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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역사교과서 완성 후 집필 기준 공개한다는 게 말이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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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역사교과서 완성 후 집필 기준 공개한다는 게 말이 되나

입력
2016.07.0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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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 역사교과서 편찬 기준 공개가 또다시 미뤄졌다.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6일 “국정교과서 편찬 기준은 11월에 집필진과 함께 공개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편찬 기준을 7월에 공개한다고 한 지난 4월의 발언을 뒤집은 것이다.

편찬 기준 공개 약속을 깬 교육당국의 식언은 손가락으로 꼽기도 어려울 정도다. 국정화 확정고시를 발표했던 지난해 11월 김정배 국사편찬위원장은 “이달 중 편찬 기준안을 직접 브리핑하겠다”고 했다가 두 차례나 발표를 연기했다. 이준식 부총리도 1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편찬 기준이 만들어지면 수정 작업을 거쳐 발표하겠다”고 공언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이미 편찬 기준을 확정해 집필에 들어갔다”고 말을 바꿨다. 그러더니 이젠 최종 원고가 나오면 그때서야 편찬 기준을 공개한다고 한다. 국민을 우습게 보지 않고서야 이렇듯 약속을 손바닥 뒤집듯 할 수 있겠는가.

교육부는 “집필진에게 안정적인 집필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서”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그 동안 집필진 명단도 ‘안정적 집필’을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다. 명단도 아닌 편찬 기준 공개가 어떻게 집필진에게 정신적 압박을 초래한다는 것인지 납득하기 힘들다. 역사교과서 서술 방향과 기준을 공개한다고 해서 집필진의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리도 없다. 결국 논란을 피해 정부 입맛에 맞는 역사 교과서를 만들려는 의도라고밖에 볼 수 없다. 집필진과 편찬 기준을 중간에 공개해 비판 받기보다는 역사교과서가 공개되는 시점에 한꺼번에 공개해 이를 최소화하려는 꼼수인 셈이다.

편찬 기준 공개가 늦어지면서 우려되는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내년 3월부터 중ㆍ고교에 배포토록 한 촉박한 일정으로 오류 검증 시간이 부족해 교과서 부실이 불가피하다. 역사교과서 부교재로 검정체제인 ‘역사부도’는 올해 12월에 검정심사가 예정돼있으나 교과서 편찬 기준이 나오지 않아 ‘상상 집필’을 하는 실정이다.

역사 국정교과서는 현장의 교수ㆍ교사들이 대거 집필 거부 및 불복종 선언을 하면서 교과서로서의 신뢰와 생명력을 잃은 지 오래다. 교육부가 약속과 달리 밀실에서 진행하고 있는 것 자체가 교과서 국정화가 얼마나 정당성을 잃은 것인지 잘 보여준다. 더민주와 국민의당 의원들은 이달 초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금지하고 검정제로 되돌리는 내용의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법안이 통과되면 국정교과서는 햇볕도 보지 못한 채 사라지게 된다. 발간조차 불투명한 국정교과서를 밀어붙이는 것은 국정에 혼선을 초래하고 학교 현장에 혼란만 가져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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