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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 성지 찾은 교황…신도들에게 '아낌없는 축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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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 성지 찾은 교황…신도들에게 '아낌없는 축복'

입력
2014.08.16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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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0 서소문 순교 성지 참배

프란치스코 교황은 16일 오전 순교자 124위 시복미사에 앞서 한국 최대 순교성지이자 이번에 시복될 124위 복자 중 가장 많은 27위가 순교한 서소문 성지를 참배했다. 교황은 순교자 후손들의 손등에 키스를 해주고 아기들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등 신도들에게 아낌없는 축복을 선사했다. (▶관련기사 보기)

#서소문 성지는 어떤 곳?

프란치스코 교황이 16일 서소문 순교성지를 방문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프란치스코 교황이 16일 서소문 순교성지를 방문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본래는 서문밖 순교지로 불리는 천주교 성지였다. 한국에 천주교가 들어온 후 박해를 당할 때마다 이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처형당하였으니 1801년 신유박해부터 1866년 병인박해까지 100여 명의 천주교인이 처형되었다고 한다. 이중 44명이 성인이 되어 국내 최대의 천주교 성지로 자리잡았다. 《황사영백서》로 알려진 황사영도 이곳에서 처형되었다.

공원의 명물은 천주교기념탑이다. 본래 1984년 12월 순교자현양탑이 세워졌으나 1999년 5월 15일 다시 건립한 것이다. 재료는 화강암으로 높이 15m의 주탑과 13m의 좌우 대칭 탑 등 3개의 탑으로 이루어져 있다. 탑 기단 위는 유리로 막아 물이 흐르도록 하였는데, 이것은 박해와 죽음의 상징인 칼과 생명의 상징인 물을 대비시킨 것이다. 주탑 앞 부분에는 순교의 참상을 형상화한 청동조각을 붙였으며 세 탑 모두 윗부분 구멍에서 가운데까지 7개의 금빛 선을 흘러내리게 하고 있다. 이 선은 죽음을 통한 하느님의 승리와 천주교 7대 성사(聖事)를 상징한다.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사흘째인 16일 오전 서울 서소문 성지 인근에서 한 시민이 묵주를 들고 교황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사흘째인 16일 오전 서울 서소문 성지 인근에서 한 시민이 묵주를 들고 교황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7:00 입장 시작. 선발된 성당 사람들 비롯해 참석 인원 한둘씩 가방 검사 등 받고 들어오기 시작.

8:00 서울 중구 서소문성지에 500여 명의 신자들이 모임. 모두 비표를 받은 사람들. 좌석 앞줄에는 순교자의 후손들이 여러 명 앉았음. 순교성지 가운데는 순교탑이 있음. 순교탑에는 ‘복되어라, 의로움에 주리고 목마른 사람들!’이란 성경 구절과 순교자 명단 새겨져 있음. 서소문 순교성지에서 희생된 사람들 이름 하나하나 외치면서 "저희를 위하여 들어주소서" 제창 후 기도. 사람들 계속 입장하고 자리잡음.

8:27 교황님 오신 것 같다. 노랑 분홍 한복 곱게 차려입은 화동들 안절부절. "곧 교황님이 도착하실 예정입니다. 맞이할 준비를 하시기 바랍니다" 안내.

앞줄에는 서소문 순교지에서 희생당한 27명의 후손들이 목에 빨간 손수건 두르고 앉아있음.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한 사흘째인 16일 오전 서울 서소문 성지로 이동하며 시민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한 사흘째인 16일 오전 서울 서소문 성지로 이동하며 시민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8:34 염수정 추기경, 강우일 주교, 조규만 주교 등 서소문 성지에 도착. 기다리던 신자들 “와-아”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환영. 교황은 아직 오지 않음. 신자들 ‘VIVA PAPA’라고 쓴 환영글 준비. 주교들이 자리에 앉은 뒤 교황 도착을 기다림.

