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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아베노믹스… 최경환號, 벤치마킹 주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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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아베노믹스… 최경환號, 벤치마킹 주의보

입력
2014.07.29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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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풀어 경기부양' 닮은꼴 행보 실질임금 추락·고용의 질 하락 등

日 국민 부정적 평가가 더 많아져 "구조개혁 외면 탓… 반면교사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연일 과감한 경기부양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갈수록 그 강도가 강해지는 모습이다. 재정 팽창(재정), 양적완화(통화), 구조개혁(성장) 등 이른바 ‘세 개의 화살’을 축으로 하는 일본의 아베노믹스와 상당히 닮아있다는 평가들이 쏟아진다. ‘한국판 아베노믹스’라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다. 하지만 정작 일본의 아베노믹스는 그 한계를 드러내며 곳곳에서 경고음이 울리기 시작한 상황. 아베노믹스의 추종이 자칫 큰 화를 부를 수 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최 부총리는 28일 방송기자클럽토론회에서 “재정이든, 통화신용정책이든 간에 당분간은 확장적인 정책이 필요하다”며 “올해 하반기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적어도 내년까지, 필요에 따라 그 이후에도 지속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양적완화가 필요하다는 인식은 한국은행도 갖고 있다“며 “지금 경제가 굉장히 어렵기 때문에 통화당국에서 이런 인식에 맞게 대응할 것”이라고 기준금리 인하를 기정사실화했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답습할 수 있다”는 진단은 취임 이후 이날까지 여섯 차례나 언급했다.

최 부총리의 정책 방향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아베노믹스와 여러 측면에서 비슷하다. 최 부총리는 올해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하지 않되 이에 버금가는 41조원의 재정 등을 투입하기로 했고, “내년 예산은 추경 소요만큼을 담아 확장적으로 편성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아베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취임 직후인 2013년 13조1,000억엔 규모의 추경을 편성하는 등 2년간 132조엔(약 1,320조원)의 막대한 돈을 퍼붓겠다고 공언했다.

최 부총리는 또 ▦기업이익을 가계소득으로 유도하는 세제 ▦법인세 인상 가능성 차단 ▦서비스업 육성 ▦규제 및 공공기관 개혁 등을 내세웠다. 아베노믹스의 세 번째 화살(성장)에도 법인세 인하, 민간투자 활성화, 공공부분 규제 개혁이 담겨있다. 아베 총리는 올 초 재계를 직접 찾아 다니며 사실상 강압적으로 평균 2%대의 임금 인상을 끌어내기도 했다. 일본처럼 초저금리(0~0.1%)는 아니더라도 우리나라 역시 조만간 기준금리 인하로 유례없는 초저금리 시대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아베노믹스가 화끈한 단기 효과가 있는 건 자명하다. 실제 아베노믹스 시행 6개월 만에 주가는 50% 급등했고, 당시 아베 내각의 지지율은 70%대까지 치솟았다. 실업률, 파산건수, 상장기업 순익 등 각종 지표들도 기록적인 호조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최근 일본 안팎에서 아베노믹스에 대한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화끈하게 돈을 풀긴 했지만 경제구조 개혁을 외면하면서 반짝 효과에 그쳤고, 그 후유증도 점점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대표적인 보수지인 산케이신문 조사를 인용해 아베노믹스를 지지한 일본 국민의 비율이 40%, 반대한 비율이 47%라며, 아베노믹스에 대한 불신이 급격히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기업 이익은 상승하고 실업률은 떨어졌지만 구조적인 문제를 별로 신경 쓰지 않으면서 실질임금은 전년보다 3.8%나 떨어졌고, 고용 창출의 상당 부분은 시간제와 임시직으로 충당됐다는 것이다. FT는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아베노믹스에 드리운 그림자는 흩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날 월스트리저널(WSJ)도 “일본이 2012년 말 아베가 당선되기 전의 현상유지 상태로 미끄러지고 있다”며 “통화 정책이 만병통치약이 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이런 지적들은 경제구조 개혁보다는 돈 풀기에 집중하고 있는 최경환 경제팀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전문가들은 아베노믹스를 벤치마킹 대상이 아니라 오히려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박진 한국개발연구원(KDI) 교수는 “근본적인 경제의 구조개혁 없이 돈만 푸는 정책은 장기적인 효과를 거둘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성진 고려대 교수는 “낙수효과를 노리는 아베노믹스의 무차별 재정확대는 장기적으로 지속가능성이 없고 정부부채 가계부채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꼬집었다. 실제 이날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정부의 빚인 국채 발행 잔액은 사상 처음으로 500조원을 돌파(501조3,175억원)했다. 당장은 국채를 찍어 경기부양에 사용하겠지만 미래 세대가 세금으로 갚아야 할 빚만 늘어가고 있다는 얘기다.

규제 완화가 능사가 아니라는 지적도 많다. 장하준 영국 캐임브리지대 교수는 이날 출간 기념 간담회에서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당시 한국이 그나마 괜찮았던 이유는 부동산대출 규제 등에서 다른 나라보다 나은 점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규제를 풀었다가 나중에 더 악화한 상태에서 위기를 만나면 문제가 더 클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기업의 배당을 늘리도록 유도하고자 제시한 배당소득증대세제에 대해서도 “제조업체가 현금을 쌓아두든, 배당 받은 부자들이 현금을 틀어쥐든 똑같을 것”이라며 부정적인 의견을 냈다.

세종=고찬유기자 jutdae@hk.co.kr

세종=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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