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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미투’ 결실을 보려면 아직 넘어야 할 걸림돌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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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미투’ 결실을 보려면 아직 넘어야 할 걸림돌 많아

입력
2018.02.06 19:45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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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문단 성폭력 고발 사태로 주목받았던 ‘미투(Me Too)’ 물결이 최근 여검사의 피해 폭로를 계기로 검찰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특히 전ㆍ현직 여검사들의 잇따른 고발을 보면 이 문제가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조직 사회가 눈감은 뿌리 깊은 문화였다고 의심하기에 충분하다. 가해자 한 사람을 조사해 징벌하는 것으로 문제가 해결될 리 없다. 조직 문화를 바꾸고 엄한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언제 다시 불거질지 모를 일이다. 그런데 이제 시작인 개선 작업에 벌써부터 하자가 있다는 소리가 나온다. ‘미투’ 운동이 결실을 보기 위해 넘어야 할 걸림돌이 한둘이 아니다.

검찰이 꾸린 ‘성추행 사건 진상 규명 및 피해 회복을 위한 조사단’은 조희진 서울동부지검장이 단장을 맡은 내부조사라는 점에서 애초에 한계가 지적됐다. 이를 불식하기 위해 검찰은 조사단의 위에 조사 내용을 보고받고 심의해 조사 방향과 범위, 추가조사를 권고할 민간인 주도 조사위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조사단장으로 임명된 여성 검사장은 과거 관련 문제를 듣고도 아무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자신의 성폭행 피해 사실을 폭로한 임은정 검사는 “직장 내 성폭력이 왜 지금껏 덮였는지에 대해 조 단장님도 조사받아야 할 객체”라고 말했다.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조 단장은 이번 검찰의 진상 규명 및 피해 회복 작업 과정에서 참고인 조사가 불가피할 수도 있다. 적어도 검찰문화를 바꾸고자 시작한 조사를 지휘하기에는 부적절하다. 조사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두겠다는 외부 조사위원회도 조사단이 처음에는 자문기구 정도로 여기는 혼선이 있었고, 법무부가 별도로 외부 ‘성희롱ㆍ성범죄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옥상옥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성폭력 피해자들은 웬만해서는 피해를 폭로하길 꺼린다. ‘꽃뱀’이라는 가해자의 역공, ‘너만 피해 본다’는 주변의 만류가 성행한다. 그래서 피해자들이 용기를 갖고 고발할 수 있는 여건 조성이 급선무다. 하지만 형법상 폭로 내용이 사실이어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당해 2년 이하 징역ㆍ금고나 500만원 이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SNS 등을 통해 고발했다가는 처벌이 더 커진다. 성폭력 전문 변호사인 이은의 변호사는 수임한 성폭력 소송 중 가해자의 무고 맞고소, 명예훼손 소송 변호가 3분의 1이라며 “가해자 시장이 늘고 있다”고 말한다. 유엔도 권고한 ‘사실 적시 명예훼손죄’ 폐지 등 법제 정비 없이는 ‘미투’의 온전한 결실을 기대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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