프란치스코 교황이 16일 오전 서울 서소문순교성지를 방문, 환영 나온 화동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프란치스코 교황이 16일 오전 서울 서소문순교성지를 방문, 환영 나온 화동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8:50 “모두 일어나 주십시오”하는 안내 방송. 곧이어“와!”하는 함성과 함께 교황이 검정 쏘울 타고 서소문성지 도착.

차에서 내린 교황은 성지 안으로 들어옴. 화동 둘이 꽃바구니를 제대 아래에 놓음. 교황은 순교탑을 정면으로 제대 앞에서 두 손을 깍지낀 채 가슴 아래에 모으고, 두 눈을 감은 채 고개를 숙여서 기도함. 1분 정도. 기도가 끝나고 성호를 그음.

프란치스코 교황이 16일 오전 서울 서소문순교성지를 방문, 염수정 추기경의 영접을 받으며 천주교기념탑인 현양탑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프란치스코 교황이 16일 오전 서울 서소문순교성지를 방문, 염수정 추기경의 영접을 받으며 천주교기념탑인 현양탑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8:55 교황 강복

강복 기도문은 라틴어로 ‘싯 노멘 도미니 베네딕뚬(주님의 이름을 찬미받으소서)’로 시작하면 신자들이 “이제와 영원히 받으소서”라고 답함.

교황 :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신자들 : 또한 교황님과 함께

교 : 주님의 이름을 찬미받으소서

신 : 이제와 영원히 받으소서

교 : 우리의 도움은 주님의 이름에 있으니

신 : 하늘과 땅을 만드신 분이시로다

교 : 전능하신 천주, 성부와 성자와 성령께서는 여러분에게 강복하소서

신 : 아멘

강복 완료 후 사방에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손을 들어 축복.

8:56 앞줄에 앉은 순교자 후손들에게 가서 일일히 손 붙잡아주고, 손등에 키스를 받아주고, 인사를 함. 일부 후손들 준비해 온 문구 읽는데 다 들어줌. 옆으로 이동하면서 아기들 머리 만져주고 손 붙잡아줌. 아이들이 펜스에 매달려 교황님 손 잡으려고 하자 이동 못 하고 하나하나 다 인사해줌. 눈물 흘리는 사람들도 있고 휴대폰으로 사진 촬영하는 사람 많음.

프란치스코 교황이 16일 오전 서울 서소문순교성지를 방문, 순교자들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프란치스코 교황이 16일 오전 서울 서소문순교성지를 방문, 순교자들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9:02 6분만에 인사 마치고 돌아섬. 마지막으로 화동과 신부들과 인사한 뒤 웃으며 차량 쪽으로 이동

9:04 차량 타고 퇴장. 신자들은 마지막에 박수로 배웅.

프란치스코 교황이 16일 오전 서울 서소문순교성지를 방문, 신도들을 향해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프란치스코 교황이 16일 오전 서울 서소문순교성지를 방문, 신도들을 향해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다음은 순교성지에 참석한 신도들 인터뷰 내용

윤지충 바오로의 후손 윤재석 바오로(74) : 8대 후손 정도 된다. 개인적으로 일생에 없을 것 같은 영광이고 정말 축복받았다. 너무나도 편하시고 인자하신 분이다. 마치 할아버지를 다시 만난 것 같은 기분이다.

마세창군(10) : 정말 좋았어요. 머리에 교황님께서 강복을 해 주심. 감동이 벅차올랐다.

이준성 신부(중림동 약현성당 주임신부, 서소문공원 관리도 맡음)

무엇보다 교황님 방문으로 잊혀졌던 성지인 서소문 성지가 재조명 받고, 이곳에서 순교하신 분들의 순교정신이 드러나는 계기가 돼 기쁘다. 이곳은 여러 의미가 있다. 숭례문부터 북악재로 이어지는 한양 성곽의 흔적이 거의 사라졌다. 이곳은 한양 성곽과 연결된 곳이라 순교 성지로서의 의미도 있지만, 성곽의 유네스코 등재를 위해서도 서소문 성지의 제대로 된 관리가 필요하다. 순교 정시은 ‘자유, 사랑, 평등’이다. 양심의 자유, 모든 사람을 품는 나눔의 사랑, 신분제를 뛰어넘는 평등이다.

