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국내 연구진, 멸종 위기 '바나나 구하기' 선언

알림

국내 연구진, 멸종 위기 '바나나 구하기' 선언

입력
2015.04.03 04:40
0 0

잘못된 부분만 특수물질로 제거

유전공학 대체할 신기술로 각광

에이즈 등 난치병 치료 길도 열려

치명적인 곰팡이균의 창궐로 10~20년 내에 지구에서 바나나가 멸종할 위기에 처해있는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바나나 구하기 프로젝트'를 선언해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치명적인 곰팡이균의 창궐로 10~20년 내에 지구에서 바나나가 멸종할 위기에 처해있는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바나나 구하기 프로젝트'를 선언해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요즘 전세계 과학계가 난데없는 ‘바나나 구출작전’때문에 비상이 걸렸다. 치명적인 곰팡이 균이 출현하는 바람에 10~20년 사이 지구에서 바나나가 멸종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위기의 바나나를 구하기 위해 세계 최고의 유전자 교정 기술을 갖고 있는 우리 과학자들이 나섰다.

2일 김진수 서울대 화학과 교수가 이끄는 기초과학연구원 유전체교정연구단과 생명공학기업 툴젠은 ‘바나나 세이브 프로젝트’를 진행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여기 쓰이는 방법이 바로 유전자 교정(Genome editing)이다. 최근 유전공학을 대체할 기술로 각광받는 유전자 교정은 유전자의 잘못된 부분을 콕 집어 제거할 수 있어 난치병 치료나 멸종위기의 동ㆍ식물을 구할 수 있는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원리는 간단하다. 유전자의 잘못된 부분을 핀셋으로 집어내듯 정교하게 제거해 질병 같은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한다. 잘못된 유전자를 제거하는 방법은 기존 유전공학에서도 가능하지만 정확도가 떨어져 정상적인 부분도 함께 제거될 위험이 있다. 반면 유전자 교정은 핀셋에 해당하는 특수 물질이 교정하려는 유전자 구조를 기억하고 있다가 잘못된 부분만 뽑아 낸다.

유전자 교정이 적용되는 대표적 경우가 이번 바나나 구출작전이다. 바나나는 현재 카벤디시라는 품종만 남았는데, 원래 두 종이었다. 1950년대 이후 사라진 빅마이크 품종은 훨씬 달고 맛있었지만 치명적인 곰팡이균이 급속히 퍼져 멸종됐다.

빅마이크 품종의 멸종과 유사한 사태가 이번에 다시 나타난 것이다. 바나나의 멸종을 막으려면 곰팡이균의 침입을 막아야 한다. 기존 유전공학에서는 곰팡이균에 저항하는 유전자를 집어넣는 방법을 썼는데 이렇게 되면 유전자변형(GM)이어서 안전성 논란이 일 수 있다.

김 교수팀은 유전자 교정 기술로 곰팡이균 감염을 일으키는 유전자를 찍어내 더 이상 바나나가 멸종 위험에 노출되지 않도록 할 계획이다. GM 논란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바나나 뿐만이 아니다. 미국에서는 벌써 유전자 교정으로 만든 에이즈 치료제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다. 환자의 세포에서 뽑아낸 유전자 중에 에이즈 바이러스 감염 경로에 해당하는 부분을 제거한 뒤 다시 넣어주면 더 이상 병이 진행되지 않는다. 과학자들은 혈우병이나 조류인플루엔자도 같은 방식으로 치료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유전자 교정 분야에서는 우리 과학자들의 기술이 세계 최고 수준이다. 김양균 성균관대교수가 1996년 관련 논문을 학계에 처음 발표했고, 김진수 교수는 다양한 관련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또 관련 기술 특허를 가진 세계 3대 기업 중 하나가 국내의 툴젠이다. 김진수 교수는 “앞으로 유전자교정 기술이 식품, 의료, 바이오 산업의 혁명을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논란거리는 남아 있다. 유전자교정 기술을 수정란에 적용하면 태아의 유전병을 치료할 수 있다. 경우에 따라 윤리적으로 ‘맞춤형 아기’ 논란이 일어날 수 있다. 또 동식물의 유전자를 마음대로 교정할 경우 생태계 교란 가능성도 우려된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