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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폭력 시위ㆍ과잉 진압 악순환 끊어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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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폭력 시위ㆍ과잉 진압 악순환 끊어내야

입력
2015.11.1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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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후의 대규모 시위로 서울 도심은 밤 늦게까지 아수라장이었다. 수만 명의 시위대가 경찰과 정면충돌했고, 이 과정에서 시위 참여자와 경찰 등 수십 명이 부상했다. 특히 가까운 거리에서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아 바닥에 쓰러진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소속 백모(69)씨는 긴급 이송과 수술을 거치고도 위독한 상태다. 도심 교통이 마비되면 사대문 안쪽뿐만 아니라 주변 지역까지 교통지옥이 되어버리는 서울 교통망의 특성상, 수많은 시민들이 오랜 시간 발이 묶이고, 도심 상가의 주말 호황이 실종되는 등 시민생활의 피해 또한 컸다.

이날 민주노총과 전농, 전국빈민연합 등 53개 단체가 중심이 된 ‘민중총궐기 집회’참가자는 경찰 추산만으로도 4만 명이 넘었다. 이들은 정부의 노동개혁과 역사교과서 국정화 등을 규탄하는 한편으로 청년실업과 쌀값 폭락, 빈민 문제 등에 대한 해결책을 촉구했다.경찰은 이날 집회가 2008년 ‘광우병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이후 7년 만의 최대 규모에 이르리라는 예상에 따라 광화문 사거리 등 도심 일대에 경찰버스 등으로 ‘차벽’을 쳤고, 시위대가 여기에 밧줄을 걸어 당겨 무너뜨리려고 하자 캡사이신 용액을 섞은 물대포를 쏘며 강제해산에 나서 곳곳에서 대규모 충돌을 빚었다.

낯익은, 볼썽 사나운 장면이다. 이날 시위를 두고 여당과 재계가 과격ㆍ폭력ㆍ불법집회 양상에 초점을 맞추어 “법치국가의 근간을 뒤흔든 폭거의 책임을 물으라”고 주문한 것이나 야당과 시민단체가 “무차별적 과잉 진압은 신(新) 공안통치가 현실화한 것”이라고 비난한 것도 여느 때와 다름없다. 반면 민주적 의사표출 절차에 한계를 느꼈을 시위대의 당초의 외침은 대부분 이런 논란에 파묻혔다.

이런 과격 시위와 과잉 진압의 악순환을 언제까지 두고 보아야 할지 답답하다. 폭력적 충돌 결과를 두고 과격 시위나 과잉 진압 어느 한쪽의 책임에 무게중심을 두려는 논란은 과거의 ‘무탄무석(無彈無石), 무석무탄’ 논란처럼 헛되다.

분명한 것은 87년의 민주화 이후에 이뤄진 복잡다단한 사회변화와 국민의식 다양화의 결과, 대규모 집회ㆍ시위가 좀처럼 정치사회적 의사표출의 유용한 수단이 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는 점이다. 어떤 외침이든 상대적 가치만 남고, 도심시위가 빚는 불편을 견디는 국민의 참을성도 크게 줄었다. 차벽 설치 등 경찰의 경직된 대응도 시위대 자극 가능성뿐만 아니라 시민 불편을 이유로 최소화해 마땅하다. 허용된 시ㆍ공간 안에서 자유롭되, 선을 넘는 행위에는 엄벌이 따른다는 각성이 국민과 당국 모두에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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