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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중국 설득 실패, 서툰 외교의 결과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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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중국 설득 실패, 서툰 외교의 결과 아닌가

입력
2016.01.2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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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한미 양국의 거듭된 요청에도 불구하고 북한에 대한 고강도 제재를 끝내 거부했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베이징에서의 미중 외교장관 회담 뒤 “유엔의 새 제재안에 합의하기 위해 더 노력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결과를 설명했다. 다섯 시간에 걸친 마라톤 협상에도 사실상 아무런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는 뜻이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북핵 문제는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해결해야 하며 그것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관영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한국이 제멋대로 해서는 안 된다”고 하는가 하면 박근혜 대통령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ㆍTHAAD) 배치 검토 언급에 “대가를 받아들일 준비를 해야 할 것”이라는 자극적 반응까지 보였다. 대중 북핵 외교의 참담한 실패다. 미중 외교장관 담판의 실패로 중국을 제재에 동참시킬 동력은 사라졌다. 유엔에서 노력하자고 했지만, 제재 시늉만 내다가 끝날 게 뻔하다.

정부가 “최상의 관계”라고 자랑하던 대중외교가 어떻게 이 지경이 된 것인지 냉정하게 되돌아봐야 한다. 대중 인식이 안이하고 순진했음을 우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박 대통령은 “어렵고 힘들 때 손잡아 주는 것이 최상의 파트너”라고 했을 뿐 중국을 움직일 수 있는 어떤 지렛대도 전략도 보여주지 못했다. 의리와 온정에 기대 중국이 전략적 자산으로 여기는 북한을 내칠 것이라 기대한 것 자체가 난센스다. ‘전승절 외교’의 환각에서 깨어나지 못한 감성적 아마추어 외교의 현주소다.

중국 압박용으로 내놓은 사드 발언은 더욱 납득하기 어렵다. 사드는 주한미군 배치라는 군사적 의미를 넘어 미중의 동북아 패권 싸움과 이어진 전략카드로 변질한 지 오래다. 설사 배치를 강행하더라도 대중 외교에서 우리가 애써 거론할 이유가 없다. 실제로 쓸 수 있는 카드는 더더욱 아니다. 정부가 어떤 요청도, 협의도, 결정도 없었다며 전략적 모호성을 견지해온 배경도 그런 맥락에서였다. 사드 발언으로 중국을 움직일 수 있다는 발상이 어디서 갑자기 샘솟은 것인지 의아하다.

미중 회담에서도 드러났듯 사드 발언은 대중 외교의 실리와 명분을 모두 잃는 자충수다. 그뿐만이 아니다. 대통령의 입을 통해 사드 문제를 공론화한 마당에 우리의 전략적 국익을 미국에는 어떻게 밝힐 것인가. 안 그래도 북핵 정국을 이용해 사드 배치를 기정사실화하려는 미국이다.

설상가상 북한이 조만간 장거리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더 이상 우왕좌왕할 시간이 없다. 무엇을 할 것인지를 따지기 전에 복잡하게 얽힌 판세를 제대로 읽는 능력부터 갖추는 게 외교 당국의 당면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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