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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복 맞아 부산 구포시장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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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복 맞아 부산 구포시장 가보니…

입력
2017.07.12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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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단체 “보신 명목 잔인한 행태 없어져야”

식육개 상인 “생활터전 잃으면 생계 막막”

북구청 민원 쇄도, 근거규정 없어 정비 난항

초복을 맞은 12일 오후 1시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과 동물자유연대 부산지부, 개인활동가 등 30여명이 부산 북구 구포시장에서 식육개 판매 중단과 지자체, 정부에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초복을 맞은 12일 오후 1시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과 동물자유연대 부산지부, 개인활동가 등 30여명이 부산 북구 구포시장에서 식육개 판매 중단과 지자체, 정부에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12일 오후 부산 최대 식육개 판매처인 북구 구포시장 한 가게의 쇠창살 너머 개들의 모습.
12일 오후 부산 최대 식육개 판매처인 북구 구포시장 한 가게의 쇠창살 너머 개들의 모습.

12일 부산 최대 식육개 판매시장으로 알려진 북구 구포시장. 한낮 최고기온이 33도를 웃돈 터라 쇠창살에 갇힌 수십여마리의 개들은 혀를 길게 뺀 채 거친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뙤약볕 아래 가만히 서있어도 흐르는 땀과 개들의 체취가 뒤엉켜 식육개 가게가 있는 낙동대로길 일대에 묘한 냄새가 진동했다. 이곳은 활황이던 1970, 1980년대 식육개 판매가게가 60~70곳에 달할 정도였지만 이제는 22곳으로 줄어든 상태다.

초복을 맞은 이날 오후 1시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과 동물자유연대 부산지부, 개인활동가 등 30여명은 구포시장을 찾아 상인들의 식육개 판매 중단과 지자체, 정부에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이들은 구포시장 초입 백양대로변 보행로에서 “내 가족을 먹지 마세요”, “개고기 STOP”, “우리는 살고 싶어요” 등 문구를 적은 피켓과 흰 풍선을 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성명서 낭독에 나선 김애라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 대표는 “더 이상 보신이라는 이름으로 생명들이 잔인하게 죽어나가는 일이 없어야 한다”며 “과거 개식용이 존재했던 대만이나 필리핀 같은 나라에도 개식용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는 상황이라 국제사회에서 한국이 조롱거리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와 정치권이 개식용금지 문제를 외면하고 동물보호를 외친다면 어불성설에 국민을 기만하는 일”이라며 “개식용금지법 제정을 첫걸음으로 정치권과 정부, 지자체가 발벗고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12일 오후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과 동물자유연대 부산지부, 개인활동가 등 30여명이 부산 북구 구포시장에서 행진을 벌이고 있다.
12일 오후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과 동물자유연대 부산지부, 개인활동가 등 30여명이 부산 북구 구포시장에서 행진을 벌이고 있다.

성명서 낭독과 자유발언에 이어 이들은 구포시장 식육개 판매처 일대를 돌며 행진을 벌였다. 집회와 행진 과정에서 행인과 상인들이 항의, 한때 실랑이도 있었다. 몇몇 행인이 “왜 먹으면 안되냐”고 목소리를 높여 활동가들과 언쟁을 벌이자, 집회 주최측이 “감정적 대응을 자제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상인들은 변화된 시대상은 이해한다면서도 생계라는 점을 강조했다. 한 상인은 “좋든 싫든 지금껏 35년간 시장에서 일해 번 돈으로 자식들을 키웠다”며 “신념을 주장한다면 평생을 이곳에서 일한 상인들의 삶도 이해해줘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상인은 “소나 돼지는 식육이라 괜찮고 개는 반려동물이기 때문에 안 된다는 논리”라며 “이곳에 반려견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용순 구포시장 가축지회장은 “착잡하다”며 말을 꺼냈다. 박 지회장은 “중간에 그만두려고 농산품 수출업도 해봤지만 실패했고 이 일이 없었다면 노숙자가 됐을지도 모른다”며 “평생을 해온 일을 그저 그만하라는 것보다 상인들에게 적절한 직업교육과 현실적 보상을 통해 살아갈 길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구포시장이 위치한 북구청도 이 같은 논란은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보상을 위한 관련 규정이 없어 식육개 판매가게 정비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북구청에 따르면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모두 659건의 관련 민원이 접수된 것으로 나타났다.

구청 관계자는 “많은 민원에 따라 식육개 판매가게 일대를 정비하려고 해도 보상을 위한 관련 근거가 없는 상황”이라며 “지속적으로 논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치섭 기자 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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