서의 정치권력형 비리조사특위와 광주민주화운동 진상조사특위 연석회의에서 증언…』이라는 대목에선 상기된 표정.
청문회장과 방청석을 감돌던 긴박감은 전씨의 선서 직후 장석화의원(민주)이 의사진행발언을 신청하면서 깨졌고 이후 회의진행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
여야의원들이 이 때문에 일촉즉발의 설전과 삿대질로 어수선해지자 황 위원장은 이를 자제시키며 『전 증인이 백담사에 칩거하며 참회하던 심정으로 국민적 화합과 용서를 위한 증언이 되게해달라』고 주문하며 루마니아의 차우셰스쿠대통령의 「말로」까지 거론하기도.
이어 이 변호사로부터 답변서를 건네받아 증언대에 나선 전씨는 약 10분간 증언에 임하는 자신의 심경을 토로. 전씨는 담담한 어투로 『지난해 11월 참회의 고별사를 드리고 산간벽지의 한사에서 반성과 수도의 길을 걸어온 제가 또다시 국민여러분에 언짢은 문제에 대해 말씀을 드리게 된 것이 송구스럽다』고 서두.
○…1차 정회 후 열린 4당 간사회의에서 야당의원들은 『이게 국정연설이지,증언이냐』며 『보충질의시간을 늘리고 의사진행발언을 허용하라』고 민정당측에 요구.
이에 장경우 민정간사는 『답변내용을 당과 상의한 것은 아니다』고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않으면서 『일단 모두 들어보도록 하자』고 야당의원들을 설득.
그러나 야당측이 일제히 『일문일답이 이래서 필요한 것』 『속개 후 당장 4당이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성실한 답변을 촉구해야 한다』고 흥분.
○…20여분 만인 상오 11시20분께 속개된 회의서 황 위원장은 『전 증인이 질문의 정곡을 피하고 변명하는 자리같이 되면 보충질의에 관한 여야합의도 깨질 수밖에 없다』며 으름장같은 3차주의.
그러나 전씨는 마음을 단단히 먹은 듯 답변서를 거의 토씨하나 틀림없이 읽어내려 갔는데 언론통폐합 관련부분에서 『언론인 해직조치가 각 언론사의 자율결정형식을 취했으나 실제로 계엄당국의 언론관계담당관들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했을 것』,10ㆍ27 불교법난에 대해 『정화조치의 일환이긴 하나 본인의 대통령취임 후 몹시 바쁜 기간이어서 중대한 사안인데도 집행기관을 자세히 챙기지 못한 점 죄송스럽다』며 은근히 당시 보안사에 책임을 돌린 것을 제외하면 관련의혹의 부정일색.
○…때문에 이날 최대의 관심이 집중된 정치자금과 6ㆍ29선언배경과 관련한 답변에서 야의원들과 방청석에서 『더이상 못참겠다』 『이는 5공청산이 아니라 5공무산』이란 격한 반발이 일어나 12시7분 결국 점심시간으로 이어지는 두번째 정회.
전씨는 『질의내용중 양대 선거와 관련한 자금문제도 있으나 어느당을 막론하고 선거때 자금을 모금하고 지원을 받아온 것은 비밀일 수도 없는 공지의 사실』이라며 『우리의 선거풍토에서 본인은 누차 정치자금에 대한 이상과 현실간의 괴리에 곤혹감을 느꼈으며 이러한 고충은 여야 모두가 비슷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는데 의외로 의석은 조용해 눈길.
전씨는 이어 『다른 나라의 경우 평화적으로 정권을 인계해주고 나온 어떤 통치자도 정치자금의 내역을 공개해 왈가왈부한 사례를 본적 없다』며 『이 문제에 입을 열기 싫다기보다 입을 열게됨으로써 청산의 새로운 시작이 되고 과거의 수렁에 또다시 빠져들게 될까 염려한다』며 묘한 여운을 남겼지만 의석은 이례적으로 일관된 침묵.
반면 전씨가 6ㆍ29선언과 관련,『6ㆍ29선언은 그것이 담고있는 내용이 그동안 어떻게 실현됐으며 추진되어 정치발전과 국가이익에 기여하고 있는가 라는 것이 중요하지 그 경위나 배경을 새삼 들추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정치이면의 얘기를 현실 정치에 민감한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서는 훗날 회고록 등을 통해 소상히 밝힐 것을 약속하겠다』며 5공증언을 마무리.
○…전씨는 낮 12시3분께 정회가 선포된 뒤 곧바로 국무위원대기실로 가 대기하고 있던 민정당 당직자들 및 측근들과 함께 오찬.
이 자리에는 전씨와 안현태 전경호실장 민정기비서관 등 백담사측과 남재희대표위원대행 이춘구총장 이한동총무 이승윤정책위의장 등 당4역,채문식 윤길중고문,정동성 최재욱의원 등 모두 11명이 참석했는데 직사각형 식탁의 중앙에 전씨가 앉았고 맞은편에는 채 고문 등 당직자들이 차례로 좌정.
점심메뉴는 꼬리곰탕이었는데 전씨는 시중 굳은 표정을 감추지 못했으며 참석의원들이 『식사를 하시지요』라고 권유하자 수저를 들었다는 것.
