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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로 추락한 '금수저'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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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로 추락한 '금수저' 아이들

입력
2017.02.13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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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관을 쓰려는 자, SNS의 무게를 견뎌야 할 판이다. 부산 정치명문가의 아들은 래퍼의 꿈이 열리는 순간, 자신이 과거 트위터에 남긴 짧은 글에 발목이 잡혔다. 국회의원의 아들, 비선실세의 딸, 재벌가의 아들….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다고 성장기의 혼란과 반항이 비켜갈 리는 없다. 과거에도 금수저들의 일탈은 심심치 않게 세간의 입방아에 올랐다. 그리고 잊혀졌다. 달라진 건 일탈이 아니라 잊혀지지 않는 세상이다. 부주의했던 과거가 현재와 미래를 옭아매는, 불행히도 이 곳은 SNS의 손바닥 안이다.

장용준군과 그의 트위터 계정. 방송화면과 트위터 캡처
장용준군과 그의 트위터 계정. 방송화면과 트위터 캡처

1. 장용준 “조건하고 싶은데…”

10일 첫 방송된 엠넷 ‘고등래퍼’. 훈훈한 비주얼을 가진 18세 장용준군은 출중한 랩 실력으로 심사위원의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채 하루가 지나지 않아 용준군은 성매매 의혹 등 사생활 논란에 휩싸였다. 용준군 계정으로 추정되는 트위터에는 “조건(만남)하고 싶은데 디엠(1:1대화) 하기 위해 맞팔(서로 친구추천) 가능할까요?”라는 글이 있는가 하면, 미성년자임을 밝힌 여성이 “오프 하실 분 5만원 문상으로 먼저 주셔야 돼요”라고 올리자 “오빠랑 하자”는 답글이 있었다. 더구나 용준군이 바른정당 장제원 의원의 아들로 알려지자 비난 여론이 빗발쳤다.

아버지와 아들의 이름이 실시간 검색에서 내려올 줄 몰랐고 급기야 장제원 의원은 공개사과에 이어 12일 바른정당 대변인직을 사퇴했다. 활발한 소통 창구로 아들과의 다정한 사진을 올리기도 했던 SNS 계정 역시 폐쇄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청문회 스타로 한창 주가를 올리던 장 의원에겐 뼈아픈 일이었다. (▶ 관련기사)

‘고등래퍼’의 제작진은 13일 용준군의 하차를 공식 발표하며 자필 편지를 공개했다. “일순간의 호기심으로 트위터를 통해 저급한 말을 내뱉은 것에 대해서도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하지만 그러한 방식으로 어떠한 만남을 가져본 적은 결단코 없습니다. 물론 그러한 멘션을 보냈다는 것 자체가 너무 큰 잘못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편지는 성매매 의혹은 부인했지만 트위터의 글 자체는 본인이 쓴 것임을 밝히고 있다. (▶ 관련기사)

지난달 3일 덴마크 올보로에서 긴급체포된 후 법원에서 기자들과 인터뷰하고 있는 정유라와 페이스북. 길바닥저널리스트 페이스북 캡처
지난달 3일 덴마크 올보로에서 긴급체포된 후 법원에서 기자들과 인터뷰하고 있는 정유라와 페이스북. 길바닥저널리스트 페이스북 캡처

2. 정유라 “돈도 실력이야”

2016년 10월 대한민국을 발칵 뒤집어 놓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은 현재진행형이다. 헌재의 대통령 탄핵 심판과 특검 수사는 연일 톱뉴스다. 그동안 밝혀진 국정농단의 실상만으로도 초유의 사태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과거 권력형비리와 이 사태를 차별화하는 중요한 지점에 정유라가 있다.

“능력 없으면 니네 부몰 원망해. 잇는 우리 부모 가지고 감놔라배놔라 하지 말고…”. 2014년 12월 개명 전의 이름인 정유연으로 게시된 페이스북 글은 거친 언사로 대한민국의 평범한 부모들을 죄인으로 만들었다. 정유라의 그 잘난 부모가 국정을 주무르며 나라의 주인인 국민을 농락했다는 사실을 짐작조차 못할 때였다.

정유라는 수업을 밥 먹듯 빠지고 당당하게 고교를 졸업하고 명문여대에 입학했다. 그 뿐인가. 대한민국 최고의 기업에서 십 수억이 넘는 말을 사주고 뒤치다꺼리를 도맡았다. 1020세대는 들끓었다. 좋은 대학 가려고, 좋은 학점 따려고, 좋은 기업에 취직하려고 견뎌온 시간들이 억울했다. 광장은 이들의 분노로 타올랐다. 정유라의 치기 어린 페북 글 덕분이었다. (▶ 관련기사)

2014년 5월 막내아들의 SNS 발언 실수를 얘기하며 눈물짓고 있는 정몽준 후보와 아들 정모군의 페이스북. 한국일보 자료사진
2014년 5월 막내아들의 SNS 발언 실수를 얘기하며 눈물짓고 있는 정몽준 후보와 아들 정모군의 페이스북. 한국일보 자료사진

3. 정몽준 막내아들 “국민이 미개”

2014년 4월 18일. 세월호가 가라앉고 애타게 구조소식을 기다리던 국민은 졸지에 미개한 사람들이 돼버렸다. 당시 서울시장 선거에 나선 정몽준 후보 막내아들의 훈계 때문이었다. 그의 페이스북엔 “대통령한테 소리 지르고 욕하고 국무총리한테 물세례 하잖아. 국민이 미개하니까 국가도 미개”하다는 글이 적나라하게 적혀 있었다.

‘버스요금 70원’ 발언 논란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던 정몽준 후보는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고,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 수락연설을 하며 울었다. 그러나 엎질러진 물이었을까. 정 후보는 박원순 후보에게 서울시장 자리를 내주고 정계에서 멀어져 갔다. 재벌가에 태어나 다른 세상을 살았지만 대학입시에서는 여느 재수생과 다를 바 없던 정모군은 이듬해 연세대에 합격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박선영 기자 philo9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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