화동1 최윤재(여, 2003년생, 초등6년, 약현성당 신자)

-오늘 교황님께 꽃바구니를 드린 일은 꼭 일기에 써야겠다. 평생 기억에 남을 일이다.

화동2 성석희(2001년생, 중1년, 약현성당 신자)

-꽃바구니가 굉장히 무겁다. 신자들이 쓴 편지가 꽃 바구니 밑에 담겨 있다. 편지가 정말 많다. 교황님이 들기에는 너무 무거울 것 같아서 저희가 직접 제대 아래에 놓기로 한 거다. 교황님은 만나기도 어려운 분인데, 가까이서 뵙게돼 참 좋다. 가난한 사람들 많이 도와주셔서 좋다.”

야네 아나 마리아(여, 61세, 약현성당 신자)

-아르헨티나 사람이다. 남편이 한국사람. 결혼해서 한국에 18년째 살고 있다. 교황님은 아르헨티나에 있을 때부터 알았다. 베르고글리오 추기경(교황)님은 아주 인기가 많다. 늘 자신을 낮추고, 가난한 사람들을 품어서 좋다. 한국에 와서 교황님을 뵙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아르헨티나에서 가져온 아르헨티나 국기를 들고 나왔다. 교황이 인사를 나눌 때 교황에게 “저희 가족을 위해 축복해 달라”고 스페인어로 요청했고, 프란치스코 교황은 “네, 네. 가족을 축복하겠다”고 스페인어로 답했다.

정호영(56)

-다산 정약용의 직계 종손. 순교자 정약종이 순교로 후손이 끊겨서, 정약용의 후손이 참석.

-“‘정약종’이란 순교자 이름을 언급하는 것도 옛날에 집안에서 금기였다. 족보에도 없었다. 집안 족보에 이름이 등장한 건 1961년부터다. 1870년에 만들어진 족보가 있는데, 거기에도 정약전 다음에 정약용으로 돼 있다. 중간에 있는 ‘정약종’이 빠져 있다. 순교자 정약종은 이곳에서 순교했다. 아들과 함께 참수 당했다. 교황님은 유쾌하면서, 동시에 진지한 분이다. 유쾌하면서도 진지하다는 건 대단한 내공이다. 참 원칙을 중시하고 지키시는 분이라 생각한다”.”

이태석 신부

(교황과의 순교지 행사, 돌아가신 분들 가혹한 시대에 돌아가셨는데 하늘에서 보시면서 어떠실까)

결실을 맺었다는 생각 드실 것. 당신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았다는 것에 대해 기뻐하실 것이라고 생각한다. 당시에는 교황님이 계시다는 것 자체를 모르는 분들도 많았을 것이며 신부 자체도 숫자가 워낙 없었기 때문에 신부를 만나는 것도 하늘의 별따기였다. 어두웠던 시기였다.

(그분들의 희생이 어떤 의미인가)

표양이 되었다. 좋은 모델이자 지금의 천주교가 탄생하는 데 밑거름이 되었다. 한국 교회의 성장에 밑거름이 된 분들이다.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당신들의 고생이 무의미하지 않다는 것을 아셨으면 좋겠다.

(이번 교황님 특히 좋아하는 사람들 많다. 신부님께서 보시기엔 어떤가)

이번 교황은 겸손하신 것 같다.

연합뉴스·공동취재단

[프란치스코 일정 따라잡기]

둘째날 ② 아시아 청년들과의 만남

둘째날 ① 성모승천대축일 미사와 세월호 유족 만남

첫 날③ 한국 주교들과 만남

첫 날② 대통령 면담 및 연설

첫 날① 프란치스코 교황 입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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