○…이날 4시50분께 전씨가 『5월22일의 자위권발동…』을 말하는 대목에서 중단됐던 증언은 2차례의 간사회의를 거쳐 7시50분 속개.
그러나 문 위원장의 당부발언 뒤 7시56분 전씨가 다시 자위권대목부터 언급하자마자 특위소속이 아니면서 청문회장 맨뒷줄에서 증언을 지켜보던 정상용의원(평민)이 벌떡 일어나 『사람 죽인 게 자위권 발동이냐』며 증언대의 전씨쪽으로 돌진.
이에 권해옥의원 등 민정의원들이 당황,정 의원을 막았고 민정평민의원간에 욕설과 몸싸움이 계속되는 사이 위원장석 옆에서 방청하던 이철용의원(평민)이 증언대로 달려가 전씨에게 손가락을 겨누며 『성실하게 증언하라』고 고함.
황급히 권해옥의원이 달려와 이 의원을 밀어냈으나 이 의원은 밀리면서 『살인마 전두환』이라고 원색적으로 전씨를 공격.
이동안에도 민정평민간의 몸싸움이 육탄전 일보직전까지 가는 감정대립으로 치닫자 문 위원장은 서둘러 6번째 정회를 선포.
전씨가 이 변호사와 정동성의원과 함께 힘들다는 듯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증언대를 서너발짝 떠난 순간 민주당의석에 있던 노무현의원이 돌연 자기 앞의 명패를 증언대로 던졌다.
전씨보다 증언대를 겨눈 것 같은 명패는 증언대를 맞고 튀어나왔으나 평민의원과의 싸움에 정신이 팔렸던 민정의원들은 1∼2분 후에 뒤늦게 이를 알고 더욱 흥분. 머리를 숙이고 앉아있는 노 의원을 민주의원들이 자제시키는 것과 함께 권해옥의원이 노 의원을 향해 『저× 퇴장시켜. 네가 국회의원이야』라며 육탄전이라도 벌일 기세.
이에 앞서 방청석에서도 의원보좌관끼리 멱살을 잡는 등 소동이 벌어졌다.
이어 민정의원들은 김중권의원의 지시로 모두 청문회장을 퇴장,의원실에 모여 이춘구총장 주재로 긴급대책을 숙의했는데 어느새 노 의원의 명패를 「증거물」로 수거해온 상태.
이 자리서 이춘구총장은 명패를 보관할 것을 지시했고 김영구의원 등은 『특위위원도 아닌 정ㆍ이 두의원의 폭력에 대해 공개사과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고 정동호의원도 『국회사무총장과 경위들은 뭐하는 거냐』고 흥분.
○…야당의원들의 폭언 등에 백담사측은 『도저히 참을 수 없다』며 분노감과 격앙된 감정이 결국 폭발.
백담사측의 이양우변호사와 안현태씨는 민정당지도부에 달려가 『당신들은 무엇하는 사람들이야』 『여야합의 좋아하네』라고 고함과 삿대질을 하며 거칠게 항의.
특히 이 변호사는 이춘구총장과 이한동총무에게 『증언이 이렇게 될줄 예상 못했느냐』 『우리는 민정당을 더이상 믿을 수 없다』고 불만을 노골적으로 표시하자 당직자들은 아무말도 없이 울상만 짓기도.
이 변호사는 증언현장에서 야당측의 소란과 야유가 계속되고 있는 점을 겨냥 『어른께서(전 전대통령지칭) 보충질의는 서면답변으로밖에 할 수 없다고 한다』고 전씨의 불편한 심기를 전언.
이에 따라 민정당은 갖가지 대응책을 강구한 끝에 명패를 집어던진 노무현의원과 방청석에서 「살인마,전두환」 구호를 외친 이철용의원의 사과를 받기 전에는 전씨가 증언에 불참토록 하자는 의견을 집약.
○…이날 밤 야3당 주도로 속개된 회의에서 야당의원들의 전씨 비난 의사진행발언이 계속되는 가운데 전씨는 밤 11시50분께 쉬고 있던 국무위원 회의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15분간 회견.
전씨는 못다한 답변을 서면으로 대체한다며 『오늘 저녁 보도진 여러분들도 봤듯이 분위기가 파탄에 이르러 증언을 계속 못하게 된 것이 가슴아프다』고 언급.
이 변호사와 정동성의원 등이 배석한 회견에서 전씨는 『연내 과거청산 마무리라는 영수회담 합의사항을 존중해 최대한 협조하려 했으나 서면질의가 청산수준의 핵심사항인데도 회의분위기가 그렇지 못해 독자적으로 국민들에게 증언함으로써 과거의 늪에서 벗어나는 데 일조하려는 것』이라고 토로.
전씨는 이어 준비된 답변서 말미부분인 심경토로 대목을 읽고난 뒤 12시5분께 경호원과 민정의원들에게 둘러싸여 국회의사당을 떠났다.
전씨는 국회를 떠나면서 민정당의원들의 박수에 웃으며 손을 들어 답례키도 했는데 반면 평민당 등 야당측 사람들은 『국민의 엄중한 심판을 받게될 것』이라는 등의 야유를 보내 한때 몸싸움이 벌어지기도.<이유식ㆍ이영성기자>이유식ㆍ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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